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가 70세가 되어가시고 지금까지 대장내시경을 해본 적이 없어요.

올해 들어서 설사가 좀 심해지고 그 밖에는 아무런 증상은 없으나

아버지가 성화를 하셔서 하게 되었죠.


저는 첨부터 왜 그렇게 낙관을 했을까요? "엄마, 용종조차 없을거라고 용종이 없으면

나 10만원 줘. 우리 10만원으로 해물찜이나 시켜먹자"


전 대장내시경을 2014년에 용종 2개 발견하고 제거(선종으로 기억, 선종도 주의해야한다고 했지만)

2018년에 검사, 아무런 용종도 없이 깨끗했거든요.


엄마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나보다도 문제없다고 생각했는데

수면마취 상태에서 보호자인 나를 부르면서 내시경을 보여주는데

보는 순간부터 문제가 심각하다는걸 느꼈죠. 내가 의사가 아니라도

용종이 크고 형태가 울퉁불퉁한 것이 심상치 않아 보였어요.


8~9cm가 되고 형태나 크기로 봐서 조직검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곘지만

암세포가 없더라도 제거만으로도 천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내과만 전문으로

하는 병원(내과 전문 병원으로써는 큰 병원이지만)에서가 아니라 대학병원급에서

외과의사들이 대처할 수 있는 곳으로 가서 입원 수술이 필요하다는거에요.



아직은 최종적인 조직검사결가는 안나왔고 다음 주 수요일에 알게 될거에요.


그러나 초기암이라도 암세포나 조직이 있을 것으로 매우 예상된다는거죠.

암세포의 경우 완전 제거를 하려면 복강경으로 하더라도 깊이 제거를 해야 할 것이고

"천공"의 위험을 다시 얘기하더군요.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수술만 잘 된다면

초기이기 때문에 전이가 된 것도 아닐 것이고 항암 치료까지 필요하지 않다, 용종 제거만

완전하게 된다면 그 처치만으로 충분하다.


검사하신 분이 원장님이셨는데 설명을 이해하기 쉽게 친절하게 해주시고 위로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의사가 나를 안심시키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차갑게 말하는 것보다 더 불길하게

느껴지는건 왜일까요?




이 병원과 연결된 집에서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연결시켜주고 자료도 넘겨주기로 했습니다.

늦어도 1월 중에는 수술 날짜가 잡힐 듯하네요. 늦어지면 한정없이 뒤로 밀릴 수도 있지만

그럴 듯하지는 않구요.



내가 지금 걱정하는건 수술 자체가 잘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것입니다.

혹시라도 천공이 발생하면???????? 수술 중에 잘못되면 엄마는 어떻게 되는거지?

수술이라는건 아무리 평범하다는 맹장수술조차도 전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난소내막종때문에 그것도 가벼운 수술에 속한다고 하지만 전신마취로 수술 2번하고 나서 느낀건

세상에 간단하고 안전한 수술이란 없다는거죠.


아버지도 전립선 초기암 수술을 하셨는데 전립선 제거로 이후에 재발없이 전이없이

잘 지내고 계시거든요. 하지만 대장암이라고 하니 아무리 초기라고 해도 마음이 한없이 무겁네요.

그리고 수술이 어떻게 될지 너무 불안해서 그 생각에 매달리면 견딜 수가 없을거 같은거에요.


더 심각한 대장암 상태에서도 항암하면서 지내는 분들 많은줄 알지만

막상 엄마가 수술까지 해야한다니 믿어지지도 않아요.


동생은 지금 퇴직 처리만으로도 너무 심란하고 전세도 빼야하고 잔뜩 속이 상한 상태라서

아직 얘기하지 말라고, 수술 잘된 다음에 차라리 말하라고 했어요. 그 애한테까지 피마르게 만들기 싫었어요.


옛날이라면 교회 사람들한테 부탁하고 나도 밤낮없이 기도했겠지만

기도는 나오지도 않네요. 지금은 이 생각에 사로잡히고 싶지도 않아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43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93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958
114491 이런저런 일상잡담 메피스토 2021.01.09 264
114490 ‘트럼프’ 영정, 비겁한 민주당, 비열한 K방역 [10] ssoboo 2021.01.09 1254
114489 [영화바낭] 오늘의 두기봉은 '대척료: 무적의 소림쿵푸 마스터' [2] 로이배티 2021.01.09 595
114488 민주당과 인권 [15] Sonny 2021.01.09 1048
114487 머저리와의 카톡12 (체홉의 세계관) [9] 어디로갈까 2021.01.09 704
114486 Michael Apted 1941-2021 R.I.P. [2] 조성용 2021.01.09 292
114485 사냥의 시간(2020) [5] catgotmy 2021.01.08 658
114484 한국영상자료원(KMDB) 온라인 무료 기획전 [5] 미래 2021.01.08 541
114483 김재호, 3년 총액 25억원에 두산 잔류 [공식발표] daviddain 2021.01.08 222
114482 다들 (투자) 하고 있습니까 [1] 예상수 2021.01.08 580
114481 [OCN] 해치지 않아, 어스(Us) [12] underground 2021.01.08 602
114480 [영화바낭] 오늘도 두기봉 ㅋㅋㅋ '삼인행: 생존 게임'입니다 [4] 로이배티 2021.01.08 535
114479 [주간안철수] 안철수 대표는 3년주기로 폭탄주를 돌리는가..(+김종인) [6] 가라 2021.01.08 800
114478 트럼프는 의회 습격 사건을 중계로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9] 가라 2021.01.08 954
114477 이런저런 잡담...(새해) [2] 여은성 2021.01.08 397
114476 [코로나19] 중국에서 일년만에 또 다시 도시 봉쇄 [9] ssoboo 2021.01.07 1084
114475 불현듯 [3] 은밀한 생 2021.01.07 507
114474 이말에 대해서 어떤 느낌이신가요 [7] 가끔영화 2021.01.07 700
114473 BBC의 만리장성 슬로우 오딧세이를 보니 드론의 위력 [3] 가끔영화 2021.01.07 633
114472 출근길에 잔뜩 미끄러졌네요 ㅠ [2] 미미마우스 2021.01.07 58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