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에 나왔네요. '큐어'가 1997, '회로'가 2001년작이니 나오는데 한참 걸렸고 그 사이에 구로사와 기요시는 다른 영화도 찍었어요. 그러니 사실 '3연작'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지만 대충 넘어가주십... (쿨럭;) 역시 스포일러는 피해서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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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나... 흉측한 포스터 피해서 고르느라 힘들었습니다. 호러 영화들은 글 쓸 때 이게 좀 귀찮네요)



 - 황량한 공사장 같은 곳에서 한 남자가 붉은 옷의 여인을 질질 끌고 가요. 그리고 윗 짤에 보이는 물웅덩이에 얼굴을 처박고 눌러서 죽입니다. 

 그리고 출동한 경찰들. 당연히 우리들의 친근한 이웃, 야코쇼 코지씨가 보입니다. 호러 3부작 중 두 편에서 주인공을, 나머지 한 작품인 '회로'에서는 카메오 출연을 하시면서 올출을 기록하셨습니다. 사실 특별 출연이었던 '회로'에서도 오프닝과 엔딩을 본인이 장식하셨죠. 짝짝짝... 

 

 같은 소린 그만 하고. 역시나 성실한 경찰입니다만 시작부터 이상한 일이 생겨요. 앞서 말한 사건의 물웅덩이에서 단추 하나를 발견했는데, 아무리 봐도 그게 자기 옷 단추 같고 집에 가서 보니 자기 옷의 단추 하나가 떨어져 있거든요. 게다가 그 단추에서 나온 지문 역시 자신의 것. 대충 맨손으로 그 단추를 집어서 그렇게 된 것인 셈치고 넘어가려 하지만 이젠 또 붉은 옷의 여자 유령이 자신의 주변을 얼씬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지는데 이번에도 물웅덩이 익사. 그리고 또 자신과 관련된 증거가 현장에서 나오지만 형사에겐 절대 그런 기억이 없거든요. 하지만 이젠 슬슬 동료 하나가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그래서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받으며 종종 자기 집에 와 머무는 여자 친구에게 '이 사건만 끝내고 함께 여행이라도 가자'고 약속하지만 이런 약속은 이 장르에선 의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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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근상!!!!!)



 - 한 가지 재밌는 부분이라면, 위에서 언급한 인트로격 장면에서 살인자의 얼굴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는 겁니다. 원경으로 보여주긴 하지만 슬쩍이나마 분명하게 얼굴이 보이고 그 얼굴은 얼핏 봐도 우리 형사님은 분명히 아니에요. 그러니까 감독은 주인공이 범인인지 아닌지로 관객들을 헷갈리게 만들 생각이 없습니다. 대신 이런 상황에 처해 자기 자신조차 믿지 못하고 헤롱거리는 주인공의 처지에 약간의 연민을 유도하죠. 딱히 막 호감이 가는 인물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자신이 하지 않은 일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이니까요. 동시에 붉은 옷의 여자 유령 또한 미스테리가 됩니다. 얘가 범인이 아닌데 왜 얘한테 나타나 얼쩡거리는 거야?? 공포 영화의 원혼이 이런 걸 오해할 리가 없는데?


 그러니까 이게 구로사와 기요시의 이야기꾼으로서의 특기 같습니다. 늘 흔해 보이는 재료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뭔가 절묘하게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요. 그래서 관객들이 상황을 이해하고 싶은 맘에 스스로 생각이란 걸 하고 머리를 쓰게 만들죠.


 이런 스타일은 이 양반이 호러 장면을 만들어내는 데에도 비슷하게 적용됩니다. 영화 세 편을 연달아 보다보니 느껴지는 이 분 스타일이 있는데. 뭔가 무서운 것을 보여줄 때 친절하게 한 번에 제대로 보여주질 않아요. 어두운 풍경을 비춰주는데 뭐가 튀어나올만한 포인트가 하나가 아니라 두 셋 정도가 됩니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인 후에 원경에서부터 뭔가가 꾸물꾸물 나타나는데 결국 관객들은 그 어둠 속을 응시하며 '무서운 것'을 스스로 찾아 헤매게 되죠. 그러다 결국 어떤 움직임을 찾아내서 거기에 집중을 하고, 그럼 이제 불분명하게 보이는 무언가가 스멀스멀 다가오는데 그 모습이 온전하게 보이진 않고. 결국 관객들은 그 불쾌하고 보기 싫은 것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온 신경을 집중하게 됩니다. 고로 그 장면이 넘어간 후의 불쾌감도 3배.



 - 다만 이 영화는 '큐어'나 '회로'에 비해 약점이 하나 있습니다. 메인 떡밥의 매력이 저 두 작품보다 약해요. 사람 마음의 어두운 곳 비밀을 찾아내서 아무 죄책감 없이 살인을 저지르게 만드는 남자라든가, (당시 최신 트렌드였던)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을 홀리고 죽게 만드는 유령 이야기라든가... 에 비해 '절규'의 살인 사건들은 큰 임팩트 없이 평범한 편이죠. '절규'가 앞선 두 영화에 비해 팬이 적어 보이는 건 아마 그런 부분의 영향도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사실 저는 이 영화를 앞의 두 편보다 훨씬 무섭게 봤습니다. 그거슨 바로 이 영화의 필살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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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옷 여인의 유령 덕분입니다.

