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시간 1분짜리 호러&스릴러 영화입니다. 나름 갓나온 따끈따끈 신작이구요. 스포일러는 없게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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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에 Things 어디 갔니...)



 - '단언컨데, 메탈은 가장 완벽한 천상의 것들은 지상의 것들보다 훨씬 현실적이다 - 에마뉴엘 스베덴보리' 라는 자막이 보이구요.

 장면이 바뀌면 미술 수업이 세팅된 강의실입니다. 슬라이드로 이런저런 신비로운 느낌의 자연 풍경들이 보여지며 카메라가 접근하다가... 마지막 그림이 그대로 실사로 전환이 되죠.

 그림 같은 미국의 전원 마을 풍경 속을 차 한 대가 달립니다. 1980년이래요. 잠시 후 차는 집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린 남자 머리 위로 핏방울이 떨어지죠. 후닥닥 올라가 보니 딸이 혼자 집에서 놀고 있고. 남자는 황급히 딸을 데리고 집에서 나오네요. 그리고 '1년 전' 이라는 자막과 함께 화면이 바뀌어요.

 아마 뉴욕이었던 것 같은데... 이제 드디어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등장합니다. 손님 가득한 집에서 딸의 생일 파티를 하고 있고. 남편이 이번에 대학 정교수가 되어서 미국 북부의 시골 마을로 이사하기로 했다는 얘길 하고 있네요. 사실 아만다는 내키지 않지만 뭐 오랜세월 교수 지망만 하던 남편이 잘 된다니 좀 희생해주겠다... 는 입장입니다. 남편은 그냥 완전히 씐났거든요. 본인이 혼자 그 시골까지 다녀와서 맘에 꼭 드는 끝내주는 집을 발견했다고 설레발을 떨고 막...


 그래서 낡아빠진 시골 집으로 이사해서 열심히 으쌰으쌰 수리하고 꾸며서 예쁘게 만들어 놓구요. 그러고 나니 동네 청소년 형제가 찾아와 싼 값에 집 관리도 돕겠다 그러고. 그래 함 정붙이고 잘 살아보세... 하는 순간 불길한 일들이 벌어지죠. 딸은 자꾸 귀신을 보는 것 같고. 원래부터 사후 세계, 영적 존재에 관심 많았던 본인에게도 수상하고 괴상한 징조들이 자꾸 눈에 띕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남편은 행동이 점점 수상쩍어지고...



 - 요즘들어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열일 해주는 것 같아서 좋긴 한데... 선구안이 영 거시기하십니다. ㅋㅋ '맹크'의 대박(?)이 있긴 했지만 좀 망한 영화들이 훨씬 더 많고. 이 영화도 찾아보니 imdb 유저 평점 5.3에 메타크리틱 50%, 로튼토마토 36%를 달리고 있으니 비평적으로나 관람객 평가로나 대략 망... 이라고 볼만 하거든요.

 근데 그래도 그냥 봤습니다. 전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좋구요, 또 호러&스릴러라고 하면 그냥 아무 거나 막 보는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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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 노튼이라는 저 양반 전 모르는 분인데... 둘이 그림은 좋더군요. 짤 검색해도 촬영장에서 둘이 사이 좋게 돌아다니는 것들이 많습니다. ㅋㅋ)



 - 그러니까 페미니즘 드라마입니다. 아주 분명하고 선명하게 그렇습니다. 이게 이 영화의 핵심이구요.


 일단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원탑 주인공이구요. 이 분의 캐릭터부터가, 잘 나가다 임신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무능한 남편한테 발목 잡힌 캐릭터에요. 결혼하고 출산하고 살림하며 애 키우느라 경력이 끊겼고. 이후로도 '나의 삶'을 되찾으려 노력하지만 여건도, 남편도 보탬이 안 되는 것 때문에 괴로워하는 인물이고 그게 스토리에서 아주 중요하게 작용을 하죠. 대략 중반까지는 귀신 이야기보다 더 큰 비중으로 이야기의 중심 갈등 위치를 차지하거든요.


