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px-Leighton-Stitching_the_Standard.jp




나는 루스 공국, 그러니까 러시아 서쪽 변방의 공주였어

어느날 아버지가 갑자기 프랑스로 시집을 가라함.


프랑스하고 내 나라는 격이 맞지도 않고 서로 동맹도 아님.

그런데 왜 갑자기 나를 신붓감으로 부르지?

인질로 잡아두려고 하나? 좀 떨면서 겁먹고 갔더니

걱정과는 다르게

착하고 멀끔하게 생긴 약혼자(프랑스 왕세자)랑

도라이 같고 맘 좋은 시아버지(프랑스 왕)가 나를 맞아주었음

그런데 둘다 하는 짓이나 생김새가 프랑스 사람은 아님

이름부터가 게일어라 어떻게 읽는지도 모르겠음

아니 X발 사실 남편 이름 지금도 잘 모른다



Edmund_Blair_Leighton_-_Faded_Laurels.jp


알고 보니 시아버지랑 내 남편 모두 아일랜드섬에서 태어난 아일랜드 왕족이래

옛날 옛적에 돌아가신 시할머니가 프랑스 공주였을 뿐임


그러면 어쩌다 아일랜드 촌놈들이 프랑스 왕이 되었느냐,

예전 프랑스왕이 아들 없이 암살당하자

프랑스 전 국토에서 3년간 피를 부르는 왕좌의 게임이 벌어짐

(이 과정에서 계승 서열이 높았던 왕족과 귀족들이 모조리 사망)

그래서 전쟁 중에 카페 왕조의 부계 혈통은 단절됐고

모계 후손 중 후계자를 찾다보니

아일랜드 촌구석에 살던 시아버지에게 뜬금없이 왕위가 돌아간거지

철종이 따로 없네… 그런데 이건 원체 중세 유럽에선 흔한 일이긴 했다

인물이 없다 싶으면 12촌 숙부나 서자도 왕하겠다고 지랄하던 세계였음



Leighton-Lady_Godiva.jpg


하여간 시아버지는 불어도 모르고 프랑스 문화도 모름.

게다가 젊은 시절에 십자군 출전했다가 이슬람군에게 잡혀서

포로생활 하고 돌아온 뒤로 정신이 좀 아파지심;;

심심하면 달밤에 밭에 나가서 순무 따먹으며 바지를 벗곤 함

프랑스 귀족들은 하나같이 시아버지를 멸시하고 (하지만 다들 전쟁 때 돈을 너무 많이 써서 반란 일으킬 여력이 없음)

시아버지의 아들인 내 약혼자도 멸시함

섬에서 온 빨간 머리 야만인들이라고



The Dedication Painting by Edmund Leighton


게다가 시아버지와 내 약혼자에게는 또 다른 약점이 있었음

이 집안은 남자들이 대대로 요절하는 내력이 있었어!

조상들이 오래 살아봤자 40살을 못 넘겼고

시아버지가 그나마 장수하는 편인데 말했다시피 이 분은 제정신이 죽었잖음…

약혼자한텐 '허약함' 트레잇이 달려 있어서

10대인데 이미 골골거리고 있더라고...

딱 보니 이 왕가는 2대를 못 가게 생겼음






800px-Edmund_Blair_Leighton_-_Abelard_an


아바마마 개X발 아무리 프랑스 왕세자비란 타이틀이 좋아도 그렇지

이런 미래가 암담한 동네에 시집을 보내냐

속으로 내적울음 광광거리고 있는데

잠깐 정신 돌아온 시아버지가 상황 설명을 해줌


어차피 내 아들을 이 나라 귀족이나 이웃나라 공주들하고 결혼시키기는 글렀다

아무도 나하고 동맹을 맺으려 하지 않으니까.

그럴거라면 차라리 혈통은 별로일지라도

몸 튼튼하고 총명한 며느리가 와서

내 아들을 아껴주고, 손주들도 낳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내 아들도 그렇게 부족한 놈은 아니다 단지 몸이 좀 골골거릴 뿐이지...라는데

그 말 듣고 약혼자를 보니 '허약함'과 '잘생김' 트레잇이 같이 붙어있었음

오호라 병약 미소년 개이득...게다가 허약함 말고는 나쁜 트레잇이 없음



800px-Leighton-The_King_and_the_Beggar-m

생각해 보면 난 어차피 고향에 있을 적에 아바마마하고 사이도 별로 였고

적통 공주래 봤자 왕실이 찢어지게 가난해서 사치도 못 부렸음

거기 계속 있어봤자 나보다 서른살 많은 할배들에게 팔려가듯 시집갔을건데

차라리 외국인이라고 멸시받더라도...잘생기고 착한 연하 남편 병수발이나 들고....

