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작이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입니다. 한 시간 반 남짓 정도 되고 딱히 스포일러는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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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치곤 굉장히 성의 넘치는 대표 이미지!!!)



 - 먼저 '아, 인도 스타일이 뭔진 잘 모르지만 암튼 이게 인도 스타일인가보다' 싶은 나름 스타일리시한 애니메이션 오프닝이 지나가고 나면 때는 1881년.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이던 시절이죠. 

 7세도 안 되어 보이는 귀여운 여자 아이가 나무 위에서 노는 모습을 보여주고요. 그 나무 앞집에선 전통 혼례 준비가 한창입니다. 근데 준비가 다 끝났는데 신부가 안 보이네요. 사람들은 모두 신부의 이름 '불불'을 외치며 돌아다니고... 당연히 아까 그 여자애가 '불불'입니다. 나무 위에 기어올라가 뛰어 노는 걸 좋아하던 그 아이는 자기가 지금 뭘 하는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도 모른채 혼례 의식을 마치고 다짜고짜 가마에 실려 가는데... 훈훈한 비주얼의 상냥하고 친절한 10대 남자애가 자길 데려가니 그게 본인 남편인 줄 알았지만, 아니었습니다. 갸는 자기 남편의 엄청 나이 차이 나는 동생이었구요. 집에 도착해서 만난 진짜 남편은 최소 나이 30은 넘어 보이는 아저씨... 오. 마이. 갓.

 본인 의지나 의사와 아무 상관 없이, 뭐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당해버린 결혼으로 너무 어린 나이에 갑작스럽게 낯선 곳에 떨어진 불불입니다만. 그래도 아까 그 시동생이 계속해서 자상하고 살뜰하게 챙겨주네요. 둘이 함께 숨바꼭질도 하고 나무도 타고 함께 이야기짓기 놀이도 하고. 특히 그 시동생은 이 동네의 전설이라며 나무 위에 살면서 밤에만 나타나는 마녀 이야기를 통해 앞으로 벌어질 일을 스포일링 해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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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못된 만남)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20년 후' 자막. 성인이 된 시동생이 영국 본토 유학을 갔다가 실로 오랜만에 집에 돌아옵니다. 근데 집 꼬라지가 영 이상해요. 불불의 남편은 이유를 알 수 없게 집을 멀리 떠나 살면서 연락도 끊긴 채로 생활비만 보내준다 그러구요. 정신에 좀 문제가 있던 그 남편 동생(3형제입니다)은 이미 1년 전에 사망. 남편 동생의 아내는 그 충격으로 승려가 되었고. 결국 집에는 불불 하나 남아서 마님 행사를 하고 있는데 뭔가 캐릭터가 확 바뀌어 있습니다. 당시 인도 기준으로 아주 좋지 않은 행실을 보이는 데다가 그토록 살갑던 시동생에게도 이상하게 냉랭하구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그 마을에는 '요즘 밤마다 숲에 마녀가 나와서 남자들 죽이고 다닌다!!!'라는 소문이 돌고 있고 실제로 곧 사람이 하나 죽어 나갑니다. 그리고 시동생은 '이건 마녀가 아니라 그냥 살인 사건이다!' 라며 셜록 홈즈 놀이를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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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입니다. 부녀 아님. 절대 아님.)



 - 아 뭐... 궁금할 것이 있나요. 저 이후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우리 불불에게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그게 정말로 '궁금'하실 분은 거의 없을 겁니다. 격하게 뻔한 이야기잖아요. 디테일까지 예측이야 못 하겠지만 큰 틀에선 정말정말 빤히 앞이 보이는 이야기이고 정말 그 길로만 성실하게 갑니다.

 근데 이게 단점은 아니에요. 실제로 영화를 보시면 실감이 날 텐데, 시작부터 끝까지 의도적으로 매우 강력하게 '민담' 분위기를 풍기거든요. 그러니까 이야기도 그냥 원형적인 걸로 가는 게 맞죠. 한국으로 치자면 한 맺힌 며느리 이야기라든가... 전세계 어딜 가나 존재하는 옛날 여성 잔혹사의 인도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니면 인도판 전설의 고향이라고 해도 괜찮겠네요. 실제로 톤이 좀 비슷하기도 하고.



 - 일단 장점부터 말하자면, 스타일이 독특합니다. 제가 평소에 인도 영화, 드라마를 거의 모르고 사는 사람이라 더 그렇게 느꼈겠지만 뭐 암튼 그래요.

 그러니까 연출 자체는 그냥 익숙한 스타일로 무난 깔끔한 편인데 시각적인 면이나 정서적인 면에서 살짝 낯설게 아름다운 느낌이 들죠. 가끔은 흑백 영화스런 느낌 드는 연출도 나오구요.

