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상담

2021.03.21 17:10

어디로갈까 조회 수:902

아버지와 바둑을 두는 중인데,  후배가 전화로 다급하게 연애상담을 했습니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듣노라니 고린도전서에  나오는 구절 '사랑은 유익을 구하지 않는다'가 떠오르더군요. 
쓸모없을지라도 , 아무 이익이 없을지라도 관계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게 연애입니다. 독일어로 아마추어를 'Liebhaber'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연인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 것 아닐까요. 사랑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사람은 '아마추어'. -_-

연애는 변증법을 모릅니다. 연애는 상대를 ‘지양’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변증법도 연애의 삼각관계를 모릅니다. 한 이성을 두고 두 사람이 동물이되어 각축하지만, 그 가운데 희미하게 점선으로 이상한 공감 같은 게 생겨야 비로소 삼각관계가 형성되는 거니까요.  그리고 거기에는 변증법적 상향에 대한 강박이 없습니다. 쩜 쩜 쩜으로 이어지는 점선의 공감에는 그저 시간이 스치듯 지나갈 뿐입니다.

연애의 장점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나가는 시간 - 벡터Vector화된 시간 -  어떤 사물에 묻어 있거나 어떤 장소에서 추억되는 형태의 시간으로 환기되는 점인 것 같습니다.
' 그/그녀와 이곳에서 맛있는 걸 먹었는데 라거나, 그/그녀가 사준 물건이라거나 라는 식으로 모조리 벡터화는 시간(라투르) 말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무엇인가에 의탁하여 매개화될 때, 시간은 변증법의 구속을 받기 마련이죠.

연애 없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요, 저요! ㅋㅎ)  그냥 시간이 스치듯 지나가는, 일종의 삼마지의 시간이긴 하지만요. 어릴 때 할아버지에게서 '삼마발제'라는 용어를 들었습니다.  삼마지, 삼매로서 “자기 마음으로 마음을 들여다 본다” 라는, 조금은, 아니 꽤나 많이 이성적이면서 반성적인 내부시각이 깃들어 있는 단어입니다. 우리가 죽은 후에 찾아오는 정신이랄까요. 
하지만 사후에 오는 것이라도, 아 그때 그랬지 라고 한참 뒤늦게 깨닫는 한이 있어도, 시간 자체가 흐르도록 내버려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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