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미싱 영 우먼>을 보면서, 영화의 주제와 무관하게 이 영화가 들척지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이건 영화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헐리우드 특유의 꾸밈이 싫은 느낌에 더 가까워요.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아무래도 제가 그 전에 라지 리(레드 리라고 한국어로 발음이 써져있던데 인터뷰 영상을 찾아봐도 라지 리라고 자기를 소개하네요)의 <레 미제라블>을 보고 난 느낌이 아직 떨어지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과 같은 제목을 띄고 있는 이 영화는 전형적인 영화문법과 아주 동떨어져있는데, 최소한의 선의와 도의성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 어떤 인물도 좋아하기 힘들면서 소시민이 영웅으로 각성하는 계기도 하나도 없습니다. 불한당 천지인 이 영화에서 사건은 개연성이 없는 것처럼 흘러가고 사건은 매우 뜻밖의 흐름으로 번지게 됩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이 서사에서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관객으로 체험한 경험이 강렬했는지 그 다음에는 기 - 승 - 전 - 결로 딱딱 이어지는 상업영화의 그 흐름과 적당히 유려한 편집 혹은 촬영 기술이 매우 인위적이라고 느꼈어요. 분명히 좋은 배우와 좋은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데도 이게 하나의 인형극 같은 거죠. 


깐느에서 상받은 영화들을 보다보면 없는 듯 있는 듯 한 흐름의 자연스러움에 탄복하게 됩니다. 인물들은 어리석거나 충동적이고 리듬이란 건 매우 들쑥날쑥합니다. 다 그런 건 아닌데, 아무튼 전형성에서 많이 탈피해있는 느낌이 들어요. 좋아할 수도 없고 싫어할 수도 없는 혼란 속에서 못난데 아름다운 현실을 그대로 목도해야하는 그 느낌이 어떤 진실성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영화는 사건이 아니라는 그 말을 이제는 조금씩 이해할 것 같기도 해요.


권선징악의 모든 이야기는 결국 프로레슬링이 아닌가 싶어요. 저는 당혹스러울지라도 예측할 수 없던 결과가 현실에 더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거의 유일하게 보는 스포츠인 스타크래프트 리그에서도 이름값 높고 우승후보인 선수들이 떨어져서 어이가 없는데, 현실이 그런 거니까요. 그래도 아직 대만 감독들의 80년대작은 볼 엄두가 안나네요. <타이페이 스토리>를 보다가 그대로 자빠져 잤기 때문에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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