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영화이니 벌써 5년이 흘렀네요. 스포일러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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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항상 줄거리 소개를 할 때 전체적인 설정을 요약하기보단 영화의 서두에 보여지는 내용들을 대충 적어 놓고 넘기는 편인데... 이 영화는 그게 참 어렵습니다. 뭐 그냥 하던대로 할 수는 있는데 그렇게 해서 영화가 어떤 내용인지 짐작하게 하기가 어려워요. ㅋㅋ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영화의 첫장면이 다짜고짜 성폭행씬(...)입니다. 범인이 일을 마치고 달아나면 그제서야 우리의 위페르 여사님이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처음부터 이 사람 뭔가 정상이 아니에요. 범인이 사라지자 제일 처음 하는 일이 범인과 몸싸움을 벌이다 깨진 그릇들 싹싹 쓸어서 깨끗하게 치우는 거구요. 그 다음엔 태연하게 목욕을 하고, 곁에서 지켜보던 고양이에게 '눈알을 뽑을 정돈 아니어도 최소한 할퀴어주기라도 할 줄 알았지'라고 책망을 하고, 때마침 자신을 방문한 독립한 아들과 아들의 시급 사안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나중에 병원에 가서는 성병 검사만 합니다. 그러고 출근해서 아주 자연스럽게 열일을 하구요. 그러고나면... 몇십 분 동안 이 사건 얘기는 나오지 않아요. 그냥 이 괴이한 양반이 직장, 가족, 이웃들과 엮이며 좀 비범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차근차근 보여주죠. 결국 나중엔 그 성폭행 사건이 다시 중요하게 등장하긴 합니다만...


 ...대략 이런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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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메인 빌런일 줄 알았는데!!!!!!)



 - 그리고 뭐 그렇죠. 이렇게 도무지 납득이 안 가는 괴상한 캐릭터를 충격적인 방식으로 툭. 하고 던져 놓았으면 보통의 영화들은 '그녀는 어쩌다 이런 사람이 되었는가!' 를 탐구하며 감독이 하고픈 말을 늘어놓게 마련인데요. 이 영화는 그 길로도 가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그 길로 가는 시늉... 은 하는데 말 그대로 시늉만 하죠. 답을 내지 않아요. 영화는 내내 주인공의 과거 보다는 현재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그 현재는 아주 험악하고 파란만장한데... 이게 또 이 영화의 재미 포인트라서 설명은 생략합니다. ㅋㅋ 그냥 주인공 주변 인물들 중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는 '평범' 내지는 '정상' 범주에 속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정도로만.


 암튼 주인공의 인생은 그렇게 피곤하고 짜증나는 일의 연속이며, 그 일들 하나하나가 또 다 주인공에게 중요한 일들이기 때문에 성폭행 사건은 그냥 그 일들에 +1 되는 정도의 의미를 차지할 뿐입니다.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게 아니에요. 그냥 그 외의 다른 일들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 뿐이지. 영화의 마무리만 봐도 그렇습니다. 물론 그 부분에서 결국 성폭행건이 일단락(?)되긴 합니다만, 진짜 마무리는 그 뒤에 있고 그건 결국 주인공의 일상사,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정리, 뭐 그런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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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중에 정상인이 대략... 1.5명 정도 있습니다. 뭐 그냥 후하게 쳐서 두 명이라고 해 두죠.)



