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 에반게리온

2021.05.14 00:53

Sonny 조회 수:2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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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랜만에 다시 이 작품을 정주행을 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가장 끝편인 <디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가장 잔인한 장면부터 봤습니다. 그래서 이 끔찍하고 기괴한 작품은 무엇인지 야후와 라이코스에서 정신없이 검색을 했고 사해문서나 세피로스의 나무 같은 떡밥들에 대한 정보를 얻으면서 빠져들었죠. 그 때 딱 에반게리온이 불타오르고 있던 시절이었고 저는 시간이 흐른 후에야 이 작품을 다 볼 수 있었습니다. 저 혼자 불타오르던 때나 이 작품이 유행하던 때를 다 놓친 셈입니다. 그래서 다시 보는데 여러모로 아쉽더군요. 뭐든지 제 때가 있고 다같이 열광할 수 있는 때가 있는 법이니까요. 사춘기 때 이 작품을 봤다면 저는 걷잢을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에반게리온 시리즈를 보지 않았을 때에도 저는 레이 테마 ( https://www.youtube.com/watch?v=Gp9ThCgk31s )를 들으면서 침대에 멍하니 한시간씩 엎드려있곤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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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서 다시 보니 이 작품이 얼마나 청소년의 자기중심적인 세계를 그리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주인공에게 방황과 혼란에 중독될 수 밖에 없는 완벽한 세계관을 제공합니다. 주인공인 신지는 태생부터 불행한 14세의 남자아이입니다. 어머니는 어렸을 때 사고로 사망, 아버지는 자신을 버리다시피하며 모든 교류가 단절된 상태, 친구 없음, 취미 없음, 재능도 열정도 없음, 원래도 소심하고 우울한데 외로움도 잘 탑니다. 망가지지 않을 수가 없는 거의 모든 환경적 요소를 갖고 있는 신지는 얼떨결에 에반게리온이라는, 세계의 운명을 결정짓는 거대병기에 타야하는 중압감까지 짊어지게 됩니다. 그 와중에 재회한 아버지는 자신에게 냉랭하고 그는 단 한번도 영웅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 저는 이 설정이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준비물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세계에 놓인 사람이 이런 세계로부터 어떤 자극을 받고 반응을 보이는지 그걸 그냥 계속 보는 거죠. 저는 이 작품을 다시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작품이 이렇게까지 자기연민에 빠질 수가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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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다시 보면서 놀랐던 점은 이 작품에 독백과 회상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누가 뭘 하는 게 별로 없습니다. 사실상 뭘 하는 사람들은 작품 속 세계의 흑막으로 취급되는 제레의 의장들과 겐도우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뭘 안합니다. 어떤 상황이 생기면 반응만 열심히 하는 피동적 존재들이죠. 그러니까 사람들이 주인공을 보면서 간접체험하게 되는 건 영웅적 행위나 성취가 아니라 영웅이 될 수 없다는 자괴감과 어떻게 해도 치유되지 않는 과거의 트라우마입니다. 이 작품은 심각할 정도로 감상적입니다. 사건이 일어났다면 그 다음에는 주인공이 그 사건에 대면해야 합니다. 그런데 신지는 그걸 안합니다. 툭하면 작품이 이 주인공을 자기연민과 답없는 나르시시즘으로 빠트려버리죠. 주인공이 행동을 안하고 생각만 합니다. 그 생각하는 도중 곁들여지는 우울하고 충동적이고 자기파괴적인 결과물들이 사실 이 작품의 핵심적인 감상 포인트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메카물인데도 다른 메카를 쓰렸다는 것에 쾌감이 거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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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를 둘러싼 가장 가까운 인물은 동갑내기 파일럿인 레이, 아스카 이 두명입니다. 이들은 에반게리온을 타야한다는 공통의 목적이 있고 본부나 집에서 제일 자주 마주치며 그 때마다 신지가 의미심장하게 두근거리는 순간들을 제일 많이 부여하는 인물들입니다. (작품 속에서 신지는 학교보다 네르프나 집에 체류하는 장면들의 시간이 훨씬 더 길게 나옵니다. 당연하게도.) 그런데 신지가 이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합니다. 일단 아스카는 매번 구박하고 무시만 합니다. 서로 같은 생각을 한다거나 공통점을 찾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레이와는 소통을 제대로 하느냐. 신지는 레이와는 뭔가 통하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 청소년기의 성적 호기심에 가까운 호감을 서로 느끼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이 둘이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는 않습니다. 신지도 내향적인 성격인데다가 레이는 아예 정체를 알 수도 없고 극단적으로 폐쇄적인 사람이기 떄문입니다. 