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새벽 1시 23분에 벨이 울렸습니다. 잠귀가 밝은 편이라 단박에 잠이 깼는데, 그 시간에 제 집에 올 사람도 배송받을 물건도 없는 터라 긴장했습니다. 누구세요? 라고 큰 소리로 물어도 대답은 않고 남성 두 명이 두런두런 나누는 대화가 들리더군요. 몇 년 전이었으면 그 시간에도 문을 벌컥 열어봤을 텐데, 요즘 워낙 흉흉한 뉴스를 많이 대해서인지 그러지 못하고 날이 밝고 나서야 빼꼼 문을 열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커다란 올리브 나무와 떡깔 고무나무 하나가 문 옆에 놓여 있더군요.  뭐랄까,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UFO를 대한 기분이었습니다. 당연히 집안에 들여놓지 않았는데요,  이 미확인 비행체 같은 식물이 어떻게 제 집에 당도한 걸까요.

# 어제 만난지 얼마 안 되는 분으로부터 이런 인상평을 들었습니다. "** 님은 강아지과인 것 같았는데 만나고 겪을수록 고양이과이군요." (이런 무례한 발언이 한국에선 아직도 통용되는 건가요. - -)
뭐, 누가 그러나말거나입니다만 저 말을 듣는 순간 몽테뉴의 <수상록>에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어떤 철학자가 한 마리 고양이와 논다. 그러면 그 철학자가 그 고양이와 놀아주는 것이냐. 아니면 그 고양이가 그 철학자와 놀아주는 것이냐."

고양이는 신기한 존재죠.  작은 세계에 살지만, 성격이 분명하게 자신을 드러냅니다.  독립성과 의존의 균형 감각으로요. 
'성격이 운명'이라는 동양의 발상을 따르면, 고양이는 만만치 않습니다. 그의 작은 세계는 우리가 크다고 착각하는 인간 세계와 공존하는 부분이 있고요, 그 부분은 대추씨처럼 작고 단단합니다. 사자나 호랑이 같은 고양이과 동물은 인간과 분리되어 있지만, 고양이만이 '대추씨 공간'에서 인간과 밀당한다는 점에서 철학자와 대적할 만합니다.

철학자와 놀아주는 고양이, 이 표현은 무엇일까요. 인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대추씨 공간에서 고양이는 가까이 다가오는 주인의 손을 탁 치곤 가고 싶은 곳 - 저쪽으로 가버리곤 하조.  그러다 주인이 다른 일에 몰두해 있으면, 그 몰입의 삼매경이 아름답다는 듯이 제발로 다가와서 부비부비해댑니다. 물론 철학자마다 고양이보다 개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독했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그렇게 개를 좋아했다죠. 무조건 자신을 따르는 생물은 보통의 철학자에게는 반려일 테죠. 반려는 글자 그대로 동반하는 여행자입니다. 고양이는? 고양이는 그냥 제 갈 길을 가는 생명체입니다.  수틀려서가 아니라 성격이 그러합니다. 그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통제가 안된다는 것은 인간의 난감함인 거죠. 그 '대추씨 공간'의 밀당에서 당황한 자, 그 곳에서 어렵게 출발하려는 자는 고양이와 상대하는 쪽이다. 동시에 철학의 시작이다.

이 출발지는 장자의 나비꿈에 깃든 깊은 뉘앙스이기도 합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꿈의 성격을 상대하는 인간의 오래된 깨달음, 이 시간 속에 있으면서 시간의 풍경을 객관화하여 다루려는 인간의 오래된 깨달음 같은 것, 
아무튼 한 사회인으로 사는데 드는 감정비용이나 기회비용이 참 만만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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