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잡담...(도둑과 큰 저택)

2020.12.15 17:27

여은성 조회 수:662


 1.뭔가를 할 때 다른 무언가에 빗대어서 생각하는 걸 좋아해요. 예전에는 주식시장을 지뢰밭에 비유한 적이 있죠. 지뢰밭에서 아무리 지뢰를 오랫동안 피해다니는 재주가 있어도 계속 지뢰밭을 돌아다니면 결국 한 번은 지뢰를 밟게 된다고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지뢰밭에서 지뢰를 밟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아예 처음부터 지뢰밭에 가지 않는 거예요.


 이건 주식투자 그 자체를 빗대어서 해본 말이고...그냥 개별 종목으로 생각해 보면 어떤 주식투자는 도둑질과 비슷하기도 해요. 삼성이나 애플 같이 알려진 큰 주식이 아니라 그보다는 잘 모르는 개별종목, 급등주, 테마주 같은 거 말이죠.



 2.이렇게 예를 들어보죠. 당신이 도둑이고 어느날 어떤 큰 저택에 숨어들어가요. 그야 저택의 넓이가 어떤지...어떻게 보이는 사람들이 그곳에 사는지...저택의 불은 언제 꺼지는지 정도는 조사해서 알고 있겠지만 들어가보기 전까지는 그 저택에 대해 기본적인 구조만 알고 있는 거죠. 인터넷에 알려진 사실들만 말이죠. 


 어쨌든 큼직한 저택에 조심조심 들어가서 돌아다니다가...10분만에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하나 발견했다고 쳐요. 그야 현금으로 바꾸려면 장물아비 친구에게 수수료 좀 떼줘야 하고 몇 개월은 걸려야 처분할 수 있는 물건이죠. 현금 다발이나 금괴 같은 것보다는 못해요. 다이아몬드 목걸이 같은 건 안 챙기지는 않겠지만 좀 아쉬운 물건인거죠.



 3.그렇지만 내가 도둑의 입장이라면? 잘 모르는 어떤 저택에 들어갔는데 10분만에 다이아몬드 목걸이 하나 발견했다면, 나라면 즉시 그 저택에서 나와요. 이유는 두 가지죠. 첫번째는 다이아몬드 목걸이 하나는 어쨌든 건졌기 때문이고, 두번째 이유는 아직 그 저택에서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으니까요.


 그야 어떤 도둑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죠.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있다면, 여길 더 뒤져보면 더 좋은 것들이 나올 거라고요. 여기까지 들어왔으면 대박을 치고 나가야지 다이아몬드 목걸이 하나 챙기고 나가는 건 아쉬운 거라고 말이죠.



 4.휴.



 5.문제는 이거예요. 내가 만약 잘 알지 못하는 큰 저택에 들어간 도둑이라면, 나는 내가 무슨 장르에 속해있는지 알 수 없는 처지거든요. 그냥 코미디 장르이거나 드라마, 연애 장르일 수도 있겠죠. 그러면 저택을 털다가 그곳에 사는 외로운 노인을 만나서 '이자식! 사람답게 살아야지!'라는 꾸짖음을 듣고 집사로 고용될 수도 있는 거고, 저택을 털다가 그곳에 사는 존예 상속녀를 만나서 '우리집을 털러 온 남자는 네가 처음이야!'라는 말을 듣고 연애할 수도 있는 거예요. ...그러나 인생은 그렇게 잘 풀리지 않죠. 


 어쩌면 지금 속해 있는 장르가 호러 장르일 수도 있거든요. 괜히 지하실에 뭐가 있나 들어가 봤다가 갇혀있던 악령이 풀려나서 악령의 먹이가 될 수도 있는 거고. 만약 장르가 스릴러라면? 교외에 사는 사이코 살인마 가족에게 들켜서 갑자기 저택 문이 다 잠겨지고 사이코 살인마에게 쫓기는 처지가 될 수도 있어요. 장르가 호러 스릴러라면 그 저택에 사는 악마숭배자들에게 잡혀서 제물로 바쳐질 수도 있고요.     


 내가 어떤 장르에 속해있는지 알 수 없는 도둑의 입장이라면, 10분만에 다이아몬드 목걸이 하나 챙겼으면 그냥 저택을 빠져나오는 게 가장 옳은 선택인 거예요. 잘 모르는 곳에 들어갔다면 다이아몬드 목걸이 하나 챙겨서 안전하게 걸어나올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거니까요.



 6.지금 이게 대체 뭔 소린가...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정말로 주식투자란 건 그래요. 온갖 테마주...제약주...정치 관련주 같은 것들은 정말 복마전이거든요. 밖에서 그런 주식을 들여다보는 개인투자자들은 지금 그 주식 안에서 어떤 음모가 오고가는지 절대 알 수가 없어요. 아주 크고 건실한 회사들만큼 정보공개가 안 되어 있으니까요. 심지어는 공개된 정보가 다 거짓정보일 수도 있고요. 

 

 그러니까 그런, 잘 모르는 주식에 들어간다는 건 호러 영화 도입부에서 악령이 들린 저택에 어정거리고 들어가는 엑스트라 도둑의 처지와도 같은 거죠. 보통 호러 영화에서 20분, 빠르면 15분 정도면 악령이 슬슬 등장하잖아요? 이 장르가 호러인지 스릴러인지 멜로인지 알 수 없는 이상, 들어와서 돈을 조금이라도 벌었다면 빠져나올 수 있을 때 빠져나와야 한다는 거죠.


 다이아몬드 목걸이 하나밖에 못 챙겼다고 현금다발이랑 금괴 찾아서 이리 뒤지고 저리 뒤지다가 꼼짝없이 저택에 갇혀버리는 신세가 될 수도 있는 거거든요. 잘 모르는 곳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고, 만약 들어갔다면 딱 하나만 챙겨서 나와야 해요.



 7.맨날 거리두기 일상 얘기만 쓰다보니 늘 똑같은 얘기만 하게 되네요. 어제 일기를 복붙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다른 잡담을 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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