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06 23:39
<프라미싱 영 우먼>을 보면서, 영화의 주제와 무관하게 이 영화가 들척지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이건 영화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헐리우드 특유의 꾸밈이 싫은 느낌에 더 가까워요.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아무래도 제가 그 전에 라지 리(레드 리라고 한국어로 발음이 써져있던데 인터뷰 영상을 찾아봐도 라지 리라고 자기를 소개하네요)의 <레 미제라블>을 보고 난 느낌이 아직 떨어지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과 같은 제목을 띄고 있는 이 영화는 전형적인 영화문법과 아주 동떨어져있는데, 최소한의 선의와 도의성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 어떤 인물도 좋아하기 힘들면서 소시민이 영웅으로 각성하는 계기도 하나도 없습니다. 불한당 천지인 이 영화에서 사건은 개연성이 없는 것처럼 흘러가고 사건은 매우 뜻밖의 흐름으로 번지게 됩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이 서사에서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관객으로 체험한 경험이 강렬했는지 그 다음에는 기 - 승 - 전 - 결로 딱딱 이어지는 상업영화의 그 흐름과 적당히 유려한 편집 혹은 촬영 기술이 매우 인위적이라고 느꼈어요. 분명히 좋은 배우와 좋은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데도 이게 하나의 인형극 같은 거죠.
깐느에서 상받은 영화들을 보다보면 없는 듯 있는 듯 한 흐름의 자연스러움에 탄복하게 됩니다. 인물들은 어리석거나 충동적이고 리듬이란 건 매우 들쑥날쑥합니다. 다 그런 건 아닌데, 아무튼 전형성에서 많이 탈피해있는 느낌이 들어요. 좋아할 수도 없고 싫어할 수도 없는 혼란 속에서 못난데 아름다운 현실을 그대로 목도해야하는 그 느낌이 어떤 진실성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영화는 사건이 아니라는 그 말을 이제는 조금씩 이해할 것 같기도 해요.
권선징악의 모든 이야기는 결국 프로레슬링이 아닌가 싶어요. 저는 당혹스러울지라도 예측할 수 없던 결과가 현실에 더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거의 유일하게 보는 스포츠인 스타크래프트 리그에서도 이름값 높고 우승후보인 선수들이 떨어져서 어이가 없는데, 현실이 그런 거니까요. 그래도 아직 대만 감독들의 80년대작은 볼 엄두가 안나네요. <타이페이 스토리>를 보다가 그대로 자빠져 잤기 때문에ㅋ
2021.05.07 09:51
2021.05.07 16:00
네 그래서 당최 짐작할 수 없는 <노매드랜드>가 궁금합니다. 오늘 보려구요.
2021.05.07 10:48
저도 안전한 기승전결 구조의 할리우드 영화가 재미 없어요. 미드도 대부분의 픽사, 디즈니 애니메이션도 재미 없네요.
거의 대부분의 로맨틱 코미디도 액션 영화도 재미 없네요. 다 똑같아요.
2021.05.07 19:36
네 재미가 없어요... 뻔하디 뻔한...
2021.05.07 11:25
대만 감독 80년대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지 집에서 보면 잘듯합니다. 러닝타임도 길고 장면 길이도 길고.
'레 미제라블' 내리기 전에 봐야하는데, 글을 보니 더 궁금하네요.
2021.05.07 19:38
ㅋㅋㅋ 에드워드 양의 영화를 정말 감동하면서 봤지만 다시 볼 엄두는 안납니다 특히 집에서는요...
<레 미제라블> 꼭 보십시오 정말 좋았습니다
2021.05.07 11:50
프라미싱 영우먼...과 관련되어서는
요새 오스카는 그래도 "전형적인 할리웃" 이야기는 지양한다고 생각해서 각본상이나 BAFTA 받은 만큼 평론가분들은 참신하다 느꼈나보다 했는데요ㅎ
그와 별개로 (각본상때문에 기대해서 그런지) 막 울림이 있거나 뇌리에 맴도는 이야기는 아니어서 저도 개인적으로는 좀 실망하긴 했죠. 각본상의 기준이 무엇일까 다시한번 생각...
물론 의미가 있는 이야기이고 결론도 방향도 동의하지만...
2021.05.07 19:38
왜 그 영화가 각본상을 받았는지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권선징악 영화가 힘들어진지 오래된 것 같아요. 그래서 노매드랜드처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영화나 더 파더처럼 기승전결이 없다시피 하는 영화가 계속 궁금증을 자아내고 보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이런 영화는 주로 극장에 가서 보게 되구요.
집에서는 그냥 끝을 다 알겠는 영화를 그냥 틀어 놓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