 배경이 되는 시골 마을도 그렇습니다. 1980년이 이미 40년 전이긴 하지만 영화 속에서 묘사되는 주인공의 생활은 그걸 넘어서 거의 무슨 미국 사극 분위기에요. 그렇게 갑갑해 보이는 배경에다가 가족은 물론 마을 사람들과도 소통하지 못 하고 집에 갇혀 살다시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그가 겪는 단절감과 절망감을 꽤 효과적으로 보여주네요.


 그리고 극의 후반으로 갈 수록 여성들의 유대감과 연대... 이런 게 강조되고 또 극중에서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마지막 장면쯤 가면 너무 노골적이어서 좀 난감할 정도. ㅋㅋ 아니 그 설정 자체는 꽤 괜찮은데, 시각적으로 좀 난감한 장면이 한 두 번 나와요.



 - 동시에 호러이자 스릴러이기도 합니다. 


 그 집엔 유령이 있어요. 진짜로 있습니다. 스포일러 아니에요 굉장히 초반에 밝혀지거든요. 주인공의 멘탈이 그리 건강하지 않다는 걸 시작부터 확인하고 흘러가는 이야기지만 '그게 유령일까 착각일까?' 같은 트릭 없이 그냥 정직하고 우직하게 갑니다. 유령은 있어요. 그것의 정체가 무엇이고 원하는 게 무엇이냐는 미스테리가 더 중요할 뿐.


 그렇게 유령 이야기가 흘러가는 가운데 남편의 수상쩍은 모습들은 스릴러 파트를 맡아줍니다. 일단 남편이 그리 좋은 놈은 아니라는 건 역시 초반에 일찌감치 밝혀집니다만. 그게 그냥 1980년의 평범한 미국 남자스런 나쁨인지, 아님 뭔가 진짜 심각한 사악함을 숨기고 있는 나쁨인지. 거기에 덧붙여서 제 발로 찾아온 가사 도우미 남자애 둘. 얘들도 뭔가를 숨기고 있는데 그건 또 무엇이며 이 집과는 어떤 관계인지... 이것 또한 극 후반까지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미스테리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이 두 가지는 섞여서 돌아가는데... 의외로 그게 나쁘지 않습니다? ㅋㅋㅋ 평점 폭탄 맞고 오피샬로 망한 작품이 된 영화 치고는 의외로 멀쩡하게 괜찮아요.

 특별히 무섭거나 긴장감이 쩌는 건 아닌데, 적어도 계속해서 궁금해하게 만드는 데는 그럭저럭 성공합니다. 제가 '도대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어' 라는 느낌을 주는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 영화가 좀 그렇거든요. 진짜 빌런은 누구인지, 저걸 어떻게 해결할 건지, 과연 영화 첫 장면의 상황은 예상 그대로일 것인지 뭔가 반전이 있을 것인지. 이런게 그렇게 뻔하게 보이지 않아서 의외로 집중력을 유지하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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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원탑! '퀸카로 살아남는 법'의 뇌 없는 여자애는 이제 없습니다!!)



 - 아까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선구안, 타율 얘길 했는데...

 사실 이 영화의 선택은 그리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정말 망한 선택은 '더 히든'이었죠. 케빈 베이컨 원탑 영화에 곁다리 조연 정도 역할이었고, 딱히 연기할만한 구석이 있는 캐릭터도 아닌 가운데 영화는 거의 자타공인 망작 수준이었으니까요. 이 영화는 그에 비해 완성도도 상대적으로 훨씬 나으면서, 결정적으로 배우로서 연기하고 보여줄 꺼리가 많습니다. 

