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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본지는 꽤 오래되었습니다. 사촌 동생네에 놀러갔을 때 같이 봤으니까요. 참고로 제 사촌동생은 오타쿠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애니쯤은 극장에서 또 봐주는 게 일종의 인싸문화인가 싶더군요. 저는 이 영화를 딱히 보고 싶지 않았지만 워낙 인기가 있고 또 사촌과 같이 영화를 보는 게 재미있을 것 같아서 보러 갔습니다. 저는 애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활자로 봐도 오글거리는 대사들이 목소리로 막 나오는 걸 일본어 원어로 듣고 있으면 좀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듭니다... 물론 죠죠나 에반게리온 같은 건 예외적으로 좋아합니다만.


영화 자체의 내용은 크게 말 할 게 없습니다. 원작을 보고 온 사람들이 볼 것이라는 전제를 깐 것인지 조금 불친절한 부분도 있습니다. 애초에 누가 누구인지는 크게 중요하지도 않고 선악구도도 사람 잡아먹는 혈귀와 그걸 처단하는 귀살대로 명확하게 나눠져있으니 어려운 것도 없습니다. 그냥 흉악한 괴물과 그걸 물리치는 검사들의 싸움이고 이능력자 배틀물답게 칼싸움에 화려한 그래픽이 첨부되었습니다. 액션은 꽤나 속도감이 있고 호쾌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해 크게 이야기할 건 없고, 만화가 애니메이션이 되는 순간, 즉 목소리가 덧입혀지는 순간의 그 이상한 생명력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이 영화를 통해 렌고쿠라는 저 노랑머리의 검사는 인기가 급상승했습니다. 사실 원작이 연재중일 때는 그렇게까지 인기가 많은 캐릭터는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출연하자마자 거의 죽다시피 해서 큰 인상을 남기지 않거든요. 그러나 애니메이션에서는 꽤나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데, 그것은 그 웅변조의 대사들을 전달하는 목소리의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는 이 사람들을 지킬 것이다! 나는 귀신은 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죽어도 내 사명은 완수할 것이다! 이런 뻔한 대사들을 하는데 실시간으로 흘러가는 영상 속에서 죽어가는 인물이 육성으로 이런 대사를 하는 게 만만치 않은 파괴력이 있습니다. 네 저는 클라이맥스에서는 눈물을 찔끔 흘렸네요. 이 영화에서 연기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그 목소리밖에 없는데, 그 목소리가 아주 인간다운 호소력을 갖추게 되더란 말이죠. 작위적이지만 장렬합니다. 


만화가 애니메이션이 되는 순간 작품의 생생함을 훨씬 더 인간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이건 기술의 문제라기보다는 인간 대 인간의 소통에서 발생하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활자로는 전달되기 어려운 생생함이 있었어요. 그런 것이 활자 텍스트와 구분되는 영화라는 장르의 매력이겠지요. 스크린이라는 장벽이 있지만 어쨌든 인간을 마주한다는 감각적인 고양감이 있으니까요. 나머지 캐릭터들은 다 고만고만하고, 주인공들이 얼마나 불우한지 눈물을 짜내려는 게 극심해서 좀 식어버리는 것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렌고쿠 캐릭터를 연기한 성우의 목소리는 대단했습니다. 


눈물을 훔치면서 관을 나섰습니다. 제 사촌 동생은 형 이거 쩔지 개쩔어 나도 욺 하고 계속 떠들었구요. 짠맛이 농후한 애니입니다. 물론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일본 애니메이션이라 감화되지 않을 분들도 많겠습니다만... 이 영화를 보고 선동당하기 쉬운 성격이 아닌가 좀 반성도 했습니다 ㅋ 후속작이 나온다면 볼 지 안볼지 모르겠네요. 원작 기준으로 저렇게 강렬하게 필사의 외침을 토해내는 장면은 많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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