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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영화의 장르는 우리가 정한다.   - 문자마약상

영화 공조는 북한 형사 림철령이 악당에 의해 가족과 동료를 잃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영화는 림철령이 남한의 형사 강진태와 그의 가족과 새로운 정을 붙이는 과정을 보여준 뒤 클라이맥스에서 그에게 새로 얻은 가족관계마저 같은 악당에 의해 파괴될 위기를 보여줍니다.

 

 케빈 코스트너의 영화 쓰리데이즈투킬은 파탄 위기의 가족에서 아내의 부재로 3일간 딸을 돌보게 되는 특수요원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영화는 진행되면서 특수요원 아빠와 일탈위기의 딸이 화해를 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클라이맥스에서 가족은 다시 악당에 의해 파탄위기에 처합니다.

 

모든 영화는 주인공의 트라우마를 형성할 하나의 이벤트에서 시작하고 그것은 그 자체로 아이템이 됩니다. 그 아이템은 영화 내내 숨어서 주인공의 기반을 흔들면서도 마치 그것이 별것 아닌 것처럼 행동하죠. 그래서 관객들은 이야기의 흐름속에서 그 아이템을 잊어먹기 쉽상입니다. 하지만 클라이맥스에서 그 아이템은 다시 등장합니다. 그것은 주인공이 극복해야 할 트라우마의 상징이며 악당의 재림이고 마지막 관문입니다. 

 

사법개혁이라는 영화는 표창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표창장에 대한 의혹이 한낮 의미없음을 보여주는 박지원 의원의 문자메시지와 밤 12시까지 이어진 청문회, 그리고 끝나자마자 어딘가로 뛰어가는 조국 지명자의 뒷모습, 그리고 그날 밤 구속 영장이 청구되었죠. 그렇게 시작한 영화는 중간에 온갖 우여곡절을 보여줍니다. 전개과정에는 위기(부동산, 코로나, 중국집 배달부와 신이 난 기자들)도 있었고 희망(촛불집회, 공수처입법, 총선, 지지도, 방역, 공수처개정)도 있었죠. 

영화의 전개과정동안 우리는 운명이라는 작가가 던진 온갖 아이템에 정신을 빼앗겨 무엇부터 이 영화가 시작되었는지 잊어먹었습니다. 사람들이 총선승리와 방역성공에 취해서 잊고 있는 동안에도 표창장이라는, 영화의 시작을 창조했던 아이템은 여전히 살아서 수십번의 공판과 판사교체, 그리고 한 집안을 패가망신을 시키는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수처법이 개정되고 공수처가 출범되는 순간을 목전에 둔 지금 최종보스와의 대결처럼 다시 살아나 우리를 당혹케 하고 있습니다.

 

복선과 암시의 순간들이 있었죠.

판사사찰건이 나왔고 총장 가처분 건이 나왔고 2개월 정직건이 나왔고 또 징계가처분에 대한 결정을 미룬다는 결정이 나왔습니다(솔직히 저는 현조엄마가 소견서라는 것을 내놓았을 때 무언가 쎄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모두 비상식적이며 일반 대중의 판단을 정확히 거스르는 건들이 줄줄이 이어졌던 것은 결국 이 마지막 순간을 위한 빌드업이겠죠. 빌런은 원래 죽을 것 같지만 죽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기 때문에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그래서 더욱 우리의 증오를 부추깁니다. 

 

이 영화의 결론은 무엇이 될까요? 

영화의 대장르, 즉 희극이냐 비극이냐의 결정은 전개가 아니라 결론이  결정합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비극인 것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투쟁이 아니라 로미오가 모든 희망을 포기하고 독약을 마시는 그 순간이 결정했던 것이지요. 사법개혁이 희극이냐 비극이냐의 결정 역시 이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우리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가 결정할 것입니다. 

 

클라이맥스가 관객에게 극단의 공포를 일으키는 것은 그것이 언제나 우리 내면의 가장 근본적 트라우마를 건드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표창장으로 촉발된 사법개혁이라는 영화가 위협하는 우리의 근본적 트라우마, 또는 공포는 무엇일까요? 애써 우리가 잊어 왔고 극복했다고 믿고 있지만 여전히 살아서 우리 발밑을 흐물흐물 기어다니고 있는 그 불쾌한 감정의 근원은 무엇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노무현의 죽음이죠. 