그래서 이 둘이 통하는 순간조차도 그건 말없이 뭔가를 유추하거나 짐작하는 경우이지 대화를 나누거나 뭔가를 같이 하면서 시간적인 역사가 쌓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신지와 레이가 서로 아련히 생각한다고 해서 그게 소통이 된다고 하기는 어렵죠. 그건 소통이 되지 못한 채로 일상은 나누지 못하는 신비주의의 교환 같은 것입니다. 그러니까 신지는 동갑내기 누구와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채 살고 있습니다. 셋 다 외롭고 셋 다 이해에 실패한다고 하지만 결국 신지가 제대로 인간관계를 쌓지 못하고 자라나는 건 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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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많이 본 활동복(...)을 입고 있는 토우지, 그리고 군대 오타쿠인 아이다는 신지의 유이한 학급 친구입니다. 이들은 신지에게 아주 중요한 일상적 친구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신지가 일단 자신의 생활공간을 학교로 놓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신지는 학생이 아니라 에반게리온 파일럿이 주 정체성이기에 학교에서 생활하는 시간도 적고 작품도 그걸 중요하게 다루지 않습니다. 그리고 중후반부에 토우지가 에반게리온 파일럿으로 차출되면서 이들은 완전한 이별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나마 일상을 나누던 친구들마저도 신지에게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한 인간을 외톨이로 만드는데 전력을 다합니다.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안돼.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안돼. 청소년기에 제일 주요한 감정의 원천인 친구관계마저도 박살을 내놓으면서 주인공을 고립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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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라는 측면에서 신지에게는 동료도 없고 친구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믿고 의지할만한 어른은 있는가.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또 다른 주인공인 미사토가 그 역할을 하긴 합니다. 그는 신지와 동거를 하고 있으며 네르프에 몸을 담고 있다는 직업적인 공통점도 있고 부모가 부재하다거나 사도로부터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는 고통도 공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사토는 신지에게 좋은 어른이 되려고 끝까지 애를 씁니다. 그러나 문제가 있습니다. 미사토가 본인의 어른스러움으로 신지를 성장시키고 관계를 유지하기에는 신지를 둘러싼 세계의 부조리가 너무 커다랗습니다. 이것 또한 청소년기의 2차성징을 다루는 정확한 특징이겠죠.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자에게 어른은 친구가 되어줄 수 없습니다. 끽해야 좋은 조력자가 되어줄 수 있을 뿐이지 외로움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삶의 동반자로서의 성격은 가질 수 없는 것입니다. 이들은 유익한 충고를 해줄 순 있지만 신지가 마음으로 믿고 의지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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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타나는 나기사 카오루. 그는 신지가 거의 최초로 사랑을 느꼈던 사람입니다. 이 떄 사랑이라는 건 섹슈얼한 의미도 당연히 있지만(애니 판에서는 헷갈리지 말라고 이 절망적인 작품에서 아예 대놓고 홍조를 신지 얼굴에 박아놓습니다) 그의 고통을 처음으로 공감하고 연민을 보였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일 외롭고 힘들 때, 이 전의 우울에서 벗어나기는 커녕 상처만 더 크게 늘어나서 절망하고 있을 때 카오루는 홀연 나타납니다. 그리고 신지에게 접근하죠. 이것은 레이도 아스카도 겐도우도 미사토도 토우지도 그 누구도 못했던 일입니다. 그리고 신지는 그를 적으로 죽여야 합니다. 신지가 있는 세계에서 신지는 친구도 잃고 좋아하는 주변인들도 죽고 첫사랑을 자기 손으로 죽여아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작품이 아예 주인공을 심리적 궁지로 몰아넣고 떨어져버리라며 종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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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세계관을 계속해서 감상하면서 감상자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요. 어쩜 이렇게 세계는 가혹하고 '우리'에게 시련만 내리는걸까, 라며 작고 나약한 자신을 한탄하고 비극에 도취되게 만들죠.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고 어떤 힘도 결정권도 마음의 힘도 없는 청소년기에 이런 작품을 보게 된다면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요. 어른이 된 저는 이 작품을 더 멀리서, 청소년기의 저와 이 작품이 소통하는 액자 속 이야기를 보듯이 봤습니다. 주인공은 너무 외롭고 불쌍하며 그의 혼란에는 필연적인 핑계들이 있습니다. 작품은 그걸 작품에서만 다루는 게 아니라 아예 화면 밖의 감상자들을 향해서 자기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노로그에 가깝게 낱낱이 떠들고요. 