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작 인도 영화입니다. 한 시간 사십분쯤 되구요. 장르는 스릴러... 를 빙자한 드라마 느낌. 스포일러 없게 적을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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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가 시작되면 포스터의 '할머니'가 누군가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어둡고 으스스한 밤길을 헤매고 있습니다. 밤이 늦었는데 손녀가 집에 안 들어와요. 그러다 친하게 지내는 여성 한 명을 만나서 함께 손녀를 찾으러 다니는데... 무슨 쓰레기장 같은 비주얼의 장소에 온몸을 다친 채로 넋을 놓고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합니다. 다행히도 죽지는 않았지만 구타 후 성폭행을 당했네요. 이제 열 살인데요...

 장면이 바뀌면 참말로 허름하기 짝이 없는 집구석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가족들의 모습이 나옵니다. 할머니, 아들, 며느리, 손녀 이렇게 네 식구이고 아까 만난 여성도 집 창문 밖에 서 있는 가운데 경찰과 대화가 오가죠. 만사 귀찮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배려라곤 평생 배운 적이 없는 것처럼 일처리를 하지만 어쨌거나 할 일은 꾸역꾸역하던 그 경찰은... 손녀가 말한 용의자도 아니고 그냥 범인의 이름을 듣고는 싸늘해집니다. 위세 쩌는 정치인의 아들이라는 거죠.

 그래서 경찰은 '니들 살고 싶으면 신고 따윈 할 생각도 말아라' 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버리고. 실제로 모든 가족이 사회 정의 실현을 포기하지만 우리의 할머니께선 생각이 좀 많이 다르십니다. 하지만... 뭘 어째야 할까요. 그냥 걸어다니는 것조차 힘겨울 정도로 늙고 굼뜨고 힘 없는 노인께서 과연 관객들의 소원을 성취해주실 수 있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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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매와 손녀. 영화 내내 참 슬프고 애틋합니다.)



 - 그러니까 장르물 성격보다는 사회 고발물의 성격이 훨씬 강한 이야기입니다. 여기에서 고발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죠. 현대 인도 사회에는 빈부 격차가 그대로 '신분제'처럼 이어지고 있다는 것과 사회적으로 성범죄가 만연한 가운데 여성들의 인권이 시궁창이라는 것.


 영화의 도입부에서 저 나아쁜 경찰 아저씨가 신고를 포기하라면서 하는 말이 있는데, 참 나쁜 말이지만 웃기게도 동시에 그게 맞는 말입니다.

 너희들 재판할 돈은 있니? 보아하니 다들 불법적으로 돈을 버는데 재판하면서 그게 문제가 되면 어쩔 거니? 저쪽은 우주 갑부라 비싼 변호사 써서 재판 몇 년씩 길게 끌고 갈 텐데 너희들 재판 참석하라고 맨날 끌려다니면 돈은 언제 벌어서 뭘 먹고 사니? 그리고 그쪽 사람들이 너희 사는 데로 쳐들어오면 어쩔 거니? 등등등.


 그래서 참 빠르게도 모든 걸 포기해버리는 아들, 며느리를 보면 답답하지만 수긍이 갑니다. 누구보다 사랑하는 딸의 복수를 원하는 사람들이지만 그러다 밥줄 끊기면 굶어죽는 건 본인들 + 바로 그 딸이잖아요. 그리고 거기에서 발생하는 아이러니가 바로... 우리의 '할머니'는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어차피 살 날이 얼마 안 남았고, 자기가 그러다 실패해서 죽든 성공해서 감옥을 가든 손녀는 아들과 며느리가 돌볼 테니까요. 오히려 본인 입 하나 줄이면 가계에 보탬이 될 수도 있겠죠. 가진 게 없으니까, 미래 조차 한 줌도 안 남은 자이기 때문에 복수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암담하기 짝이 없는 복수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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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 가족. 바꿔 말하면 불법을 행하지 않으면 입에 풀칠하며 살아갈 수가 없는 참으로 절박한 가족입니다.)