 암튼 뭔가 방점을 찍는 느낌이 드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조금씩 흔치 않은 색감이나 연출로 독특한 느낌을 줍니다. 애초에 이런 걸 바라고 고른 인도 영화이니 전 그냥 다 좋았구요.


 원형적인 이야기... 라고 했지만 의도한 주제 의식도 잘 설파하는 편입니다. 죄다 기능적인 사람들이긴 해도 캐릭터들 역할 배분이 잘 되어 있고 각자 맡은 역할 속에서 설득력이 있어요.

 그러니까 하나 같이 다 현실적으로 재수 없고 현실적으로 위험한 캐릭터들인 거죠. 그리고 이들이 불불에게 저지르는 몹쓸짓들이 초현실 환타지 느낌이 아니라 정말로 그 시절의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하게 저질렀을 일들이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확 들어서 체감 끔찍함이 배가 되구요. 그 중에서 압권은 아주아주 선량한 의도로 늘 불불을 챙겨주는 시동생 녀석. 의도가 선량하지만 사고방식은 철저하게 그 시절 기준 노멀한 사고방식이라 본의와 반대로 불불에게 가장 큰 데미지를 주고, 자신이 그러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채 억울해하고 슬퍼하고... 뭐 그럽니다. 물론 그걸 21세기 기준으로 바라보는 관객들은 환장하는 거구요.


 그리고 그렇게 원형적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불불의 드라마가 꽤 설득력이 있고 괜찮아요. 막판엔 이거 너무 신파 아닌가... 싶으면서도 그 처지에 이입이 되더라구요 전. 슬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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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정상 갑부집 마나님이셔서 장면이 바뀔 때마다 옷을 갈아 입으며 펼쳐 주시는 패션쇼 역시 이 영화의 재미 중 하나입니다)


 

 - 단점이라면... 음. 일단 전혀 무섭지가 않습니다. 적어도 호러 장면은 그래요. 정말 무시무시한 기분이 드는 건 호러가 아닌 불불의 일상 속 고생 장면들이고 호러 파트는 안 무서워요.

 근데 주제 의식이고 뭐고 좋지만 어쨌거나 장르가 호러인데. 이보다는 좀 더 무서워할 수 있게 만들어줬더라면 훨씬 좋았을 거다... 라는 생각이 당연히 들었구요.


 이야기의 템포가 좀 루즈합니다. 초장에 미스테리를 제시한 후 그걸 풀어나가는 과정을 그냥 누가 하는지 모를 과거 회상으로 일관되게 때우거든요. 그러니 스릴도 없고 공포도 없고...

 그리고 그 회상은 당연히 불불의 복장 터지고 피눈물 흐르는 수난사로 채워지기 때문에 장르적 즐거움은 많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호러는 포기하고 그냥 주인공의 수난사에 이입해야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였어요.




 - 종합하자면.

 호러의 탈을 쓴 사회성 짙은 드라마입니다. 마지막엔 확실하게 호러 영화의 성격을 드러내긴 하지만 그게 많이 짧아요. 그러니 무서운 영화를 기대하신다면 보지 마시고.

 저처럼 평소 인도 제작 컨텐츠들 잘 안 보고 사신 분들이라면 여러모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즐길만한 건더기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뭣보다 여성들의 수난사. 이 주제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꼭 한 번 보실만 하겠네요.

 그 외에도 독특한 색감이나 화면빨, 화려한 당시 인도 상류층의 복식이나 생활 문화 같은 쪽으로 구경할 거리가 꽤 있어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인도 호러'라는 이유로 고른 영화였는데, 전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 그리고 사실 이 영화는 사극이지만 영화가 노리는 바는 그 시절을 넘어 현대 인도 사회에 대한 비판이기도 합니다.

 검색을 해 보니 이 영화의 중심 소재인 조혼 풍습은 이미 수십년전에 불법화 되었는데... 그래봤자 도시 사람들, 배운 사람들 이야기고 외딴 시골 같은 곳엔 여전히 성행 중이라고.

 대략 2~3년 전에도 천만명 이상의 어린 여자애들이 조혼을 당했다고 하더군요. 인구가 13억이나 되는 나라이다 보니 숫자도 어마어마하고. 또 21세기, 현실의 조혼 사례들을 보면 이 영화의 주인공 불불보다 훨씬 험한 꼴을 당하는 경우가 흔해빠졌고...;



 ++ 극중에서 '빤'이라는 물건이 언급되어서 이게 뭐꼬... 하고 검색을 해봤더니 참 흥미로운 물건이네요. 한 번 먹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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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보니 비주얼은 영 별로지만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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