그래서 저는 이 작품이 매우 미숙하고 철이 없지만 그 때에만 그렇게 강렬하게 먹힐 수 있는 코드를 끝까지 밀고 나갔다는 점에서 어떤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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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 작품은 심각하게 남성중심적입니다. 그것은 이 작품에 꾸준히 나오는 여자에 대한 취급 때문입니다. 청소년기에는 남자애들은 주변의 여자들을 성적대상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그건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러나 그걸 아예 작품의 테마로 다루면서 스토리로 이어가는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성적 충동을 느끼는 현실과 그것이 작품의 전반적인 소재가 되고 그 표현을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그리는 건 다르다는 뜻입니다. 이를테면 우리는 사람인 이상 다 대소변을 보고 콧물도 흘리고 그렇습니다만 작품이 그 묘사에 천착하고 있다면 그건 좀 다른 목적이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겠죠. 에반게리온은 남자 청소년의 성욕을 너무 과장합니다. 특히나 괴악한 것은 주변 여자들을 아무렇지 않게 성적대상화를 하면서도 일상을 같이 꾸려나가는 그 이중성에 있습니다. 한순간의 충동이나 망상이 아니라 '남자가 여자를 성적으로 욕망하는 건 당연한 거 아냐?'라고 말하는 작품의 톤 자체가 남성의 성욕에 대한 판타지같은 거죠. 일본 애니나 만화는 성도착증에 가까운 증상을 성욕으로 착각하는 업계 전반의 문제가 있습니다. 이게 이 작품에서 너무 두드러져서 좀 괴로웠네요. 도대체 제레가 리츠코를 불러서 심문하는데 나체로 세워놓을 필요가 뭐가 있겠습니까? 이건 순전히 여자로 능욕을 시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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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여체'에 대한 취급도 매우 나쁩니다. 레이가 사도에게 침식당할 때의 묘사는 완연히 강간을 묘사하는 식으로 나타납니다. 특히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서는 여체가 당하는 고통으로 주인공의 심리적 고통을 배가시키는 장면들이 매우 많습니다. 작품이 전체적으로 여체가 훼손당하는 장면들을 통해 '끔찍하다'는 인상을 계속 주려고 하는데, 이게 꼭 나쁜 건 아닙니다만 그게 남자주인공의 심리적 반응을 일으키는 매개체가 된다면 이 구도를 두고 좀 생각해볼 수는 있겠죠. 남자가 울고 괴로워하기 위해 여자가 자기 몸이 갈갈이 찢기고 피투성이가 되어야 하는가? 그 즉각적인 반응 이전에 이 반응을 일으키는 구도가 너무 문제의식없이 반복돼서 몰입에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여자의 신체가 끔찍한 세계의 재료로 소진되는 것 같아서 '이 끔찍함이 공평하지 않다'는 느낌이 좀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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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은 티비시리즈의 모든 혼란과 충동을 집결시킨 작품입니다. 충격의 '오메데토' 씬은 완전히 버리고 이 작품을 이야기로 완결시키는 작품이죠. 그래서 24화까지 이어지는 '모든 사도를 물리치기는 했는데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냐'에 대한 질문을 되도않는 내면의 독백으로 퉁치진 않습니다. 제레, 사해문서, 에바, 릴리스, 아담, 써드 임팩트 같은 세계관 자체의 모든 비밀을 해소합니다. 이걸 다시 보고 있자니 이 작품의 경이로운 충격이 다시 상기되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 인류가 정말 이렇게 멸망해버리는 건가 싶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데 그 일이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괴리감이 강했습니다. 그건 아마 '모두 다 죽어버리면 좋을텐데'라는 신지의 독백이 그냥 독백으로 그치고 말거라는 상식적인 감각의 약속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끊임없이 관계에 실패한 신지는 그래도 관계에 다시 도전하기로 합니다. 관계가 없는 안전함과 안락함은 무의미하다는 본인만의 결론일 수도 있고, 혹은 영원한 불안과 상처가 생기더라도 그 과정에서 생기는 순간순간의 신뢰나 통한다는 그 감각을 믿어보기로 한 것일수도 있겠죠. 신지는 아스카의 목을 조르다 말고, 아스카는 신지에게 늘 하던 말인 '기분나빠'를 또 이야기합니다. 이 전의 세계에서 그렇게 일으켜오던 갈등을 신세계에서도 반복하면서, 인간은 완전히 달라진 세계 안에서 살아가야합니다. 어쩌면 이것도 에반게리온다운 엔딩이라고 할 수 있을 거에요. 그 어떤 구원자도 친구도 얻지 못한 채 세상에서 자신을 제일 싫어하고 무시하는 단 한사람만을 곁에 둔 채로 그 누구도 없는 세계를 살아가야하지만 그래도 괜찮을 것이라고요. 아무 것도 해소되지 않았고 아무 것도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늘 주저하기만 하던 인간이 세계 멸망의 선택지 앞에서 다시 주저하면서 딱 둘만 남게 되었다면 그 세계는 어떻게 될까요. 어차피 상관없는? 그래도 괜찮은? 변한 건 아무 것도 없는? 그래도 변하지 않고 남은 사람이 있다는?




@ 할 이야기가 이것밖에 없겠습니까? 루리웹에 엄디저트란 분이 거의 논문 수준으로 글을 30여개 넘게 쓴 게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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