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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조각들]

 지난 달 초에 넷플릭스에 올라온 코르넬 문드럭초 감독의 첫 영어 연출작인 [그녀의 조각들]의 도입부는 상당히 강렬합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마사는 곧 출산을 앞두고 있는 젊은 여성인데, 영화는 그녀가 갑작스럽게 집에서 출산하게 되는 순간을 죽 보여주다가 예상치 못한 일로 그녀가 받게 되는 충격을 생생하게 우리에게 전달하지요. 워낙 인상적이기 때문에 영화 다음 부분들이 상대적으로 약한 인상을 주는 편이지만, 본 영화로 작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네사 커비의 좋은 연기는 이를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습니다. 기대를 넘어서지 않았지만 그래도 문드럭초의 전작 [주피터스 문]보다 더 잘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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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dow in the Cloud]

 [Shadow in the Cloud]의 이야기 설정은 꽤 단순합니다. 시대 배경이 제2차 세계대전 중반인 가운데, 영화 초반에서 클로이 모레츠가 연기하는 여주인공은 어떤 의문의 목적으로 한 연합군 폭격기에 탑승하는데, 비행 도중 그녀가 밖에 뭔가 이상한 게 있는 걸 목격하면서 상황은 가면 갈수록 불안해져만 가지요. 보다 보면 [환상특급]의 어느 유명 모 에피소드가 금방 떠오르는데, 영화는 짧은 상영시간 동안 긴장감을 잘 유지하는 가운데 모레츠의 연기는 이를 잘 지탱하고 있습니다. 후반부에 가서 액션을 막 하면서 분노의 질주 시리즈만큼이나 황당해지긴 하지만, 심심풀이용으론 괜찮더군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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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존스]

얼마 전에 국내 개봉된 아그니에슈카 홀란트의 [미스터 존스]는 1930년대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실제 참극을 영국 저널리스트 가레스 존스의 관점을 통해 그리고 있습니다. 그 당시 소련 정부에게 어느 정도 호의적이었던 존스는 그가 모스크바에 오기 직전에 의문의 죽음을 당한 그의 친구가 은밀히 조사하던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나중에 가서 한 끔찍한 진실을 직접 밝히고 보도하려는 그를 소련 정부가 그냥 둘 리가 없지요. 전반적으로 이야기와 캐릭터가 평탄해서 살짝 불만족스럽지만, 영화가 전달하고 하는 메시지는 지금도 유효하다는 건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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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라운드]

토마스 빈터베르그의 신작 [어나더 라운드]는 한 별난 일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네 교사 주인공들은 그들 중 한 명의 생일 축하 저녁 식사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꾸준한 알코올 섭취를 통한 삶의 향상 가능성에 대해 잠시 토론하게 되는데, 얼마 후 이들은 낮 동안 지속적으로 일정 혈중 알코올 농도를 유지하는 걸 한 번 시도해 보게 됩니다. 영화의 전반부는 이 희한한 시도로 이들 일상에 상당한 변화가 오는 걸 경쾌하게 지켜보는데, 후반부에 가서 상황은 당연히 더 심각해지지만 영화는 그 와중에서도 유머 감각을 전혀 잃지 않습니다. [더 헌트]를 비롯한 빈터베르그의 더 진지한 전작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가벼운 인상을 주지만, 보는 동안 간간히 낄낄거리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러니 조만간 2차 한 번 해 볼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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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dom of Silence]

 다큐멘터리 영화 [Kingdom of Silence]는 2018년 10월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의해 살해당한 반정부 언론인 자말 까슈끄지의 인생과 경력을 가까이 들여다봅니다. 1980년대 아프가스니스탄 전쟁 취재로 입지를 굳힌 이후로 까슈끄지는 30여년 동안 여러 전환점들을 거쳤는데, 한 때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상당히 우호적이었던 그는 말년에 가서 매우 비판적이 되었고, 이는 결국 그의 죽음으로 이어졌지요. 다큐멘터리는 까슈끄지의 인생과 경력 사이를 오가면서 한 열정적이었던 언론인의 초상을 그려가고 있고, 그러기 때문에 그 끔찍한 사건의 경위를 다룬 후반부는 보다 보면 소름끼치면서도 동시에 분통 터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사건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인데, 정의가 언젠가 이루어지길 바래야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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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tally Under Control]

 다큐멘터리 영화 [Totally Under Control]는 지금도 계속 나빠지고 있는 미국의 COVID-19 바이러스 유행 상황 전개를 침착하게 관조하고 설명합니다. 작년 초 동안 알렉스 기브니와 그의 두 공동 감독들은 어느 정도의 필수 안전 조치를 취하면서 여러 다양한 전문가들을 지켜보고 인터뷰했는데, 결과물은 간간이 서두른 티가 나지만 상황이 작년 동안 얼마나 나빠졌는지를 생생하고 명료하게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다큐멘터리의 여러 억장 터지는 순간들을 보는 동안 그 인간말종이 재선 실패한 게 천만다행이란 생각이 저절로 드실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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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my Carter: Rock & Roll President]

 다큐멘터리 영화 [Jimmy Carter: Rock & Rock President]는 전직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의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면을 보여줍니다. 동시대 미국 대통령들에 비하면 평범한 편이었지만, 카터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면서 동시에 1960년대부터 시작된 사회적/문화적 변화의 물결을 탈 줄 아는 진보적 정치인이었고, 다큐멘터리는 그의 선거 운동이 윌리 넬슨과 밥 딜런을 비롯한 여러 다양한 동시대 음악인들을 통해 어떻게 급진했는지를 재미있게 보여줍니다. 평소에 카터가 당연히 존경할 만하지만 좀 심심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다큐멘터리 덕분에 카터가 얼마나 쿨하신 노인장인지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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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미싱 영 우먼]