 일단 원탑 주인공이잖아요. ㅋㅋ 이 분이 나와서 비교적 평가 괜찮았던 영화들 중에 본인이 원탑 주인공이었던 경우가 의외로 별로 없는데. 좀 안타깝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영화 평가가 상당히 안 좋게 나오는 중인데 그 와중에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연기는 괜찮거든요. 영화 완성도가 의외로 괜찮다... 고 했는데. 제가 그렇게 집중해서 볼 수 있었던 것의 8할 정도는 주인공의 처지가 설득력 있게 다가왔기 때문이고, 그건 이 분의 연기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고보면 남편 역 배우의 캐스팅도 괜찮았네요. 첫 인상이 아주 순둥순둥하면서도 뭔가 의뭉스러운 느낌의 캐릭터에 잘 어울리기도 하고. 또 커다란 덩치(프로필상 185cm라는데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작은 덩치 덕에 190은 거뜬히 넘어 보입니다 ㅋㅋ) 때문에 상황에 따라 위협적인 느낌도 잘 살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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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에 이 분은 좀 별로. 스타일도 부담스럽고 캐릭터도 애매하고...;)



 - 암튼 뭐 그렇게 대체로 거의 다 좋은데... 제게 가장 큰 문제는 결말이었습니다.

 당연히 대놓고 말하면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설명은 못 하구요.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뭘 기대하든 힘 빠지는 마무리라는 겁니다.

 주인공 입장에서도, 그냥 주변 인물들 입장에서도, 심지어 빌런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하나 같이 애매한 마무리이고 관객 입장에선 빡침까지 가능해요. 전 많이 열받았습니다. ㅋㅋㅋ


 뭐 작품의 주제 의식, 그리고 작품이 선택한 소재와 연결되는 마무리라는 건 알겠는데. 그 주제 의식의 전달 측면에서 봐도 힘이 빠져요. 차라리 좀 우직하고 촌스럽다는 소릴 들어도 더 단순무식한 결말을 만드는 게 나았을 거다... 라고 생각하지만. 결말이 뭔지 언급을 안 하고 이렇게 말만 길게 늘어놓는 것도 웃기네요. 이만하겠습니다. ㅋㅋ



 - 그래서 제 소감은 이랬습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원탑으로 하드 캐리하는 페미니즘 드라마입니다.

 주연 배우의 좋은 연기와 적절한 캐스팅, 그리고 전반적으로 괜찮은 연출 덕에 2시간 1분이라는 런닝 타임 동안 나름 호기심을 유지시키며 잘 흘러가요.

 근데 마무리가 좀 많이 망치네요. ㅋㅋㅋ 끝이 좋아야 다 좋은 거죠. 자고로 어르신들 말씀이 틀린 게 하나도 없다니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만다 사이프리드 좋아하시는 분들은 보세요. 못 해도 '더 히든' 따위보단 완성도도 낫고 배우도 볼맛이 나는 영화입니다.




 + 이 양반 차기작은 뭘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희대의 사기 먹튀 레전드 '엘리자베스 홈즈'를 다룬 티비 시리즈에서 홈즈 역을 맡았더군요. 

 원래 케이트 맥키넌이 맡았다가 하차하면서 들어갔다는데... 일단 생김새는 정말 안 닮았네요. ㅋㅋ 연기 정말 잘 하셔야할 듯.



 ++ 어쩌다보니 전혀 언급을 안 해버렸는데, 친숙한 얼굴 둘이 더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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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묘한 이야기'의 그 분 맞습니다. ㅋㅋ 나름 중요한 역할을 하긴 하는데, 비중은 많이 작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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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은 어쩌다 얼굴 마주칠 때마다 '아직도 살아 있었네??'를 반복하게 되는(...)

 살리에리 캐릭터를 맡았을 때랑 비주얼 차이가 별로 없으세요. 그게 벌써 37년 전인데 그 때 좀 탁월한 노안이셨던 듯. ㅋㅋ 이제 한국식 나이로 83세이십니다.



 +++ 유령과 귀신 들린 집에 대한 나름 참신한 해석이 하나 나옵니다. 되게 유령 친화적이랄까... ㅋㅋ 별 건 아닌데 그냥 소소하게 재밌는 부분이었네요.



 ++++ 에마뉴엘 스베덴보리, 그리고 조지 이네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뭔가가 확! 하고 떠오르는 교양인이라면 훨씬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전 당연히 몰랐죠. 무식하니까요! (당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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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에서 중요하게 활용되는 그림인데. 그림 제목을 보니 이제사 음... 그랬구나! 싶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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