프랑스가 중세 최고 선진국인데 여기서 공부라도 제대로 하고 살면...ㅇㅇ 본전 ㅇㅈ..?..ㅇㅈ 개이득...ㅇㅇ

바로 납득충 되어 시집을 오기로 함

14살의 나는 이렇게 13살의 왕세자와 약혼을 했고

17살에 결혼식을 올림


Edmund_Blair_Leighton_-_My_fair_Lady.jpg

2. 남편은 정말 세상 착했음 ㅇㅇ

그 흔한 애첩 하나 안 두고 나만 바라보아서 우리 둘다 사랑에 빠졌음

내가 외지 출신 신부라서 느끼는 차별을 너무나 잘 이해해주기도 함

그거야 프랑스-옥시탄 귀족들이 남편도 외국인(아일랜드)이라고 싫어하니까 X발 알 수 밖에 없지…

크킹 귀족 아주 십새X들임 왕권이 개판이면 세금도 안 바치는 것들이 개X발ㅠ



800px-Leighton-Alain_Chartier-1903.jpg


그런데 시아버지 국왕이 경고한대로

남편은 몸이 진짜 너무너무 자주 아픔…

질병 걸려서 병상에 드러눕는거 왕세자 시절에만 2번 겪음

난 지금 이 만리타향에서 남편이랑 시아버지 없으면 끈 떨어진 두레박인데

이 두레박 끈이 좀 많이 삭은거 같음

그래서 젊을 때 아이를 최대한 열심히 제작할려고 했고

스무살 되기 전에 왕자 하나 공주 둘 이렇게 낳음

남편이 날 과부 만들라고 할 때마다 울면서 멱살 잡고 일으킴



1024px-Leighton-Tristan_and_Isolde-1902.


한편, 시아버지는 비록 제정신은 아닐지언정 기질은 호탕한 사람이었음

왕위 계승 전쟁으로 엉망이 된 프랑스를 그럭저럭 수습했고

아들에게 물려주기 전에 어떻게든 좀 나라를 편하게 만들어 보려고 노력함


그리고...이 분이 아일랜드 왕이던 시절에 삥 뜯은...아니 착복한 개인 재산이 꽤 되는데

그걸 다 생전에 열심히 나와 남편과 아이들에게 떼어줌

아가야 세상 jot같지만 ㅎㅎ 그래도 열심히 버텨야 해 ㅎㅎ 돈만 있으면 누구도 뭐라 못해

돈으로는 군대도 사고 성도 지을 수 있고 마음도 살수 있어ㅎㅎ 제발 버텨줘라는 바람으로...


그리고 이 분은 결국 가문의 내력을 못 이기고 44살에 세상을 떠남



the-secret-1885-edmund-blair-leighton




3. 이제 내 남편은 프랑스 왕이고 나는 프랑스 왕비였음

귀족들이 시아버지보단 내 남편을 덜 싫어했지만

그럼 뭐해 관계도 jot같은 건 똑같다고ㅠ

남편이 프랑스 문화 못 배우고 자란게 너무 큰 까일거리였다고 ㅠ (*봉신들은 자신과 다른 문화를 가진 군주를 '이방인'이라고 싫어함)


그리고 전쟁에서 폭망했던 이 놈들이 몇 년 평화롭게 지내면서 힘을 길렀는지

이 때부터 내 가족에 대한 암살시도가 폭증하기 ㅎㅎ 시작함 ㅎㅎ

내 남편은 말할 것도 없고 나랑 내 아이들에 대한 암살 음모가 한 달에 열 건씩 적발됨

더욱 jot같은건, 가담자들이 누구인지 뻔히 알아도

멋대로 처벌할 수가 없다는거...

