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편이 정말 재미없어보이게 뽑혀나왔기 때문에 별 기대 안하고 봤는데 그 기대 이상을 해주는 영화였습니다. 극장 개봉해서 돈내고 봤어도 아깝다는 생각이 안들 정도로 재미있게 봤어요. 다만 잘 만들었다고 생각드는 만큼 단점도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태호가 꽃님이를 업고 승리호로 점프를 하는데 뒤에서 카밀라가 달려들어 잡아 끌어서 꽃님이가 떨어지고 그걸 박씨가 공중에서 나꿔채서 구해내는 장면. 거기까지는 좋은데 그러면 당연히 관객은 박씨와 꽃님이가 끌어 당겨져서 승리호에 다시 올라타는 장면을 기대하게 됩니다. 한데 영화에서는 그 부분을 생략하고 승리호는 바로 우주공간으로 빠져나가버리죠. 이렇게 액션이 부분 부분은 좋은데 흐름이 끊긴달까 맥락이 연결이 안되는 장면이 많더군요.

UTS가 검은 여우단 단원들은 다 죽이고 승리호 선원들은 잠시 살려두는 장면이 있는데 너무 주인공 보정 티가 납니다. 승리호와 검은 여우단의 교섭이 잘 끝나서 꽃님이는 아빠와 검은 여우단과 같이 가고 승리호 선원들은 돈을 받고 헤어졌다가 검은 여우단이 UTS에게 습격 당해서 전멸하고 꽃님이가 납치 당해서 승리호에서 꽃님이를 구출하러 가는 식으로 전개하는 게 나았을 겁니다. 그 와중에 돈을 얻은 태호는 '나는 순이를 찾겠다'고 빠졌다가 다시 합류하면 되고요.

박씨가 카밀라와 1:1하는 장면에서 전 박씨가 동귀어진하려는 줄 알았어요.(모티브가 되었을 에일리언2에서는 리플리가 퀸을 밖으로 몰아내려는 의도를 명백히 드러내죠) 뻔하게 가지 않으려고 변주를 준 듯한데 약간 애매하게 느껴졌습니다. 

클라이막스에서 장선장은 다른 우주청소부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그동안 남들이 구한 거 루팅해가는 얌체처럼 굴어놓고 막판에 가서 도움을 구하니 청소부들이 응하는 게 설득력이 좀 떨어집니다. 초반에 승리호의 지위를 '분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같은 식으로 설정했다면 어땠을까 싶네요. 남들이 선점한 우주쓰레기를 뺏아갈 게 아니라 스피드나 조종실력으로 정당하게 먼저 쓸어간다는 식으로 말이죠. 한데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극적 전개를 위해 폐공장에 수소폭탄이 없다는 걸 관객들에게 숨기는 바람에 잠시동안 장선장과 승리호 선원들은 자기들은 살겠다고 공장에서 멀리 떨어지면서 우주청소부들을 폭발에 말려들어 죽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이기적인 인물들로 비춰지게 된다는 겁니다. 물론 그게 아니라는 건 잠시 후에 밝혀지긴 하지만 그러다보니 액션에 몰입이 잘 안되었습니다.

설리반이 왜 그리 지구에 원한을 품었는지 잘 설명이 안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장수한 비결과 핏줄이 불거지는 떡밥도 해소가 안되고 끝났죠. 


단점은 대충 이 정도로 하고 장점을 꼽자면 와! CG가 그럴싸한데 그게 세계관이나 이야기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서 볼만한 구경거리가 되는 와중에 액션도 따로따로 보면 근사하게 뽑혔네? 와! 궤도 엘리베이터! 와! 카우보이 비밥! 와! 에일리언2! 와! 뉴건담! (.....) 이런 심정으로 즐겁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배우들은 조금씩 붕 떠보인다고 할까 그런 와중에 박씨역의 진선규가 제일 괜찮더군요. 꽃님역의 박예린도 좋았고요. 업동이는 캐릭터 자체는 좋았는데 대사가 너무 안 들렸습니다. 한국어자막을 켜고 보자니 쓸데없는 동작 설명까지 자막으로 떠서 다시 끄고 봤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40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92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919
115157 아주 잘지은 노래 가사 [5] 가끔영화 2021.03.17 500
115156 기성용에 대한 PD수첩내용이 거짓일까요? [13] 산호초2010 2021.03.17 1331
115155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7] 어디로갈까 2021.03.17 1013
115154 미주한인 4명 20대 백인남자의 총격으로 사망 [18] Lunagazer 2021.03.17 1136
115153 오늘의 인물(김재련과 박영선) [17] 사팍 2021.03.17 916
115152 Leon Gast 1936-2021 R.I.P. 조성용 2021.03.17 237
115151 좋아하는 중국의 것 있으세요? [35] tom_of 2021.03.17 1295
115150 [영화바낭] 유명 간호사님과 아무 상관 없는 영화, '나이팅게일'을 봤습니다 [9] 로이배티 2021.03.16 583
115149 너무 많은 접속의 시대 [5] 고요 2021.03.16 511
115148 야당 단일 후보는 오세훈이 될 것 같네요. [1] 분홍돼지 2021.03.16 742
115147 성질을 못 이기고 횡설수설 [15] 어디로갈까 2021.03.16 1033
115146 일리야 나이슐러의 [노바디]도 기대가 되는군요. [2] Lunagazer 2021.03.16 322
115145 저스티스 리그 - 스나이더 컷 / 이번주 목요일 개봉 [8] 분홍돼지 2021.03.16 581
115144 Yaphet Kotto 1939-2021 [1] 조성용 2021.03.16 221
115143 바낭 - 혐오를... 멈추세요! [2] 예상수 2021.03.16 601
115142 아이언맨2(2010) [6] catgotmy 2021.03.16 349
115141 여론조사가 야당이 앞서네요 [2] 고요 2021.03.16 765
115140 음악웹진들의 2020년 올해의 트랙, 싱글 또는 앨범 그리고 한국대중음악시상식 결과 [3] 프랜시스 2021.03.16 628
115139 93rd Oscars Nominations [23] 조성용 2021.03.15 945
115138 코로나로 좋은 점 2가지 [14] 산호초2010 2021.03.15 102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