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9월 개봉이었군요. 상영 시간은 100분에서 2분 빠지는 98분.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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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주인공이게요?)



 - 미국 원주민, 혹은 선주민의 전설 혹은 설화.... 라면서 무슨 사람들 마음 속에 곰 한 마리가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나레이션으로 들려주면서 시작합니다. 방에서 그 목소리의 주인공인 10대 여자애가 혼자 자고 있는데 갑자기 콰콰콰쾅야! 하는 폭음과 함께 아빠가 들어와 얼른 도망가자 그러죠. 밖에 나와 보니 막 하늘에서 불덩이가 떨어지고 자동차가 휭휭 날아다니며 폭발하고 있고 난리가 났네요. 딸을 숲에다 숨겨주고 '다른 사람들을 구하러 간다!'던 아빠는 잠시 후 시체가 되어 날아옵니다. 그리고 그 딸은 뭔가에 쫓겨 도망치다 쓰러지고 암전.


 장면이 바뀌면 무슨 외딴 병원 같은 시설에 그 주인공이 묶여 있네요. 뭐... 거두절미하고, 그 곳엔 주인공 대니와 비슷한 또래의 여자애 둘, 남자애 둘이 먼저 와서 살고 있었고. 그 외의 사람은 본인이 의사라고 주장하는 성인 여성 단 하나 뿐입니다. 여기가 막 힘을 각성한 뮤턴트들의 적응과 사회 진출을 돕는 시설이라고 주장을 하구요. 자기가 지켜보고 평가해서 사회 복귀 여부를 결정하겠다 그러죠. 참고로 이 시설엔 강력한 방어막이 둘러쳐져 있어서 밖으로 못 나가구요. 그 의사라는 분도 당연히 강력한 뮤턴트여서 나가고 싶다고 행패를 부려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웃기는 건 우리의 '대니'는 자신에게 힘이 있는지 없는지, 그게 뭔지도 모른다는 것.


 그래서 뭐... 대니가 여기서 각양 각색의 까칠한 동기들, 그리고 수상한 의사 선생과 지지고 볶고 갈등하고 어쩌고 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뭔가 비밀도 밝혀지고 싸움도 일어나고 그러는 이야기에요. 아. 그리고 장르는 호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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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이 누구게요? 2)



 - 이 영화의 파란만장한 역사에 대해서 또 설명이 필요할까요. ㅋㅋ

 대략 정리하자면 원래 2018년 개봉 예정이었고. (그러니까 '다크 피닉스'보다 먼저 나왔어야 할 영화입니다) 비슷한 시기의 개봉작들과 경쟁을 피하려고 조율하다 2019년으로 밀렸고. 그러다 완성도가 아쉽다며 재촬영 선언. 그 와중에 회사가 디즈니에 인수되어 졸지에 후속작을 낼 수 없는, 이미 종결된 시리즈의 집 나간 자식 같은 포지션이 되어 버렸구요. 암튼 2020년 봄으로 밀어 봤으나 코로나 강림. 일단 미뤘다가 어차피 사람들 기대치도 바닥인데 더 미뤄봐야 의미 없겠다 싶어 가을에 초라한 개봉. 그리고 예정된 폭망... 눈물이 절로 흐르네요. 뭐 그래도 해외 흥행에다가 2차 판권료까지 해서 제작비의 절반 남짓은 벌었다고 하니 '다크 피닉스'에 비하면 양반이라고 긍정적으로 봐 줄 수도... 하하;


 근데 이렇다보니 이 영화의 이미지가 좀 과장된 감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그렇게까지 쓰레기(...) 같은 영화는 아니에요.

 잘 만들지 못했다는 건 분명하고 딱히 막 재밌는 영화가 아님도 확실합니다만. 그냥 어중간하게 못 만든 영화 정도입니다. 이게 쉴드라는 것부터 문제겠지만요. ㅋㅋ

 사실 전 그래서 좀 실망했네요. 어마어마한 망작을 기대하며 낄낄껄껄 즐거운 주말 마무리를 위해 틀었거든요...;



 - 음... 근데 애초에 엑스맨 시리즈라는 게 말이죠.


 제가 어지간한 엑스맨 영화는 다 챙겨보고 극장에서도 많이 본 사람입니다. 이 시리즈를 싫어하지 않아요 절대. 하지만 제 느낌엔... 그 중 완성도 높은 엑스맨 영화라고 해도 피해가지 못하는 시리즈 특유의 어떤 칙칙함 같은 게 있습니다. 제작비 엄청 들이는 블럭버스터 시리즈 치곤 이상하게 때깔이 별로라고 해야 하나. 뭐 그렇구요. 

 게다가 '엑스맨'의 정체성상 매 편마다 많은 히어로들이 (그것도 매번 새로운 얼굴이 다수!) 와글거리다 보니 산만하면서 또 이야기가 급전개라는 느낌이 있구요.