그냥 그 음모 주모자를 따로 불러내서 이런 일 더 하지 말아 달라고 설득하고

음모를 꾸미던 애들을 해산시키는데서 끝임

게임 시스템 자체가 왕이 궁중 시종 하나 잡아다가 족치는 것도 마음대로 못하게 되어있음…

중세 왕권 십창 개ㅐㅐㅐㅐ십ㅊ창...마음은 좆프리인데 현실은 서세이 밑의 토멘임 개X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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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와중에 남편은 점점 더 자주 아프기 시작함

정신줄 놓고 쓰러져서 내가 섭정을 하는 일도 종종 생김

어느 날은 폐렴에 걸렸는데

폐렴 트레잇이 붙는 순간 죽을 가능성 > 살 가능성이 되어버림

남편은 허약함 트레잇 때문에 이미 처음부터 디폴트 건강이 깎인 상태라

제대로 병 하나 걸리는 순간 사경을 헤매게 됨

그래서 남편 보고 제발 애들 10살 될 때까지만 버텨달라 딴 건 안 바란다 빌었더니

어쩐지 남편이 일주일 앓다가 회복해서 병상에서 일어남

그리고 그 때부터 나와 남편은

언제라도 있을지 모를 불의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네살배기 아들이랑 딸들과 맺어줄

가장 강한 나라의 공주와 왕자들을 물색하기 시작함

나중에 얘들이 왕위를 빼앗기더라도 처가/친정의 손을 빌려 다시 보복할수 있게끔

그래서 몇날 며칠 고민하다가

왕자는 비잔틴 제국의 공주랑 엮어주고, 공주들은 신성로마제국과 부르군디의 왕자들과 맺어주자

이렇게 결혼 문제는 결론이 났음


그리고 약혼이 성사된 다음날 남편은 암살당함


Edmund Blair Leighton (1852-1922) | Pre-Raphaelite painter | Tutt'Art@ |  Pittura • Scultura • Poesia • Musica

4. 병상에서도 죽었다가 살아나길 몇 번이나 반복했던 남자가 결국은 암살로 죽은 거임

22살의 아내와 4살짜리 아들, 3살짜리 딸, 2살짜리 막내딸을 두고서.

마음 아파할 틈? 없었음

남편을 누가 칼로 찔렀는지 잡아내서 처형해?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님

남편 죽은 그 날부터 내가 섭정이었거든…내가 온전히 내 능력치로 귀족들을 통솔해야함

내 아들이 16살이 되는 날까지 내가 섭정 자리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프랑스는 또 왕위 계승 전쟁으로 공중분해 되고 말 것이고

내 자식들은 어디가서 죽게 될지 모름


난 그야말로 이방인 왕대비일 뿐이라

반란이 일어나도 날 도와줄 친정 세력이 국내에 없음

부랴부랴 고향이었던 루스 공국에 편지를 보냈지만

거긴 이미 전쟁이 나서 왕조가 들어엎어졌는지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돌아가신지 오래였고

나와 다른 성을 가진 남자가 왕좌에 앉아있었음...친정 가문이 아예 몰락한거임


내 자식들의 약혼자 가문은 아직 날 도와줄 의무가 없음

얘들은 16살이 되어 정식으로 결혼을 해야 동맹이고 그 전에는 항상 방관하는 입장임

자기 예비 사위나 며느리, 사돈댁이 죽든 말든 신경 안씀


Maternity Painting by Edmund Leighton

그때부터 12년간 혼자만의 전쟁이 시작됨

궁중 첩보관 내쫓고 내가 직접 첩보관이 되어서 귀족들 염탐하고

음모가 발견되는 즉시 전부 감옥에 처넣기 시작함

그 음모가 우리랑 무관한, 자기들끼리 죽고 죽이는 음모라도 상관 없음

걍 감방 보낼 구실이 생기면 족족 철창 호텔로 보내줌

감방에 있는 상태에선 반란을 일으킬 수가 없으니까


프랑스에선 아무도 믿을 수가 없어서 내 자식들을 귀족의 대자로 보내지도 못함

아들과 딸은 직접 곁에서 끼고 16살이 될 때까지 교육하고

막내딸 하나만 평민 출신 궁중 관리에게 맡겨 둠


섭정 지위를 탐내는 귀족들도 있었고

몇 번 밀려내려올 뻔 하기도 했지만

나에겐 크킹 최고의 트레잇이라는 '천재'와 '용감함'이 있었음

이거 때문에 이방인이라는 단점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가 있었지.

한편으로는 시아버지가 물려주었던 재산으로 용병을 사들여서

자잘한 반란군이나 침입에는 대항을 할 수 있게 됨.

Edmund Blair Leighton (British, 1852-1922)

5. 거의 아슬아슬하게 12년을 버티고

드디어 내 아들이 성년이 되어 정식으로 즉위함 ㅠㅠ

동시에 내 며느리도 성년이 되어 프랑스로 왔으니

이제 내 아들은 비잔틴 제국을 동맹으로 둔 정통 국왕이 되었음


나는 드디어 뒷방으로 물러날 수 있었고

그제야 세상을 떠난 남편 생각에 울기 시작함

그 사람이 아일랜드 왕으로만 있었다면

최소한 이렇게까지 고생하다가 절명하는 일은 없었을텐데...

