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작입니다. iptv vod로 봤어요. 1시간 24분 밖에 안 되는 짧은 소품이구요. 스포일러 없게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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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드는 주인공 이름이니까 결국 '성 모드'. '성인 모드' 뭐 이런 뜻인 거겠죠. 좀 놀리는 느낌이... ㅋㅋㅋ)



 - 시작부터 시체를 보여주며 상큼하게 스타트를 끊습니다. 뭐 디테일하게 보여주진 않구요. 딱 공포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지저분한 느낌의 어두컴컴한 병실 침상에 누워 있는 시체를 흐릿하게 보여준 후 같은 방 구석에 얼굴을 감싸고 쪼그리고 앉아 있는 피칠갑 여자 간호사를 보여줘요. 그 간호사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천정을 바라보면 바퀴벌레(?)가 호도독 지나가고 있고... 그러다 화면을 꽉 채우는 거대한 제목 타이포와 함께 장면 전환.

 뭔가 피랑 살점 같은 게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안심하세요, 음식입니다. 아까의 그 간호사 '모드'가 자기 집에서 식사를 하고 집 정리를 해요. 그리고 간호 장비 같은 걸 챙겨서 집을 나서는데... 쉴 새 없이 '주님'께 시시콜콜 자기 얘길 늘어놓고 있네요. 잠시 후 모드가 도착한 곳은 '아멜리'라는 나이 든 여성이 혼자 사는 집. 원래 있던 호스피스가 고용주의 x랄 맞은 성격에 질려서 그만 둔 자리로 우리 모드양이 들어갑니다.

 이 아멜리라는 분은 한 때 엄청 잘 나갔고 화려한 삶을 살던 무용수였는데, 나이도 든 데다가 곧 죽을 병에 걸려서 집에서 칩거하고 있죠. 자길 돌봐주러 온 모드에게 '나의 작은 구원자!'라며 살갑게 대하는 이 사람에게 모드는 근무 첫 날에 바로 꽂혀 버리고. 이 사람의 몸은 물론이고 영혼까지 자기가 구원해줘야겠다! 그게 주님의 큰그림!!! 이라며 물심양면으로 최선을 다하지만... 둘의 관계가 무난히 잘 풀려 버리면 그게 휴먼 드라마지 호러가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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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명적!!!)



 - 폴라포님의 글(http://www.djuna.kr/xe/board/13934436)을 보고 '어머! 이건 봐줘야해!!' 라고 결심하고 검색을 해봤더니 네이버에서도 팔고 iptv에서도 파는데 48시간 대여비가 5천원씩 해서 시무룩... 했습니다. 이게 구독 서비스의 맛들인 몸의 문제인 것 같아요. 예전엔 훨씬 비싼 것도 제꺽제꺽 결제하고 잘만 봤는데 넷플릭스&게임패스의 노예가 되고 나니 추가금이 드는 건 망설이게 되는. ㅋㅋㅋ 


 사실 망설인 이유는 또 있어요. 제가 집에 사운드바+리어 스피커를 달아 놓고 영화를 보는데. 제가 뭘 잘못했는지 iptv 컨텐츠들은 5.1채널이 그냥 사운드바의 가상 5.1로만 나오고 리어 스피커가 먹통이 됩니다. 어떻게 해결 좀 해보려고 열심히 검색하고 뒤져봤는데 결국 해결책을 못 찾고 포기. 근데 이게 영화 보다 보면 리어 스피커가 작동하는 경우랑 아닌 경우랑 되게 느낌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평소에 iptv로는 거의 영화를 안 봅니다.


 등등의 이유로 며칠을 미루다가 문득, 아니 뭐 밥 한 끼 가격도 안 되는 돈 때문에 보고 싶은 것도 참으려고 이 나이까지 월급 받으며 직장 다니냐!!!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확 지르고 봤습니다. 월급쟁이의 자존심!!! 

 

 그리고 후회는 없었네요. 재밌게 잘 봤습니다. 하지만 돈 썼으니 당분간은 넷플릭스 나오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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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발 안 넷플릭스요. 주님...)