 또 이 시리즈는 유난히 클라이맥스에서 좀 맥이 빠지는 전개를 많이 쓰죠. 그러니까 엑스맨들이 우루루 몰려가서 메인 빌런을 팀워크로 화려하게 쥐어패는데, 결국 빌런이 혼자서 엑스맨들 다 밟아버릴 정도로 세고. 그래서 뭔가 편법이나 꼼수, 혹은 특정 인물 하나의 '정신적 각성' 으로 해결해버리는 식의 전개가 많아요. 팀워크 필요 없


 그리고 이 모든 시리즈 고유의 단점들이 이 영화에도 고대로 녹아들어 있습니다. ㅋㅋㅋㅋ


 사실상 거기에서 한 술 더 뜨죠. 등장인물 총 6명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가고, 이야기의 배경은 딱 한 군데, 칙칙하기 그지 없는 그 시설을 안 벗어나구요. 그렇담 그 몇 안 되는 캐릭터들, 그리고 그들간의 관계 묘사 같은 부분을 집중해서 다룰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것도 없어요. 오히려 평소의 엑스맨 영화들보다도 캐릭터는 더 얄팍하고 관계는 널뛰기 급발진 전개...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망했을 수 밖에 없는 영화인 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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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 콕 찝어 설명할 수 없는 칙칙함!! 제겐 그거시 엑스맨 시리즈의 정체성...)



 - 그리고 개인적인 이 영화 감상의 한 가지 웃김 포인트는 이거였습니다.

 제목도 '뉴!!! 뮤턴트'이고 배우도 다 새로운 녀석들이고 호러 장르를 시도하면서 '원래 시리즈와 완전 다른 실험적 성격의 영화'가 될 것처럼 홍보했잖아요?

 근데 이 영화... 절반 이상 본 후에야 알게 됩니다만, 사실은 그냥 철저하게 기존 엑스맨 유니버스 안에 속하는 이야기입니다. 뭔가 좀 튄다 싶은 구석들 하나하나가 결국 기존 시리즈의 컨셉 안에서 설명이 돼요. 원작 관련 지식이 있는 분들이라면 처음부터 눈치 챘겠지만 전 몰랐기 때문에 보면서 좀 당황했네요. ㅋㅋ

 

 애초에 '뉴 뮤턴트' 자체가 원작 엑스맨에 나오는 10대들 팀의 명칭이고. 이 영화의 등장 인물들은 다 원작에 나오는 그 팀의 핵심 멤버들로 구성이 되어 있구요. 장르가 호러인 것도 보다보면 아무 것도 아니에요. 스포일러라서 말씀은 못 드리지만 그냥 원래 엑스맨 이야기의 범주를 조금도 벗어나지 않게 풀리구요. 암튼 그냥 기존의 엑스맨 유니버스에 새로운 젊은 피를 수혈하기 위해 만들어진 스핀오프 영화였을 뿐입니다. 그 와중에 시리즈가 문을 닫아버려서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바람에 튀는 느낌을 주지만 사실 특별히 튀는 성격은 아니라는 거. 시리즈가 계속 이어졌다면 여기 나온 캐릭터들 중 반응 좋았던 애들은 다 메인 시리즈에 출연했겠죠. 그리고 쩌리화



 - 또 한 가지... 이건 웃긴다기 보단 좀 애매한 포인트인데요.

 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핵심 동력 역할을 하는 것이 1. 당최 '대니'의 능력은 무엇인가 2. 자꾸만 나타나는 유령(?)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3. 이 시설은 뭐하는 곳인가 ... 이렇게 세가지 미스테리인데요. 그래서 거의 한 시간이 흐른 시점에서야 이것들이 좌라락 정리가 되고 이후는 클라이맥스 액션으로 이어가며 마무리 짓는 구성이죠.

 근데 이게, 원작 팬들이라면 주인공 캐릭터의 이름을 듣는 순간 그냥 바로 진상을 눈치챌 수밖에 없습니다. 원작을, 특히 '뉴 뮤턴츠' 관련 정보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만 먹힐 전개에요. 근데 원작 팬들 보기 시시하게 만들면서 히어로 영화의 흥행이 잘 되길 바라는 게...


 덧붙여서 엑스맨 팬이 아니더라도, 암튼 이 영화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최대한 뭘 찾아보지 말고 보세요. 주인공 '대니'의 엑스맨용 닉네임만 알아도 이미 스포일러 밟으신 겁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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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 콕 찝어 설명할 수 없는 칙칙함 2.)



 - 그렇담 이 영화에서 건질만한 건 뭐가 있을까... 하니.

 

 일단은 당연히 안야 테일러 조이입니다. 아실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 이 분 팬이에요. 그래서 여러분들의 공감을 원하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안야 테일러 조이입니다. 음핫핫.