 이 영화를 아직 안 보신 분들은 언젠가는 꼭 직접 느껴 보시라고 그 분의 우아한 자태가 드러나는 짤은 피했습니다. ㅋㅋㅋ

 근데 이 분이 정말 걸작입니다. 그냥 붉은 옷을 입은 예쁜 여성일 뿐이거든요? 첫 등장은 '회로' 때처럼 정말 기분 나쁜 슬로우 모션으로 등장해서 압도해주시는데... 이후로는 그냥 자연스럽게 슥슥 나타납니다. 귀신으로서의 직업 윤리도 없이 대낮에도, 야외에도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고 말도 청산유수로 잘 해요. 몸에 보기 흉한 상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몸이 썩어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암튼 뭐 시각적으로 징그러운 치장 하나 없이 멀끔해요. 오직 하나 일반인과 다른 점이라면 눈을 깜빡이지 않는다는 것 정도.

 그런데 그것이 정말 절묘하게 기분이 나쁩니다. 등장할 때 화면 연출, 상황, 배우의 연기 지도 정도로 만들어내는 그 느낌이 정말 불쾌하고 무섭습니다. 정말 말주변이 없어서 뭐라 설명을 못하겠는데, 몇 년간 본 호러 영화 귀신들 중 탑이었어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제겐 '절규'가 며칠간 연달아 본 구로사와 기요시 영화들 중 가장 무서운 영화가 되어 버린 것이죠. ㅋㅋ

 이 영화가 제일 재밌다. 라곤 못하겠지만, 가장 긴장해서 덜덜거리며 본 건 이 영화였네요. 확실히.

 


 - 다른 두 영화가 그랬듯이 이 영화에도 사회적 메시지 같은 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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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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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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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풍경 등이 계속해서 이야기의 배경을 이루고 있어요. 낡은 것, 무너져가는 낡은 것, 부숴서 없애 버린 낡은 것, 폐허가 되어가는 황량한 도시 풍경들.

 이런 것들이 마지막에 밝혀지는 유령의 진심(?)과 연결되면서 의외로 선명한 메시지가 전달이 됩니다.

 이전 두 편의 영화들과 비교할 때 아주 친절하다 싶을 정도로 하고 싶은 말이 분명한 영화였어요. 거기에 덧붙여서 의미를 수정하고 추가하고 하는 건 관객들 몫이지만 어쨌든 영화 자체는 그랬습니다.



 - 일단 정리하자면.

 다 떠나서 꽤 재밌는 일본식 호러 영화입니다. 완성도는 거의 탑클래스구요. 

 그러니 일본 호러 특유의 그 느낌을 좋아하신다면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잘 만든 호러이기 전에 그냥 잘 만든 영화이기 때문에, 일본 호러에 특별히 알러지가 있는 분이 아니라면 대부분 재밌게 보실 거에요.

 이 정도로 줄이겠습니다.




 + 야쿠쇼 코지가 형사로 나온다... 는 점 외에도 '큐어'와 비슷한 느낌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주인공을 돕는 의사 캐릭터가 나오는데 이름이 똑같다든가. (배우는 전혀 닮지도 않은 다른 사람입니다만 ㅋㅋ) 주인공이 빌런(?)에게 느끼는 그 혐오와 공감이 뒤섞인 감정이라든가. 주인공이 마지막에 맞게 되는 운명에 소리 없이 큰 역할을 하는 동거인의 존재라든가... 결말도 좀 비슷한 느낌이구요.


 ++ 결국 세 편의 이야기 모두 공포의 '확산'을 다루는 묵시록 분위기의 이야기인데요. 그게 당시 이 분의 관심사였다는 건 분명해 보이지만 또 생각해보면 그 시절에 나온 다른 일본 호러들이 '링'이고 '착신아리'이고 '주온'이고 그랬죠. 결국 다 죽음/공포/종말이 퍼져나가는 이야기인데... 왜 딱 그 시기에 그 동네에서 이런 이야기가 그렇게 유행이었는지 좀 궁금해집니다. 단순히 세기말 갬성이라고 하기엔 넘나 확연한 일본제 호러들의 특징이어서요.


 +++ 그리고 구로사와 기요시에 대한 사람들의 극찬을 조금 더 납득하게 되었죠. 그러니까 일본 호러물의 전통을 거의 고스란히 반영한 작품을 만드는데, 그게 완성도가 아주 높으면서 예술 영화적 기질까지 갖추고 있는 겁니다. 거기에 덧붙여서 사무라이, 일본 전통 의상 같은 거 하나 없이 현대 일본만을 다루는데도 '이거시 일본 느낌'이라는 기분이 팍팍 드는 것도 플러스 포인트겠구요.


 ++++ 글에 첨부하는 이미지들은 다 그냥 구글에서 퍼오는데요. 가끔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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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붙여놓고 나서야 너무 작다는 걸 깨닫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ㅋㅋㅋ 그냥 지우기 아까워서 이런 식으로 활용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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