 - 음... 일단 되게 소박한 이야기입니다. 미쳐 돌아가는 분위기에 보는 동안 혹하게 되지만 말 그대로 '분위기'가 그런 것이고.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 우리의 세인트한 모드님의 실제 행적을 돌이켜보면 그렇게 강력한 뭔가가 있는 스토리는 아니에요. 적어도 스케일(?)을 놓고 보면 분명히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걸 뒤집어서 말하면, 그만큼 분위기가 끝내준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앞서 말 했듯이 사실 막 충격적인 사건들이 죽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하지만 보는 내내 황당함, 괴이함, 긴장감을 과할 정도로 빡세게 공급해주고요. 덕택에 결말을 보고 나면 뭔가 장엄하고 스펙터클한 것을 보았다는 착각(?)이 들게 되네요. 이게 감독 데뷔작이던데, '장래가 촉망된다'는 건 이런 분을 위한 표현인 듯.


 어쨌든 되게 희한하고 막나가는 스토리 같은 건 기대하지 마세요. 이야기 자체는 의외로 평범합니다. 영화는 안 그렇지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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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포스터로 영화가 평범하면 안 되죠. ㅋㅋㅋ)



 - 한 가지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게,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뭐라고 읽어야할지 난감하지만 네이버에선 '모르피드 클락(Morfydd Clark)'이라고 소개하는 이 분.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가 가장 유명한 출연작처럼 보이는 이 분의 연기가 정말 끝내줘요. 일단 정말로 위협적입니다. 깡마르고 힘도 없어 보이지만 그냥 딱 봐도 단단히 미친 사람이고 정말 어떤 상황에서 무슨 짓을 저지를지 예측이 안 되기 때문에 무서워요. 그리고 그 '뭔 짓을 할지 모르겠어!' 라는 느낌을 굉장히 설득력있게 잘 보여주더라구요.


 그리고 이 주인공 캐릭터는 미친 놈이긴 한데 사실 좀 불쌍한 구석이 있는 미친 놈입니다. 병원 근무 중에 벌어진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 종교에 귀의했다는 식의 설정이고. 아멜리를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 같은 걸 보면 인정받고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 같은 게 언뜻언뜻 보여요. 그럴 때마다 살짝 애잔한 느낌이 드는데, 그렇게 애잔한 느낌을 받는 와중에도 여전히 대단히 미쳐 있다는 거... ㅋㅋ 그런 복합적인 면을 아주 잘 살려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애초에 역할에 잘 어울리는 비주얼로 뽑은 것도 있지만, 배우 본인의 역량 역시 컸던 것 같아요.


 또한 이런 사이코 돌아이 연기를 받아주는 '아멜리' 역의 제니퍼 엘이란 분 연기도 좋았어요. 사실 그냥 재수 더럽게 없었던 사람... 정도로도 충분한 역할에 입체적이고 현실세계 인간 같은 현실감을 불어넣어줬고. 그 결과로, 당연히 찾아올 게 뻔한 결말의 파국에 기대 이상의 울림을 만들어줬습니다. 그렇게 장르적으로 당연한(?) 장면에서 안타깝단 기분 들기 어려운데, 이 영화는 그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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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이 그냥 행복했으면...)



 - 암튼 이 영화의 그 미친 듯한 분위기에 대해서 설명해보고 싶지만 제 능력의 한계로 스킵하구요.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특별히 더 맘에 들었던 이유는, 이게 의외로 단단한 캐릭터와 강한 드라마를 품고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의 모드양은 처음 아만다를 만날 때, 그리고 이 사람을 구원(!)하겠다고 맘 먹고 노력할 때까지도 이 사람을 해칠 의도 같은 건 정말 1도 없어요. 오히려 아만다에게 강력한 호감을 느끼고 그에게 인정 받고 싶어 하죠. 아만다 역시 처음 볼 때부터 모드가 맘에 들어서 상당히 귀여워하는 걸로 보이고... 생활 습관이 좀 방탕할 지언정 따뜻하고 괜찮은 사람이죠. 그런데 둘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지내기엔 둘의 캐릭터가 너무 달랐던 거고. 그래서 비극이 벌어지고. 그래서 상처 받은 모드가... 뭐 이런 식인데요.