그리고 그것이 노희찬과 박원순을 거쳐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다시 재현될지도 모른다는 그 공포가 지금 표창장 한 장 앞에서 다시 우리를 소름끼치게 만들고 있습니다(바로 엊그제 문준용 지원건이 터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노무현의 논두렁 시계처럼, 조국의 표창장처럼, 문재인에게서도 검찰과 판사는 무엇이든 찾아내 엮어서 비극적 역사를 반복할 것이라는 그 확신이 작년 9월 서초동 집회의 원동력이 되었고 다시 2020년 마지막을 바라보는, 대코로나 환란기 에서도 결국 이 영화의 장르는 사법개혁이라는 사실을 환기시키며 과연 이 영화의 장르가 희극일지 비극일지 그 끝을 보고 싶어하는 모든 관객들을 몰입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과연 이 영화의 장르는 무엇일까요?

영화의 장르를 결정하는 것은 작가입니다.

역사의 장르를 결정하는 것은 그럼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역사의 주체, 시민입니다. 

 

그런 면에서 역사란 영화관에 앉아 있는 저는 이 영화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준하는 상쾌한 액션 희극일 것을 별로 의심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전형적이고 솔직한 플롯이라서요. 주인공은 너무 순수하면서도 정의롭고 빌런 역시 너무 솔직하고 우둔해요. 그래서 결말이 너무 뻔합니다. 

솔직히 영화로 만들면 욕먹을만한 스토리를 지금 역사는 대한민국이라는 배경 안에 펼치고 있습니다. 밖에서 보면 스토리의 흐름과 결말이 너무 뻔해서 흥미가 땡기지 않겠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이 이 영화의 주연이기 때문에, 이게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기 때문에 너무 몰입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뻔한 영화라도 배우들은 항상 진심이니까요. 

 

지금 모두가 진심입니다.  

춘장도, 판사도, 검사들과 기자들, 태극기부대와 일베키워들, 댓글세력... 청와대, 민주당, 추미애와 조국, 그들의 지지자들, 수백만 촛불시민들... 

이쪽이나 저쪽이나 그 어떤 사심도 꼼수도 없이 전력을 다해 맞부딫기위해 전속력으로 상대를 향해 달려오고 있습니다. 아키라의 바이크신과도 같은 사생결단의 순간이죠. 누가 이길까요?

 

그랜토리노의 마지막 장면. 

영화 내내 마을을 위협하는 갱단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자신을 공격할 거라는 생각에만 몰입하여 그에게 총을 당깁니다. 하지만 그의 품에서 나온 것은 그의 빈 손가락이죠. 그렇게 갱단은 무고한 사람을 죽인 죄로 마을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헐리우드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항상 패턴이 있습니다. 

빌런이 오직 주인공을 죽이겠다는 작은 목표에 집착하는 사이 주인공의 원대한 계획은 그들의 시야 밖에서 진행되다가 마지막 순간 빌런의 목을 치는 방아쇠가 되며 동시에 새로운 세계의 시작을 알리죠. 

 

쏟아지는 가짜, 선동, 왜곡 뉴스들 속에서도 역사를 움직일 단초를 가진 뉴스들은 여전히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오늘 민주당은 검경수사권 완전분리를 언급했지요. 

6대 수사권 조정대상 제외 항목 마저도 없애겠다는 것인데 오늘 재판으로 이 논의와 입법은 속도를 낼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검찰은 그야말로 기소청으로 축소되는 역사적 과정에 들어설수밖에 없는 것이죠. 말 그대로 공수처와 함께 검찰의 역사적악역을 제거하는 가장 큰 틀입니다. 그외에도 다양한 사법개혁, 검찰개혁의 제도적 과정이 기레기의 외면 속에서도 착실하게 진행중에 있습니다. 

 

저는 조국교수의 투쟁이 없었으면 공수처도 검경수사권 조정도, 무엇보다도 총선 대승도 없었을 거라고 봅니다. 국민여론의 지지를 모으기 힘든 사안이니까요. 

