애청하는 팟캐에서 명동에 있는 2개의 영화관을 소개팅녀와 함께 헤매던 에피소드였는데

소개팅녀가 저는 원래영화관에서 팝콘 안먹어요라고 했다는거죠.

 

이 말에 진행자들 자지러지게 웃고 난리가 남. 팝콘 안먹는다는 의미는 난 당신이란 남자 마음에 안든다, 너랑 영화보는 것도 싫다이런 의미라는거죠.

굉장히 남자가 눈치없이 그냥 팝콘 안좋아하나보다라고 생각하고 자기 팝콘이랑 콜라까지 사가지고 명동거리를 헤매던 애처로운 상황이었는데 소개팅은 잘안된 상황이었는데....

 

내 입장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거든요. 소개팅에서 남자들을 벼랑에서 밀어버린 일이 한 두번이 아니지만 이 에피소드를 들으면서 약간의 후회가 밀려오더군요.

 

그러나 진행자들 말에 동의를 할 수가 없어요.

 

전 그 소개팅남이 마음에 안들었으면 절대로 같이 영화를 보러가지도 않았어요.

같이 내부자를 보러가기로 했는데 영화 취향도 비슷하네. 잘 맞는구나.“ 했죠.

 

그 분도 팝콘이랑 콜라를 권하더군요.

내가 말했죠. 저는 원래영화관에서 팝콘 안먹어요

드시고 싶으면 OO씨는 사서 드세요. ”

 

그 남자는 큰 팝콘 1통이랑 기어이 콜라 2개를 사더군요.

내부자에 완전히 푹빠져서 팝콘이랑 콜라를 쳐다도 보지 않았어요.

영화관에서는 화장실에 가지 않도록 생수를 최소한 홀짝홀짝 마시는게 전부거든요.

 

난 팝콘먹는게 싫은거랑 남자에 대한 호감은 절대 별개였다구요.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니 팝콘 몇 개라도 먹어주고 콜라 좀 마시는 척이라도 하지, 사온 사람 성의도 있고 무안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칼같이 영화만 줄창 보면서 있었으니 이 여자가 나를 참 별로라고 생각하거나 퍽이나 쌀쌀맞은 스타일이라고 여겼을 거야. 매너는 참 별로였구나.’

 

 

 

그러나 그래도 그 남자는 애프터도 신청하고 심지어 종아리 맛사지기까지 저한테 선물했는걸요

 두 번째 만남에서 소주를 둘러싼 서로의 만행 끝에 차분한 저의 독설로 마무리되는 소개팅이었지만

지금까지도 소개팅남 중에서는 나름 중위권 이상으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인데요. 선물받은 종아리 맛사지기도 고장날 때까지 유용하게 잘 썼어요.

 

 

영화관에서 사준 팝콘 몇 개 집어먹지도 않는 놀랍도록 무심하고 철저한 개인주의자인 저의 성향으로 볼 때 솔로 인생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겠느냐.

 

저랑 소개팅을 했던 모든 분들께 심심한 사과를 전할 수는 없고~~~~~팟캐에서 들으면서 떠올린 먼먼 과거의 소개팅 이야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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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했으면 뭐가 바뀌었을까요?

유럽여행을 가고 싶다해도 남편이랑 꼭 같이 가야한다든지 남편 스케쥴에 맞춰야 한다는 생각 안했을거에요. (아이가 없다는 전제)

 

당신 스케쥴이 안된다면 할 수 없네. 그래도 나는 가고 싶은데, 괜찮지 않아? 겨우 2주인데 당신 혼자 못지내겠어.

당신 바쁘고 혼자서도 잘 지내잖아. 난 평생 가고 싶은 이탈리아 여행인데 이 기회 절대 놓칠 수 없어.

평생 나의 로망인데 더 나이들면 힘들어서 못가거든. 그리고 이탈리아인데 2주도 너무 짧아.“

 

여기서 너는 유부녀인데 남편인 나랑 못가는걸 혼자서 가겠다니 말이 안되네 어쩌네

그러면 아~~~~상상만으로도 질릴거 같네요.

 

연애든 결혼이든 서로에게 맞추고 적당히 희생하고 타협하는거잖아요. 사람관계 다 그렇지만요.

 그래도 여자친구들이랑은 내가 마음에 안드는 것도 그 애 취향에 맞추기도 하고 타협이 가능했는데 남자랑은 특히 더 안되는 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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