 이런 인간적인 드라마를 정말 최소한의 대사와 장면들로 처리하면서도 충분히 살려내고. 또 그러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영화 톤은 미친 분위기(...)를 유지하는 솜씨가 참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긴장감은 긴장감대로 살고, 드라마도 오히려 더 안타깝고 애틋한 느낌으로 남은 것 같아요.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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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보고 나서 생각해보면 짠해지는 이분.)



 - 글이 또 너무 길어지니 언제나 그렇듯 급마무리를 해야겠네요.

  이 영화가 '유전' 같은 영화와 비교되며 비슷한 취향이다... 는 얘길 많이 듣던데요. 뭐 이야기 자체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지만 '분위기'의 측면에선 저도 동의합니다. 사실 그 분위기란 것도 엄밀히 말하면 다른데... 그래도 뭔가 공유하는 지점이 있어요. 각잡고 진지한 호러면서 아트하우스 필름 느낌도 나고... 아, 설명을 못하겠네요. 그냥 '유전' 좋아하신 분들이라면 이 영화도 좋아하실 확률이 높을 것 같다는 거. ㅋㅋㅋㅋ

 어두침침한 방향으로 극단적인 감정을 에너지로 삼는 영화이다 보니 '재밌다'라는 표현은 좀 안 어울리구요. 가볍게 보고 치울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니 관람 결정시 참고하시구요.

 끝까지 다 보고 나면 '와 이거 골때려!!' 보다는 뭔가 씁쓸하고 애잔한 맛이 많이 남습니다. 전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끝까지 집중해서 재밌게 잘 봤네요.

 뭐 길게 설명하고 있지만... 결국 호러 팬이시면 어지간하면 보시라는 얘기입니다. ㅋㅋㅋ




 + 배급사 A24라는 회사가 배급을 했는데... 이 회사의 호러 관련 배급 전력이 화려합니다. 언더 더 스킨, 유전, 미드소마, 킬링 디어. 그리고 호러는 아니지만 더 랍스터, 엑스 마키나... 등등. 인디 영화 전문 배급사인데 물론 미나리, 레이디 버드 같은 멀쩡한(?) 영화들도 배급하는 곳이지만 호러 쪽으로 유난히 취향이 확실한 것 같아요. 다들 좀 낯설면서 충격적인 인상이 강했던 영화들이네요.



 ++ 생각해보면 아멜리는 자기 무덤을 팠죠. 처음부터 '나의 구원자!' 드립을 치지 말았어야 했지만 그거야 그럴 수 있었는데... 왜 딱 봐도 신앙이 과도하게 흘러 넘쳐 사이비처럼 보이는 사람한테 윌리엄 블레이크 책 같은 걸 선물하나요. ㅋㅋㅋ 사실 이건 지금도 좀 아리까리합니다. 실제로 좀 놀려 보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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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말에서 인상 깊은 장면 하나가, 뙇! 하고 제목 타이포가 다시 뜨며 종결을 알리기 직전에, 정말 0.1초 정도 짧게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 전까지 뜨아아아... 하다가 거기에서 피식 웃어버렸는데. 생각해보니 이것도 좀 궁금합니다. 어찌보면 감독이 주인공을 살짝 놀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요. 



 ++++ 유난히 포스터들이 인상 깊은 게 많네요. 벌써 두 개는 써먹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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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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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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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도 맘에 들어요. ㅋㅋ 이것들 말고도 좀 더 있긴 한데, 영화 안 보신 분들은 검색은 안 해보시는 게 좋습니다.

 스포일러성 짤들이 유독 많더라구요.



 +++++ 그리고 볼까 말까 고민되는 분들에게 한 가지.

 이게 막 그렇게 살벌한 폭력이 나오는 영환 아니거든요. 내장 튀어나오고 사지가 분리되고... 이런 건 전혀 없는데.

 '고어도는 심하지 않지만 보면 막 내 몸처럼 고통스러운' 류의 신체 훼손 장면들이 좀 나옵니다. 그런 거 영 못 버티시는 분들은 참으시는 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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