이제 검찰개혁을 넘어서 사법개혁으로 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오늘의 판결은 판사의 자의적 판단이나 개인적인 정치적 입장이 공동체 전체의 법질서에 얼마나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815집회 허가와 함께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시민 전체의 법적 공정성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개혁에  대한 의지를 현실화 시킬 제도적 장치에 관심을 집중시키도록 만들고 있죠. 

국민참여재판 확대나 판사탄핵, 더 나아가 판사선출에 대한 제도적 장치(검찰총장도 마찬가지)에 대한 논의도 시작될 거라고 봅니다. 그것은 곧 학벌과 고시, 재력이라는 기득권의 권력이 더 많이 평등과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시민에게 이양되는 과정이겠죠.  

 

저는 우리 민주시민의 가장 큰 힘은 인내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는 민중의 희생과 인내속에서 전진해 왔죠. 

광주 민주화 항쟁이나 제주4.3사태, 인혁당의 진실 모두 역사적으로 인정받는 과정은 굉장히 길고 험난했습니다. 공수처가 통과되는데도 30년 가까이 시간이 걸렸고 입법권력이 시민개혁세력에게 오는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직도 개혁해야할 권력들은 많이 남았습니다. 사법개혁, 언론개혁, 재벌개혁... 

우리가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나라들 역시 그들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멀리는 종교개혁과 르네상스, 명예혁명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기득권에 대한 시민세력의 정신적, 제도적 투쟁과 시행착오, 희생과 고난이 있었기에 그들이 지금의 지위를 누리는 면도 있습니다(물론 식민지 경영도 중요했지만요).

 

실패의 역사도 많이 있습니다. 

태국의 60년대 왕정에 대한 대학생들의 반대시위나 인도네시아 군부의 시민학살(액트오브킬링), 남미 민주세력의 좌절(브라질이나 칠레의), 극단 이슬람에 굴복한 이란과 아프가니스탄등... 그들이 지금 어떤 지경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지는 우리가 뚜렷이 목도하고 있는 바죠. 그리고 홍콩 역시 그런 좌절의 현재형으로(저는 홍콩의 미래는 부정적으로 봅니다)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떨까요?

기득권이 법과 상식도 무시하면서 시민들의 위에 군림하고 그 아래에서 법적, 제도적, 경제적 불평등이 만연한 그런 나라가 이 나라의 미래일까요?

저는 글쎄요 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는 한국 시민들은 너무 똑똑하고 역사에서 배운게 많고 권력을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민주개혁세력이 정권을 잡았을 때와 수구세력이 정권을 잡았을 때의 이익과 불이익, 합리와 불합리를 너무 잘 알고 있어요. 그리고 기득권이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할 때 시민세력은 다음 세대가 살 나라를 생각합니다. 

 

시민세력은 항상 더디지만 힘이 강하고 궁극적으로는 승리합니다. 

저들의 가장 큰 약점은 선출되지 않은, 즉 임명받거나 시험과 특혜로 얻은 권력이라는 것이죠. 역사의 진보란 결국 그들의 권력을 시민들이 나눠 갖는 과정입니다.  

 

결국 이길 거예요. 

검찰의 역할은 기소권으로 축소될 것이고 수사권 역시 지역경찰과 국가수사본부, 공수처등으로 다변화 될 것이고 판사는 국회의원에 의해, 국회의원은 지역시민들에 의해 언제든 탄핵될 수 있는 좀 더 고도화된 시민사회가 정착될 것입니다(솔직히 지금 시대의 변화를 생각하면 저는 시민의 선택에 의해 재판이 ai화 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가장 합리적일테니까요.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분명 이 논의도 곧 시작될 거라고 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한 가정이 당하게 될 심리적, 육체적, 사회적 고통은 말도 못하겠죠. 평생을 법의 공정성과 그 위에서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사회적 책임감으로 살아왔을 조국 전장관님 가족에 대한 동지의식과 연대가 곧 우리 시민사회의 역동성과 시민성을 증명해주는 척도가 될 것입니다. 지난 1년 넘는 시간동안 혹시 너무 현안에 몰입해서 그들의 희생과 고통을 도외시하지 않았었는지 저는 오늘 그 부분을 좀 더 반성할까 합니다. 어디까지나 모든 것의 시작은 기득권의 도전을 피하지 않고 기꺼이 정면승부해준 조국 전장관의 결의에 있으니까요. 

 

조국 전장관 가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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