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안뽑았는데요

2021.04.07 22:03

Sonny 조회 수:1507

물론 박영선도 안뽑았습니다. 허경영도 당연히 안뽑았습니다.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저는 이 선거 자체에 화가 납니다. 저는 부재자 투표를 지난 주말에 일찍 했는데 저 사람들은 토요일에 무슨 죄가 있어서 저렇게 투표 관리 일을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당연히 투표하러 가면서도 짜증이 났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돈이 이렇게 소모된다는 게 도대체 이해가 가질 않더군요. 주말에 못놀고 일하는 게 얼마나 신경질이 나는데요.


이번 보궐 선거를 하게 된 이유가 뭡니까. 박원순이 성추행해놓고 자살해서 그렇습니다. 박원순이 성추행을 안했으면 이런 일은 안일어났습니다. 그런데도 더민주 지지자들은 자꾸 다른 데서 이유를 찾으려고 합니다. 무슨 정의당 이야기를 하고 있나요. 박원순이 성추행하고 죽었으니까 박원순이 있던 더민주, 박원순 추모하자면서 2차 가해하는 더민주를 찍어주기 싫어서 안찍어준 겁니다. 보궐 선거를 한 가장 큰 정치적 원인을 외면하고 자꾸 더민주가 망하면 국힘당이 된다니 어쩐다느니 하는 자해공갈만 하면 어떡하나요. 정말 답답합니다. 


이번 선거의 근본적인 원인도 더민주가 질 수 밖에 없었는데, 선거에 후보를 내놓는 선택도 패배에 한몫했습니다. 만일 공직자가 불미스러운 이유로 직을 내노는다면 그 당에서는 후보를 내놓지 말아야 한다고 했던 당론은 애초에 더민주가(문재인이) 스스로 한 약속 아닙니까. 그런데 그걸 지켜야 할 이번 타이밍에 저렇게 보기 좋게 후보를 내놓으니 어떤 사람이 기가 막혀하지 않겠습니까. 늘 원칙 원칙 떠들면서 자기들은 하나도 원칙 안지킵니다. 매번 쪽팔림을 감수하고 최악의 상황만은 막아야하지 않겠냐고 읍소를 하는데, 이거 그냥 자해공갈입니다. 내가 안되면 다 망한다? 이미 망하게 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인가요.


그래도 더민주를 찍었어야 할 것이라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뇨. 왜 그래야 합니까? 잘못을 한 정당은 투표로 심판한다는 게 촛불집회 이후의 대선과 총선 아니었나요.더민주를 그냥 싫어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더민주를 찍어서 국힘당의 재래를 막았어야 한다고 하지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만일 국힘당을 막는 게 그렇게 절실했다면, 후보를 내놓지 말고 그냥 시민연합으로 해서 반 보수 후보를 내놓고 더민주는 거기서 서포트만 했으면 됩니다. 그게 그나마 명분이라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수였어요. 그래도 혹시나 더민주를 찍어줄 사람들이 있으니까 일단 후보를 내놓자? 심판당하기로 작정한 불나방들이나 할법한 수를 이렇게 해놓고 또 남탓하는 거 정말 좋지 않습니다. 이길 수 없다면 후퇴라도 안전하게 해야했습니다. 그런데 더민주는 그걸 못했죠. 이런 건 분전이 아닙니다. 오만이죠.


이제 진짜 진지하게 생각을 해야합니다.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나름 이름있는 정당이고 아직도 골수지지자들은 많잖아요? 뭘 하더라도 국힘당은 죽어도 표를 못주고 국힘당 막기 위해 더민주를 찍어준다는 분들이 있으니까, 이 지지세력을 가지고 새로운 흐름에 제발 동참하길 바랍니다. 지금 당장 검찰이랑 주구장창 샅바싸움만 하다고 본전도 못건지고 무능하고 무력한 당이라는 패배자 이미지만 얻었잖아요. 그러니까 좀 멀리 보고, 더민주가 어떤 정책적 포지션을 취할 수 있을지 프레임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심판자 노릇 못한다는 거 다 알고 있으니까 어줍짢게 언론과의 전쟁 검찰과의 전쟁 그만 일으키고요. 거대 권력에 저항하는 유일한 맞수로서의 프레이밍을 그만 하란 이야기죠. 조국 한명이 터트린 불꽃이 얼마나 화려했는지 좀 떠올려보시고요.


