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는 없어요.



 - 블레이드 런너, 브라질, 토탈리콜(리메이크), 월E, 스타워즈에다가 다들 아시다시피 카우보이 비밥에 심지어 에일리언과 건담(!?)까지. 보면서 정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작품들이 머릿 속을 스쳐지나갑니다. 이 감독님 덕후신 건 알고 있었지만 뭘 또 이렇게까지... ㅋㅋㅋㅋ 



 - 솔직히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캐릭터들이 피상적인데... '탐정 홍길동'이나 그 외 이 감독 다른 영화들의 캐릭터들도 얄팍한 건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나름 다 개성이 있고 또 뭔가 자연스럽게 매력을 느끼게 만드는 면이 있어서 괜찮았는데.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피상적이면서 또 다들 되게 걷고 움직이며 말하는 클리셰라는 느낌이 강해요. 엄청 전형적이라는 얘기죠.


 뭐 그렇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착착 잘 이어 붙이면 괜찮습니다만. 그 캐릭터들을 움직이는 이야기가 또 시작부터 끝까지 클리셰들이고, 그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어 붙지가 않는 느낌입니다. 뭐랄까... 너무 쉬워요. 캐릭터들의 심경 변화나 행동 변화, 국면 전환과 이야기 전개 같은 것들이 '어차피 그렇게 될 건 알고 있었지만 좀 급작스러운 걸?' 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러니까... 이야기의 흐름이 전체적으로 좀 자연스럽게 고조되는 맛이 없다고 해야 하나요. 이미 정해진 스탭 A, B, C를 순서대로 밟아 나가는데 전반적으로 좀 서두르는 느낌입니다. 할 이야기는 많은데 시간은 모자라!!! 라는 감독의 절규가 들려오는 느낌. 부분부분은 재밌는데 그 부분들이 그렇게 찰떡같이 잘 붙어 있지는 않습니다.



 - 액션 쪽에서도 아쉬움이 있습니다. cg나 '멋진 그림' 측면에선 상당히 좋은데, 완급 조절과 방점 찍기가 잘 안 되는 느낌이랄까요. 이렇게 해서, 저런 반응이 왔으므로, 그렇게 되었다. 라는 설정들이 분명히 액션 속에 다 들어가 있는데 그게 그렇게 알기 쉽게 와닿지가 않고. 그러다 보니 쾌감이 온전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 하지만 이쯤에서 추억을 떠올려 보죠. 내츄럴 시티, 예스터 데이,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원더풀 데이즈, 인랑.... 아, 이만하죠;;

 한국에도 볼만한 SF 대작 영화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는 생각을 대략 20년 이상 하고 살아온 사람 입장에서 '승리호'는 깔 수가 없는 영화입니다. ㅋㅋ


 일단 때깔이 좋습니다. 헐리웃 특급 대작과 비할 바는 아니어도, 가끔씩 좀 부족한 티가 나기는 해도 전반적으로 cg를 활용한 연출들이 무난 깔끔하게 보기 좋습니다.


 그리고 헐리웃 B급 영화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볼거리나 설정을 들이대면서 '어때! 멋지지!! 한국 영화도 이런 거 할 수 있다고!!!' 라는 느낌으로 오버하는 촌스러움이 없어요. 부족하고 아쉬운 점은 있을 지언정 그냥 자연스럽게 자기가 준비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라는 느낌이었어요. 이것만 해도 대견해 죽겠더군요.


 게다가 좀 덜컹거리나마 무리수 없이 적절히 흘러가는 스토리 속에서 실력 좋은 배우들이 성심 성의껏 연기를 펼쳐줍니다. 


 덕택에  '한국 SF 대작'들이 아무도 피해가지 못 했던 그 총체적 어색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아예 없는 것까진 아니지만 정말 별로 못 느꼈어요. 

 본받을 만한 국산 선배 영화가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현실에서 이 정도의 성과를 거둔 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성희 감독 만세.



 - 그리고 또 한 가지...

 감독이나 관계자 인터뷰를 전혀 찾아보질 않아서 모르겠지만. 이 영화 관람 등급이 12세 이상입니다.

 근데 왠지 감독이 저 등급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각본을 쓰고 영화를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처럼 이렇게 쓸 데 없는 거 하나하나 신경 쓰고 지적질해가며 영화를 보지 않는 순수한 영혼들 입장에선 그냥 신나게 볼 수 있는 최초이자 최고 퀄의 국산 SF 액션 오락 영화가 아닌가... 싶더라구요. 이게 극장에서 개봉했더라면 어려서 극장에서 본 국산 SF 영화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갖고 어른이 될 관객들을 양산해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리고 감독도 그런 걸 좀 생각하며 이야기를 짜고 영화를 만들었을 것 같은데. 그게 참 아쉽네요.



 - 결론은요.

 널리널리 인정 받고 고전으로 자리 잡을 명작급 영화냐... 고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작정하고 흠 잡으려 들면 지금까지 적은 글 몇 배 분량으로 트집을 잡아댈 수도 있겠지만, 

 이뤄낸 것이 상당히 많은 영화이고 또 그 이뤄낸 것들이 저 같은 사람이 아주 오랫동안 바라왔던 것들이어서... ㅋㅋㅋ

 전 여전히 조성희 감독 영화들 중엔 '탐정 홍길동'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좋습니다. 이 정도면 만족했어요.

 가장 큰 아쉬움은 이게 극장에 걸리지 못 한 거에요. 극장의 큰 스크린으로 보고 싶네요.

 



 + 아. 그러고보니 '설국열차'를 완전히 잊고 얘기하고 있었네요. 하하하; 그건 솔직히 제가 그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해서 그렇습니다. <-


 ++ 아무리 그래도 빌런은 지금보단 좀 더 매력 있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았겠다... 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예 그냥 화려하게 미친 놈으로 가든 아님 좀 더 복잡한 면이 있는 입체적 캐릭터로 가든 했음 좋았을 텐데. 어쨌든 지금의 빌런님은 너무 매력도 없고 관심도 안 가네요. 


 +++ 도대체 김태리는 2300년대의 먼 미래에서 어떻게 80~90년대 판본 '영웅문'을 읽고 있었을까요. 그 시대에 복각이라도 됐나... ㅋㅋㅋ


 ++++ 자동 번역기를 다들 장착하고 다니면서 각자 자기네 나라 말로 막 떠든다... 라는 설정이다 보니 자막이 엄청 많습니다. 전 그냥 한글 자막까지 켜버리고 봤네요. 오히려 그게 덜 헷갈리는 느낌이라.


 +++++ 사실 가장 아쉬웠던 건 우주의 운명을 손에 쥔 그 아이 캐릭터였습니다. 조성희 감독이 아역 배우 지도 잘 하는 사람이고 (탐정 홍길동의 말순이는 지금도 제 인생 아역 캐릭터입니다) 이 영화의 어린이도 연기 자체는 좋은데... 맡은 역할이 그렇다 보니 자연스런 느낌도 덜하고 매력이 좀 덜 살더라구요. 



 ...아. 제일 중요한 얘길 까먹고 등록 버튼을 눌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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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리 만세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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