 주인공은 아니지만 가장 눈길이 가는 캐릭터거든요. 물론 배우 자체 비주얼이 큰 역할을 하지만 (원작의 2D 캐릭터와 비교해봐도 비주얼이 딸리지 않습니다 ㅋㅋㅋ) 캐릭터 성격이 '내가 이 구역의 미친 x이다!!!' 라서 더 그렇구요. 클라이막스 전투씬을 봐도 멋지고 폼나는 건 혼자 다 합니다. 이 배우의 생김새를 사랑하는 팬분들이라면 보세요. 영화 좀 못 만든 게 무슨 대수랍니까!! (???)


 그리고 사실 다른 배우들도 괜찮아요. 아리아 스타크, '기묘한 이야기'의 위노나 라이더집 맏이도 나오고. 진짜 주인공인 대니를 맡은 배우도, 화이트 워싱 논란으로 욕 먹었다는 브라질 갑부집 아들 맡은 배우도 다 비주얼도 좋고 연기도 곧잘 합니다. 그래서 아쉽더라구요. 이렇게 괜찮게 모아놨으면 애들 매력이라도 뜯어 먹게 각본 좀 잘 써주지... =ㅅ=;;


 그 다음으로는... 음. 수퍼 히어로물 주제에 장르가 호러라는 거겠죠. 훌륭하진 않아요. 하지만 '시도는 좋았다'라고 말해줄 정도는 되고, 그래서 다 비슷비슷한 히어로물에 식상함을 느끼시는 분들에게 별미로 한 번 어필해 볼만도 합니다. 역시 조금 더 잘 했더라면... 이라는 아쉬움이 크긴 하지만 원래 뭐라도 좀 튀는 이야기라면 무작정 재밌게 보는 제 입장에선 이 정도라도 의미는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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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양합시다!!!)



 - 그러니까 이렇습니다.

 안야 테일러 조이 팬이시라면 보세요. 물론 유튜브 등지를 찾아보면 이 분의 활약 장면만 모아놓은 클립이 분명 있을 것이고 그것만 봐도 충분하겠습니다만.

 브라이언 싱어가 문을 연 엑스맨 시리즈의 사실상 마지막 작품이니 팬이라면 보시라... 기는 좀 애매하네요. 원래 시리즈 캐릭터가 단 한 명도 안 나오니까요. 그래도 마지막 떠나는 길인데 배웅은 해드려야 도리 아니겠습니까.

 그 외엔 뭐. 음... 추천을 못 하겠네요. 딱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처음에 말했듯 완전 화끈한 망작을 원한다면 보지 마시라는 겁니다. 그렇게까지 못만든 영환 아니에요. 그냥 상당히 못 만든 영화이고 엑스맨 시리즈 중 매우 하위권이지만 (제 취향엔) '로건'을 제외한 나머지 울버린 시리즈보다 딱히 못하단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오히려 속편이 못 나오게 되어서 많이 아쉽네요. 안야 테일러 조이 캐릭터의 솔로 무비가 나왔어야 했는데(...)




 + 기본 장르가 호러에 가까우니 뭐 이런 칙칙함과 규모 작음을 이해해줄 수는 있는데... 하지만 제작비 8천만 달러가 뭐 헐리웃 블럭버스터 기준으론 저렴할지 몰라도 어쨌든 900억 돈인데요. 그 돈을 어디다 다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서 말했듯 등장 인물은 고작 여섯명 이야기의 배경도 정체불명의 시설 한 군데를 안 벗어나요. 배우들 중에 (당시 기준) 탑스타도 없었고... 본격적인 액션씬이라고 할만한 것도 막판 20분 정도에 집중해서 몰아치는데 그게 뭐... 제작비 좀 들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느낌? 그 정도 퀄이거든요.


 

 ++ 원래는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나오는 쿠키를 계획해 놨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다 디즈니 인수 소식을 접하고 깔끔하게 접었답니다.



 +++ 본문에서 이미 언급한 얘기지만... 캐릭터들 관계나 이야기 흐름 같은 게 상당히 눈에 띄도록 덜컹거리고 튑니다. 처음엔 분명 주인공에게 '니가 겪은 건 토네이도임!' 이라고 설득하려던 의사가 갑자기 '그게 토네이도가 아니라는 건 우리 둘 다 알고 있잖니'라고 말 한다거나. 방금 전에 당장 죽여버리겠다며 칼을 들이대며 날뛰던 애랑 갑자기 하하호호 웃으며 장난을 친다거나... 그래서 가뜩이나 별 매력 없는 이야기가 더 별로가 되는데요. 아마도 잦은 각본 수정에다가 재촬영까지 겹친 후유증이겠죠. 100분도 안 되는 런닝 타임도 아마 그런 것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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