 TV 시리즈 [킬링 이브]의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던 에메랄드 페넬의 장편 영화 데뷔작 [프라미싱 영 우먼]은 불편하면서 동시에 흥미진진합니다. 여성 복수극으로서는 찜찜한 구석들이 한둘이 아니지만, 영화는 일단 분위기와 스타일로 시선을 붙잡으면서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는 편이고, 캐리 멀리건의 호연도 여기에 한 몫 합니다. 논란거리가 많지만 당분간 오래 기억될 것 같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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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에서의 하룻밤]

 얼마 전 아마존 프라임에 올라온 레지나 킹의 감독 데뷔작 [마이애미에서의 하룻밤]은 켐프 파워스의 희곡 [One Night in Miami]를 각색한 작품입니다. 영화의 중심 사건은 1964년 2월 25일 마이애미에서 맬컴 엑스가 그의 가까운 친구들인 짐 브라운, 샘 쿡, 그리고 나중에 무하마드 알리로 개명하게 되는 캐시어스 클레이와 함께 가진 조촐한 개인적 모임인데,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순간들이 얼마나 사실에 가까운 지는 몰라도 영화 속 주인공들은 여러모로 생생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들로 다가오는 가운데, 출연배우들의 능란한 앙상블 연기도 간간이 빛을 발합니다. 소박하지만 의외로 많이 흥미진진하더군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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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타이거]

 라민 바흐러니의 신작인 넷플릭스 영화 [화이트 타이거]는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아라빈드 아디가의 2008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인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주인공 발람은 자신의 비천한 성장배경을 언젠가 벗어나길 꿈꾸어 온 젊은이인데, 동네 지주의 둘째 아들의 운전사로 고용되면서 팔자 바뀌는 듯하지만, 당연히 곧 그는 계급 이동이 그리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될뿐더러 그와 그의 고용주 사이의 간극을 더더욱 의식하게 되게 되지요. 가면 갈수록 얍삽해져가는 그를 지켜보는 건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지만, 영화는 이를 통해 뼈있는 사회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러다가 결국 도달하게 되는 마지막 순간은 상당한 여운을 남깁니다. [불법 카센터]를 비롯한 바흐러니의 전작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강렬하지만, 흥미로운 건 변함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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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의 회사원 주인공 정은의 처지는 정말 암담하기 그지없습니다. 어떤 일 때문에 회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도 부족해서 어느 외딴 해안 지방의 하청업체로 전근가게 되었는데, 말이 전근이지 거의 해고당한 거나 다름없거든요. 영화는 그녀가 제목 그대로 본인이 해고당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지켜보는데, 그녀와 다른 주변인들의 각박한 현실을 보다 보면 지금도 어딘가에서 그들만큼이나 절박한 분들이 많다는 생각이 절로 들지요. 그나저나,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단단히 지탱하는 유다인을 보다 보면 [혜화, 동]이 벌써 10년 전이란 걸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 앞으로 좀 더 자주 볼 수 있길 빌겠습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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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를 보고 나서 바로 [세자매]를 보는 건 꽤나 고된 일이었습니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도 참 암담했지만, [세자매]도 마찬가지로 암담한 구석이 많았거든요. 여기에다가 영화의 세 주인공들은 그다지 호감이 가는 인간들이 아니지만, 문소리, 김선영, 그리고 장윤주의 좋은 연기 덕분에 전반부와 중반부는 견딜 만했고 이들이 모여서 벌이는 후반부의 막장 클라이맥스는 화끈합니다. 좀 더 세게 그리고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면 좋았겠지만, 이 정도도 그리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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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ce Were Brothers: Robbie Robertson and the Band]

 다큐멘터리 영화 [Once Were Brothers: Robbie Robertson and the Band]는 로비 로버트슨과 그가 다른 네 음악인들과 함께 1968년에 결성한 밴드 “The Band”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다큐멘터리의 기획 제작자들 중 한 명인 마틴 스콜세지의 1978년 콘서트 영화 [라스트 왈츠]를 통해서만 이 밴드를 접했기 때문에, 밴드의 짧지만 굵은 역사에 관해 듣는 건 꽤 재미있는 일이었지만, 다큐멘터리가 로버트슨에게만 주로 집중한 게 개인적으로 좀 아쉬웠지요. 현 시점에서 다른 밴드 멤버들은 한 명 빼고 다들 죽었다는 걸 고려하면, 로버트슨에게 초점이 맞추어지는 게 당연하지만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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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디그]

 넷플릭스 영화 [더 디그]는 1939년 영국 서포크에 있었던 한 중요한 고고학 발굴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실화에 어느 정도 픽션을 섞은 존 프레스턴의 동명 역사 소설에 바탕을 둔 이 영화가 얼마나 실화에 가까운지는 모르지만, 두 다른 주인공들 간의 관계 발전에 중점을 둔 캐릭터 드라마로써는 비교적 잘 먹히는 가운데, 캐리 멀리건과 레이프 파인즈를 비롯한 출연배우들도 든든한 편입니다. 뻔하긴 하지만, 생각보다 재미와 감동을 잘 캐내는 편입니다. (***)


P.S.

 멀리건이 맡은 실존인물이 실제 그 당시 56세라는 걸 고려하면 너무 좀 젊어 보이지요. 원래 캐스팅 대상이었던 니콜 키드먼이나 케이트 블란쳇의 경우 그리 어색하지 않았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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