그놈의 혈통 때문에 프랑스로 끌려와서 원하지도 않은 프랑스 왕세자->왕이 되었고

이름 모를 프랑스 귀족 손에 죽었다는게 너무 억울했음



File:Edmund Blair Leighton - The Shadow.jpg - Wikimedia Commons


그때부터 슬슬 복수의 칼날을 갈기 시작함

치트로 남편 암살자 찾아보니 웬 백작이었음....별로 왕 될 가능성도 없더만

이 십새X가 이유는 몰라도 감히 내 남편을 죽였고 ㅜㅜㅜ
이제는 자식 많이 둔 늙은 영주로 살아가고 있었음


나는 그 놈 땅에 첩보관을 보내서 그 자식이 반란을 도모하고 있다는 내용의 주작 서류를 만듦

그리고 그 주작 서류를 증거로 내밀고 백작을 체포하려 함

-> 백작은 당연히 그런 일은 한 적이 없다고 저항함

-> 그 바보 같은 놈이 살겠다고 진짜 반란을 일으킴

-> 내가 6천명의 용병대를 보내서 땅을 짓밟아버림

백작부인과 어린 자식들이 성에서 줄줄이 끌려나올 때까지 공격했고

백작이 항복한다는 신호를 보내도 jot까고 성을 박살내버림

나는 내가 잡은 모든 백작 가문 사람들 중에 어린 여자아이들만 몸값 받고 풀어주고

나머지는 죽을 때까지 지하 감옥에 가둬서 못 나오게 함


1280px-Edmund_Blair_Leighton_-_In_Time_o

그리고 난 천연두에 걸렸음



6. 하필 그 때 전염병이 돌기 시작해 가지고;

천연두는 폐렴보다 더 위험함

그야말로 걸리는 순간 골로가는 병이고

크킹에서 천연두보다 더 위험한 병은 흑사병 정도임


억울하다기보다는

아 나도 이제 갈 때가 됐구나 ㅎㅎ 좆같은 중세

남편이랑 만날 날도 머지 않았어....라는 생각에

침상에 손 모으고 가만히 누워 죽을 날을 기다림

할 일은 다했으니 미련도 없었음


그런데 내 몸이 얼마나 통뼈였는지는 몰라도

일주일만에 천연두를 이겨냄 미친....한 많은 생 40살 전에 마감하나보다 했더니

깔끔하게 나아서 다시 궁전으로 돌아감

그리고 이후 나는 질병에 다시 걸리지 않음 좆 같은 중세 날 놔줘 좀


Edmund Blair Leighton painting sells for 240000 at Bournemouth auction




나는 첫딸과 막내딸이 커서 약혼자의 나라로 떠나는 모습을 모두 지켜보았고

내 아들이 세 명의 자식들을 갖게 되는 것도 보았음

이 세 손주들은 게일어 이름을 가졌지만

자기들의 할아버지와 달리 뼛속부터 프랑스인이었음

내 아들 역시도 아일랜드 문화는 교육받은 적이 없음...남편은 일찍 죽고 애를 내가 가르쳤으니까 당연함.


왕가가 섬나라 이방인이라고 괄시받던 일은 과거가 되어버렸고

아들과 손자들은 내 남편과는 다른 스타일의 옷을 입고 다른 말을 하는 사람들이 되었음

나는 내 남편과 시아버지의 흔적이 사라져가는 궁정에서

원인 모를 쓸쓸함을 느끼며 프랑스에 막 도착했던 어린 시절을 곱씹어 보았음

아들이 가끔씩 젊은 남자들을 보내줬지만

난 별 재미도 못봤고, 이상하게 그런 놈들은 빨리 죽더라; ㅅㅂ 내가 남자랑 오래 살 운은 아닌가봄

아들놈이 외국으로 전쟁나갔다가 잡은 애들을 세 명 보내줬는데

한 놈은 3일만에 죽었음 버그인가




7. 여튼 난 이제 아들 딸들 걱정할 필요도 없겠다

적당할 때 세상을 떠나고 싶었는데

크킹에서 맘대로 되는건 없음 존나게 장수함


어느 정도로 오래 살았느냐면

내가 교육시킨 손자 세 명이 전부 성년이 되고

비잔틴 공주인 며느리가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아들까지 그 뒤를 따라가는 모습을 전부 살아서 지켜봐야했음.

