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요즘은 그래요. 여자들은 자신이 피해자라고 하고 이상하게도 남자들도 자신이 더 개같은 취급을 받는 계층이라고 주장하죠. 누구 말이 맞는 걸까요? 둘 중 하나가 거짓말을 하는 걸까? 아니면 둘 다 프로파간다를 위한 거짓말을 하는 걸까...생각해보곤 해요. 모든 정치인들과 행정가들이 감정도 없고, 더이상 유권자에게 잘 보일 필요도 없는 AI로 교체되기 전까지는 징징거리는 게 하나라도 더 분배받는 데 유리하니까 그럴 수도 있겠죠.


 아니면 사실과는 무관하게 둘 다 스스로 피해자고 약자라고 느끼고 있을수도 있고요. 보통 이런 글을 쓰면 나는 '그러니까 성공해서 성별이라는 타이틀에서 탈각해라. 성공한 사람만 되면 니들 인생엔 아무 문제도 없다.'라고 말하곤 하지만...그런 말은 많이 썼으니까 다른 말을 써보죠.



 2.내가 경험한 바로는 남자에 대한 사회의 취급이 더 열악해요. 일단 일상에서 겪는 자잘한 육체노동을 도맡는다던가 크게는 군대까지, 짊어져야 할 짐이 많죠. 그리고 여러 사람의 시선과 귀가 있는 곳에서는 남자는 어쩐지 바보같고, 덜 떨어지고, 허세를 부리려다가 똑 부러진 여자에게 반격당하는 이미지로 공공연하게 묘사되죠. 여자는 올바르고 남자는 실수투성인 시퀀스는 광고나 예능, 드라마에서 수없이 나와요. 남자에 대한 존중을 보이는 경우는 그 남자가 뭔가를 아주 많이 가졌을 때 뿐이죠.


 이런저런 행정이나 생활지원 문제에서도 여자는 남자보다는 조금씩 더 나오는 것들이 있고요.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사회와 문화는 여자들의 편을 더 들어 주고 있죠. 한국 남자는 군대에 2년 가는 게 엄청난 페널티일 수밖에 없어요. 50대의 2년도 아니고 40대의 2년도 아니고 30대의 2년도 아닌, 인생의 어느 때보다도 가치있는 시기의 2년(+앞뒤로 @)를 그대로 헌납해야만 하니까요. 그 2년의 시간이 힘들고 덜 힘들고를 떠나서, 가장 발전해야할 시기에 무의미한 집단 생활을 겪으며 멈춰 있어야 하는 건 인생에서 엄청난 마이너스죠.


 그리고 영앤 리치가 아닌 젊은 남자들은 별별 이유로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게 이상하게도 디폴트가 되어 있어요. 인간들은 불필요하게 잔인하니까 뭐 이건 어쩔 수 없나 싶기도 하고. 



 3.하지만 전에 내가 썼듯이 남자들은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하죠. 아무리 문명이 발전해도...아니, 문명이 발전할수록 남자들은 힘들 수밖에 없어요. 남자는 사회의 소모품이고 여자는 사회의 자산이니까요. 여자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여자'라는 최소한의 가치가 보장되지만 남자들은 아무것도 못 하거나 아무것도 못 가지면 그냥 조롱당하고 끝이예요. 운 좋으면 무시만 당하던가.



 4.휴.



 5.이렇게만 써놓으면 여자가 마치 남자보다 나은 대우를 받는 것처럼 보이는데 여자는 왜 자신들에 대한 취급에 불만이 많을까...그건 내 생각에 '사회'에게서 받는 취급과 '사회 구성원'에게서 받는 취급이 별개이기 때문이예요. 분명 사회와 문화가 여자들에게 비교적 나은 대우를 해주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그걸 잘 받아먹고 그 이점을 잘 취할 수 있는 여자들 뿐이예요.


 잘사는 곳에 가면 '여자로 살기 존나 편한데? 미친 페미년들이 개소리 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여자를 많이 볼 수 있어요. 여자를 우선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하는 사회와, 그 룰을 따르는 사회구성원들에 둘러싸여서 살면 당연히 그런 소리가 나오죠.



 6.사실 '사회'나 '문화'도 그들 나름대로 사회구성원들의 인식과 언행을 바꿔놓으려고 많은 노력을 했어요. 중세엔 기사들이 너무 양아치처럼 굴어서 기사도라는 걸 만들어서 기사들을 제어하려고 했고 근대의 영국 사회에선 남자들에게 에티켓을 주입하려고 했죠. 완전히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기사들은 사람들의 눈이 있는 곳에선 덜 양아치처럼 굴게 됐고 영국 남자들은 집에서는 아내를 개무시하더라도 사교장에서는 아내를 떠받드는 신사같은 모습을 보였고요.


 한데 사람들의 시선이 없는 곳에서는 꼭 여성만이 아니라 신체적으로 취약한 사람,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은 무시받기 일쑤였죠.



 7.뭐 그래요. 사회나 문화가 비교적 여자들의 편을 들어준다고 해도 사회구성원들의 취급은 또 다른 문제거든요. 눈앞에 있고, 살을 부대끼며 매일 봐야 하는 사람들과의 갈등. 그냥 지나가다가 랜덤으로 마주쳐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순간순간 받고 감당해야 하는 위협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남자들은 사회가 자신들을 개같이 취급한다고 불만이고 정작 여자들은 일상이 딱히 나아진 것 같지 않으니 불만인 거죠. 현실의 결혼시장에서 남자들에게 기대되는 것...결혼할 나이에 최소 3억 이상의 자산을 모아놓는 건 매우 힘들어요. 어떤 남자들은 '난 쿨하니까 다른 사람들은 신경 안써'라고 말하겠지만 그게 실제로 가능할까요? 결혼할 여자의 가족들, 친구들, 게다가 친구도 아닌 온갖 오지라퍼들에게 별별 소리를 다 듣고 후려침을 당해야 하는데? 그런 개같은 취급을 받을 바엔 그냥 3억 모으던가, 아니면 깔끔하게 결혼을 포기하던가죠.


 

 8.여자들도 그렇죠. 내가 가끔 여자들이 살기 유리한 편이라고 말하긴 하지만 사실 그런 유리함을 다 누리고, 여자의 불리한 사각은 다 피하면서 사는 여자는 별로 없어요. 평범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여자들을 만나보면 그들은 대체로...그냥 한 사람의 노동자예요. 그리고 내가 들어보니, 생계를 위한 노동의 현장에서는 위에 쓴 여자로서의 특혜(?)같은 것들은 적용되지 않더라고요.(물론 류호정처럼 회사에서 막 나가기로 작정하면 이득을 볼 수 있겠지만 그렇게 염치없는 사람은 별로 없고.)


 어쨌든 그래요. 흔히 인터넷에서 말하는 '여자로서의 특권'을 누리는 건 본인의 여성성을 최대한 레버리지로 삼고 사회문화가 주입한, 여성을 대하는 에티켓을 잘 함양한 남자들만을 골라 만났을 때 뿐이거든요. 


 여성을 상대로 금전적으로, 그리고 감정적으로 져주는 것을 남성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을 남자다움이라고 생각하는 남자들 말이죠. 뭐 나는 그런 마음가짐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문제는 그렇게 멋있게(?) 살고 싶어하는 남자는 많지만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는 남자는 매우 적다는 거예요. 그건 마음가짐의 문제이기에 앞서 능력의 문제니까요. 여성성을 레버리지로 삼아 다른 여성들과 경쟁하는 여자는 그런 얼마 없는 남자들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그녀들도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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