모든 실패가 쇄신의 타이밍을 뜻합니다. 이제라도 2차 가해 그만하고, 각종 성범죄자가 튀어나올 정도로 그릇된 역사가 있었다는 걸 인정하고, 더민주가 적극적으로 인권과 약자에 대한 고민을 좀 하길 바랍니다. 뭘해도 남아있는 골수 지지자들이 있다면 그 지지자들 믿고 변하면 될 거 아닙니까? 매번 포퓰리즘에 얹혀가려하니까 국힘당과 또이또이인 사건이 터질 때는 당의 명분과 위세가 다 추락합니다. 중도 보수 이런 거 없습니다. 보수를 지향하면서 진보를 지향할 수도 없구요. 그 어정쩡함과 모든 정책을 다 포용하며 아무한테도 욕먹지 않겠다는 그 어중띤 생각이 지금같은 실패를 초래하게 합니다. 국힘당은 계속 욕망을 판매하는 당이라고요. 욕망도 못팔고 그렇다고 정의도 못파는 당이 어떻게 이깁니까? 


진짜 이번 선거가 짜증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39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91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880
115667 경향과 한겨레의 차이는 뭘까요?? [20] 나는클리셰다 2011.12.14 4358
115666 왕십리나 종로3가 등 5호선라인 조용한 카페 추천부탁드립니다 [10] hybris 2012.05.03 4357
115665 남자가 계집애처럼 허여멀건하게 생긴것보다 [30] Any Love 2011.12.07 4357
115664 경주(맛집)이야기 + 어떤 쉬크한 꼰대 남자들 [23] 멀고먼길 2012.10.24 4357
115663 김동길, 조경철, 김정흠, 이상구 박사, 황산성 변호사 뭐 이런 연예인 아닌 저명인사들... [13] WILLIS 2011.10.03 4357
115662 연애와 연락 [20] 밍고 2012.01.24 4357
115661 아래 냄새..후각 예민하신 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11] N.D. 2011.03.25 4356
115660 외국사람들과 같이 음식 먹은 체험담 [17] 카블 2011.11.30 4355
115659 44 사이즈는 대체 상의 무슨 사이즈를 말하는거죠? [7] 헬로시드니 2011.08.30 4354
115658 눈 작은 배우 [4] 가끔영화 2012.08.20 4353
115657 원래 배우로 좋아하거나 싫어했는데 예능프로에 나와서 이미지가 달라진 배우. [17] poem II 2012.01.22 4352
115656 드라마세트 제작 보조 아르바이트를 한 소감 [6] 마으문 2012.02.21 4351
115655 저도 셜록 이야기 - 정말로 쓸데없이 깁니다;;; [4] august 2011.03.09 4351
115654 허현회씨가 사망했다는 군요 [9] 연성 2016.07.09 4350
115653 오늘 nbc 싸이 공연 영상.(화질 다른거 하나 추가.) [17] 자본주의의돼지 2012.09.14 4350
115652 [아이돌] 카라 컴백 발표 기념(?) 아이돌 잡담 [27] 로이배티 2012.08.03 4350
115651 YG 의 계획들 이라고 합니다. [7] 魔動王 2012.07.09 4350
115650 [스포일러] 오늘자 위대한 탄생 잡담 [15] 로이배티 2011.03.11 4350
115649 덱스터, 이혼 (드라마 스포 아님) [6] Johndoe 2010.12.17 4350
115648 남자 주인공이 정말 진짜 매우 멋있게 나오는 영화 추천해주세요. [34] Linear Algebra 2010.07.11 435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