튼튼한 아들이었는데. 하지만 시아버지도 튼튼한 남자였었지.

이 왕가의 이상한 내력이 어디 가진 않았던 거임.


나는 내 남편을 죽였던 원수 가문이 멸문하고

나와 남편을 암살하려고 했던 귀족들이

왕좌에 앉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로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그들이 비운 자리를 어린 귀족들이 메우는 모습을 보았음

아들에 이어서 왕위에 오른 손자는 잘생긴 첫째 아들을 낳았음

나는 그 애를 보며 저 증손자는 오래 살 수 있을까

저 애에게는 남편의 피가 얼마나 섞여있는걸까 생각함




8.

800px-Accolade_by_Edmund_Blair_Leighton.


나는 내가 어렸을 때 보았던 것과는 매우 달라진 프랑스 지도를 내려다 보다가,

문득 수십년 전 떠났던 고향의 소식이 궁금해짐

그래서 루스 공국의 소식을 찾아봤더니

그쪽에선 나와 같은 가문 사람이 다시 왕위를 되찾았다는 걸 알 수 있었음

왕가의 성이 다시 바뀌었더라고.


그런데 그렇게 왕좌를 찾은 남자는 얼마 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고

그 남자의 7살짜리 딸이 비어있는 왕좌의 주인이 되었음

크킹 세계에서 제일 목숨이 위험한게 이런 어린 여왕들이야.

원래 왕이 어리면 다 큰 친척들이 왕위를 가져갈 명분이 생김 (* 남성우선 장자상속제일 경우)

그래서 왕이 어릴 때 반란이 유독 잘 일어나는 것인데

왕이 어린데다 여자이기까지 하면 정말 동네북이 따로 없음

그 때는 왕가하고 연결된 거의 모든 성인 남녀에게 왕위를 주장할 명분이 생긴다고 보면 됨


왜 이걸 잘 알고 있느냐.

내 남편도 저런 여왕을 대신해서 프랑스왕이 된 남자였거든.

프랑스 국왕이 딸만 남기고 죽었고, 그 3살짜리 아기가 여왕이 되자

프랑스 왕위 계승 전쟁이 시작됐고, 전쟁통에 여왕은 물론이요

카페 왕조 남자들이 다 죽어버림.

그래서 섬나라에서 평화롭게 살던 내 시아버지와 남편이 프랑스 왕궁으로 온 거였지

세상의 모든 여왕과 공주, 왕세자비, 왕비, 왕대비들은 힘겨운 삶을 살았고

자신과 전혀 관계 없는 사람들에게도 예상치 못한 운명을 주었음


File:Leighton-God Speed!.jpg - Wikipedia

나는 손자를 불러 앉히고 말함.

나의 고향의 왕좌에는 지금 어린애가 앉아있다.

이 할머니는 한때 그 왕실의 적통 공주였으므로

분명히 왕위를 주장할 권리가 있다.

이 왕실의 대모와 일곱살배기 아이 중에서

누가 더 여왕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

내가 그곳을 다스리다 죽으면 그곳은 너의 영토다


그래서 손자는 출정을 준비하기 시작함

할머니가 된 나는 지휘관이 되어 말 위에 앉은 손자를 바라보다

지금 루스에서 벌어지고 있을 일들을 생각했고

약혼자가 살고 있는 땅을 향해 먼길을 떠나던 나

남편과 결혼식을 올리던 날의 나와

남편을 떠나보내던 날의 나를 기억함

그리고 쓸쓸하게 궁정으로 돌아감









"HOT - 흔한 중세시대 여성의 일생 (feat.크킹)" https://theqoo.net/index.php?mid=hot&filter_mode=normal&page=21&document_srl=194767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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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실제 역사에서 있었던 일은 아니고 게임 스토리입니다. 요즘 게임들이 진짜 대단하네요…ㄷㄷㄷ

이거야 원 복잡해서 전 플레이도 못할듯 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서양 배경 중세)판타지 웹소설들이 이런 내용들 일라나요?ㅋㅋ

여튼 유럽 왕실 계보 이야기는 언제나 봐도 재밌습니다.


(본문의 그림들은 모두 영국 화가 에드먼드 블레어 레이튼( Edmund Blair Leighton 1852~1922)의 작품들입니다. 

레이튼은 중세 시대와 섭정시대(19세기 초 영국)를 배경으로 주로 작품을 제작했고 실제 역사적 사실에 대한 것 보다는 상상이나 전설속의 장면들을 주로 소재로 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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