 - 영화의 초반부에는 나름 장르물로서의 이야기에 대한 기대 같은 게 있었습니다. 저렇게 늙고 힘 없는 할머니가, 저렇게 쌩쌩 튼튼하고 빽도 든든한 놈에게 어떻게 복수를 하지? 노인의 슬기와 지혜 같은 거라도 발휘해서 기발한 방법을 찾아내려나??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이삽십분쯤 지난 시점에서 그런 기대는 다 내려놓았습니다. 극사실주의적 영화의 톤에 걸맞게 우리의 할매는 전혀, 그 어느 방면으로도 특출난 사람이 아니에요. 의지만은 분명하기 때문에 시종일관 복수를 향해 전진합니다만, 그 속도가 영화 속 할매 걷는 속도에 필적하죠. 느릿느릿. 지금 이게 복수를 준비하는 건지 아님 그냥 생계를 위한 일상인지도 헷갈리게... 그렇게 이야기가 흘러가다가 대략적인 할매의 계획을 눈치채는 순간 허탈함과 안타까움의 웃음이 나옵니다. 아 정말 소탈하기 짝이 없어요. 이걸 계획이라고 해도 되나 싶을 정도.


 하지만 그게 이 영화의 톤과 주인공 할머니의 캐릭터와 완벽하게 잘 맞습니다. 인도 땅에서 힌두교 교리에 따르는 삶을 평생동안 살아온 가난뱅이 할매가 이런 상황이라고 갑자기 번뜩이는 재기 같은 걸 발휘해서 기발하고 천재적인 작전을 세우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이 소탈함 덕분에 할매의 굳은 의지가 더 잘 살아난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정말 우직하게, 잔머리 없이 단순하기 짝이 없는 목표를 향해 제 몸 사리지 않으면서 느릿느릿 전진하는 모습. 그게 극중 캐릭터와 배우의 비주얼, 그리고 연기와 결합해서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영화 사상 가장 미약한 복수자인 동시에 가장 성실하고 우직한 복수자... 라고 말해줘도 그리 과찬은 아닐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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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 참 좋아요. 문득 전세계의 할매역 전문 배우들을 모아다 연기 배틀이라도 시키면 끝내주겠다는 뻘생각을...;)



 - 아쉬운 점은 분명히 있어요.


 한 시간 44분 밖에 안 되는 영화지만 군더더기가 좀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 영화 중반에 상당한 시간을 들여 악당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뭐 별로 필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게 딱히 무슨 사회적 부조리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이후 이야기 전개에도 쓸모가 없더라구요. 다 쳐내고 한 시간 반 정도로 줄였음 훨씬 보기 나았을 것 같구요.


 할머니 외의 가족들의 모습을 좀 더 보여줬음 마지막에 울림이 더 컸겠다... 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금도 나쁜 건 아닌데, 그냥 제 생각이 그렇습니다. ㅋㅋ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장르적 재미를 기대하시면 절대로 안 됩니다. 하하하...;



 - 대충 종합하자면 제 소감은 이렇습니다.

 장르물의 서사 구조를 살짝 빌린 진지하고 심각한 사회 비판 드라마입니다. 그리고 잘 만들었어요.

 인도라는 사회적 배경의 특성을 아주 종합적으로 반영해서 만들어진 이야기지만 설정 자체는 비교적 흔하고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설정이니 인도 현실에 큰 관심이 없어도 영화 감상에 특별한 마이너스는 없을 겁니다.

 뭣보다 주인공 '할머니'의 캐릭터와 배우 연기가 참 좋아요. 보다가 이야기가 너무 느린 게 아닌가... 싶다가도 이 할머니만 보면 '응. 이게 맞네.' 라는 생각이. ㅋㅋㅋ

 고로 이러한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보시면 좋을 겁니다. 다만 씐나고 짜릿한 복수극 같은 건 기대하지 마시라는 거.




 + 저번에 본 '불불'도 그랬는데... 어쩌다보니 인도 여성의 현실을 소재로한 영화를 두 편 연달아 봤네요.

 둘 다 '발리우드' 스타일은 1도 없이 진지한 영화들이었고, 둘 다 저는 좋게 봤습니다. 내친 김에 인도 드라마도 함 찾아볼까요(...)



 ++ 부산국제영화에서 상영을 했던 모양입니다. 거기 영화 소개 글을 읽어보니 '빨간두건' 이야기를 차용한 거라고 하는데... 그런 생각은 못 했네요. ㅋㅋ

 암튼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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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버전의 포스터도 있더라구요. 음... 근데 그럼 할매가 빨간두건이라는 건가요. 그건 좀 이상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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