 - 주인공의 해괴한 캐릭터에 대한 캐릭터 스터디... 같은 건 아닙니다. 그보다는 결국 소동극에 가까운 이야기에요. 우리가 주인공에 대해 뭔가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될 때마다 그건 진한 막장의 향기와 함께 다가오고, 그걸 우리의 주인공이 그 해괴한 성격에 맞게 비정상적으로 반응하고 대응하며 해결하는 과정을 구경하는 재미가 중심이죠. 여기에서 한 가지 포인트라면 우리의 주인공이 여성, 그것도 나이 든 여성이라는 것이고. 이 분의 인생에 위해를 가하고 귀찮게 만드는 존재들이 거의 대부분 남자라는 겁니다. 그리고 위페르 여사님의 이 괴물 캐릭터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범상한 대응을 하는 일이 없으니 어떤 맥락에서는 힐링 영화(...)로 즐기실 수 있는 분들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ㅋㅋ 아. 물론 '사이다' 캐릭터 같은 것도 아닙니다. 주인공 역시 자신을 둘러싼 다른 막장 캐릭터들 못지 않게 본인의 욕망으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이시고 그래서 이기적인 짓도 많이 하고 헛발질도 자주 해요. 하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맥 없이 주변 상황에 끌려가진 않죠. 이게 이 캐릭터의 매력 포인트이자 이 캐릭터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가장 큰 부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뭐...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위페르 여사님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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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 촬영 당시 한국식 나이로 64세!)



 곱고 단아한 용모로 잊을 만할 때마다 한 번씩 변태 연기 만렙을 보여주는 우리의 위페르 여사님.

 역시나 이 영화에서도 탁월하십니다. 캐릭터가 영 이상한데도 그냥 납득이 되고, 64세 나이에 젊은 남자들이 막 꼬이는데도 그게 이상하지 않고. 존재 자체가 개연성... ㅋㅋㅋ

 헐리웃 배우들이 다 출연을 고사하는 와중에 이 분으로 캐스팅이 확정된 거라던데, 그냥 애초에 첫 번째 선택이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보는 내내 들었습니다.



 - 대충 이 쯤에서 정리하자면...

 사실 다 보고 나면 꽤 많이 막막해지는 영화입니다. 감정이 어떻게 된다는 게 아니라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는 얘기죠.

 그리고 저는 늘 그렇듯 아무 생각 없는 관객이기 때문에 무슨 의미를 분석하고 그런 건 못 하겠구요.

 되게 불편한 영화입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본 폴 버호벤 영화 중에 소재나 이야기 자체는 가장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인데 그래서 오히려 더 괴상하고 불편해요. 

 하지만 동시에 이자벨 위페르가 연기하는 주인공의 캐릭터는 그 괴상함과 이해 불가능 속에서도 반짝반짝 매력이 넘치구요. 주인공에게 12단 연속 콤보로 찾아오는 위기 상황들 역시 어이 없고 불편하면서도 상당히 웃깁니다. 결국 그래서 아주 재밌게 봤어요. 특히 버호벤의 변태 개그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해요. ㅋㅋㅋ 이 할배는 나이를 먹고도 인간이 전혀 순해지지 않아서 좋네요.




 + 웨이브로 봤습니다. iptv에선 5천원인데 웨이브에선 천 2백원인가 3백원인가 그렇길래... 그런데 어이 없게도 영상에 영어 자막과 한글 자막이 겹쳐 보이더라구요. (영화의 배경이 프랑스라서 대사는 프랑스어로 나옵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강제로 영어 자막을 함께 읽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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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플래시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ㅠㅜ 엑스박스가 뭐가 어때서요. 엉엉...



 ++ 근데 위 짤의 장면은 그냥 웃어 넘겼는데. 잠시 후에 또 이런 장면이 나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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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니에서 협찬이라도 받았나... 라는 생각을 문득. ㅋㅋㅋㅋ

 참고로 극중에서 주인공의 직업이 게임 제작사 ceo입니다. 제가 아는 게임이 극중에서 제작중인 가상의 게임인 척 등장해서 괜히 반가웠던. ㅋㅋ



 ++ 버호벤 할배 신작은 언제 나오나... 하고 찾아보니 영화 한 편을 이미 마무리하고 개봉 타이밍을 잡고 있나 보군요. 샬롯 램플링이 야한 환상에 시달리는 17세기 수녀로 나와서 자신을 돌봐주는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라는데. 뭔가 참 이 할배 다울 것 같아서 기대감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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