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향인을 연기하는 내향인의 푸념

2021.04.08 23:34

Tuesday 조회 수:740

저는 거의 거의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절반을 어느 순간부터 외향인을 연기해오면서 살았어요.

조직생활에서 받는 불이익을 피하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이 외향인을 연기해야하니까 등등 여러 이유가 있었던 거 같아요.

예전에는 '내가 내향적인 걸 못 바꾸는 건데 멀 어쩌겠나...' 라는 식의 마음으로 살았지만, 사람들 사이에선 고립될 순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씩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친화력을 발휘해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더랬죠.


물론 처음엔 정말 인위적인 연기력(...)이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보니 어느 순간 알게 된지 얼마 안 되는 사람들하고도

자연스럽게 농담 정도는 주고 받을 수 있는 경지까지 왔습니다.

물론 실수할까봐 늘 걱정되기도 하고, 농담도 마음속으로 수십번은 생각해서 하고, 정말 엄청나게 쭈뼛거리지만요.

집에 와서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요. 이건 못 고치겠더라고요.


제 스스로를 싫어하고 그런 마음은 아니더라도,  외향적인 사람들이 부럽긴 해요. 

나는 이만큼 노력해서 하는 것을 타고나게 쉽게 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참 부럽네. 좋겠다.... 이런 마음이죠.

흑흑 왜 저한테는 그게 왜 이런 노력을 해야 하는 거죠? (화내는 거 아닙니다. 푸념입니다.)


어쨌든 그런 노력 덕에 주변에서 절 막 알아가는 사람들은  제가 낯가린다고 하면 그렇게 안 보인다고는 합니다.

하지만, 가까워지면 금방 눈치채고 말죠. 가끔씩 아무말도 안하고 있는 시간도 많고, 

주변 사람들이랑 웃으면서 재밌게 얘기하더라도, 거기에서 더 나아가는 경우는 별로 없기도 하니까요.

거기에 개인적인 얘기는 잘 하지 않고, 편하게 말을 놓는 것도 아니고(근데 저는 말 안 놓는 것도 편해요!)

그래서 친화력이라고 해도 연기는 연기처럼 보이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좀 들기도 하네요.


오늘 친구와 인간관계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제가 정말 인간관계에 어색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오늘 만난 친구도 약간 저랑 비슷한 성격인데, 그 친구 얘기를 듣고 있자니 자기 객관화가 저절로 됐네요.

마침 친구랑 만나던 중에 친한 직장동기에게 전화가 왔는데, 통화하는 걸 보더니, 친한 사이 맞냐고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어색한 사이처럼 보인다면서요.

아니 내가 친하다는데 지가 뭔데... (농담)


근데 또 어떨 때 보면 제가 정말 어색해하는 거 같아요.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 있어도 저는 늘 그 안에서 어색해하는 거 같아요.

저를 이미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제가 친하게 지내려고 아니까 그러는 걸까요? 

아니면 제가 어색한게 싫어서 누군가와 가까워지려는 시도를 저도 모르게 안하려고 하니까 그런 생각이 드는 걸까요?

제 스스로도 왜 이렇게까지? 싶은 적도 있고요. 이런 거 고민하는 것도 웃긴 건가요?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을까요? 어색한 걸 안 어색한 것처럼 하는 방법을 저는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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