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봤습니다. 상영 시간이 무려 두 시간을 4분 넘네요. ㄷㄷㄷ 스포일러는 없게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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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유명한 간판 포스터보다 이게 더 맘에 들어서.)



 - 모태 쏠로에 숙맥이라는 걸 제외하면 세상 별로 아쉬울 게 없어 보이지만 묘하게 찐따(...) 인상의 '팀'이라는 영국 젊은이가 주인공입니다. 집 잘 살고, 엄마 아빠 다 훌륭한 분이시고, 사랑스럽고 성격 좋은 동생도 있는 데다가 본인은 곧 변호사가 될 판국에 모태 쏠로가 뭐 그리 큰 한인가... 싶기도 하지만 뭐 부족한 게 그것 뿐이니 거기 집착할만도 하겠죠. 

 그런데 성인이 되던 날에 아버지로부터 '우리 집 남자들은 특정 나이를 넘기면 시간 여행 능력이 생긴단다'라는 황당한 사실을 전해 들었고. 당연히 본인에게 유일한 인생의 한인 연애 문제, 특히 실패한 첫사랑 사건 해결에 그 능력을 집중해 보지만 그게 잘 풀리진 않습니다.

 그리하여 대충 일이나 열심히 하며 살던 팀 젊은이는 어느 날 미쿡에서 온 레이첼 맥아담스를 만나게 되고, 본인은 물론 상대방도 자신에게 격한 호감을 갖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 행복해하지만 일이 꼬이면서 시작도 못해보고 망할 위기에 처하고. 그리하야 드디어 가문의 비밀 능력 맘껏 펼치기 시작하는 가운데 레이첼 맥아담스가 너무 예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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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기 전수의 시간.)



 - 영화 도입부를 요약하면 대략 이렇게 되는 게 맞긴 한데, 사실 훼이크입니다. 저 포스터도 훼이크구요. 이렇게 딱 보면 도널 글리슨과 레이첼 맥아담스가 나오는 시간 여행 로맨스물인 걸로 보이지만 사실 둘의 로맨스 이야기는 영화 중반에 끝나 버려요. 이 영화가 중점을 두고 있는 건 일단 연애 보단 가족이구요. 그보다도 더 중요한 건 그냥 '삶과 시간, 선택' 같은 철학적인 이야기들을 꺼내 늘어 놓은 후에 심플하고 건전하며 안전하기 짝이 없는 교훈을 전하는 거죠. 일상은 소중하다. 매일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 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최대한 즐겨라. 뭐 이런 이야기들 말입니다.



 - 워킹타이틀의 로맨스물 라인업에서 거의 간판급 활약을 했던 리처드 커티스의 영화죠. 직접 감독한 건 러브 액츄얼리랑 어바웃 타임 정도이지만 각본으로 참여한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각색)',까지 생각하면 뭐 거의 1등 공신급.


 그래서 한국에서 특히 사랑 받았던 이 워킹타이틀 영화들 특유의 영국맛이 영화 전반에 아주 진하게 녹아 있습니다. 아주 영국 냄새가 진동을 하는 (물론 전 영국 근처에도 가 본 적이 없지만!!) 배경과 풍광, 캐릭터, 대사, 그리고 배우들까지. 그게 하나 같이 다 매력적이고 보기 좋고 재밌다는 건 말 할 것도 없구요. 보는 내내 '역시 영국뽕은 워킹타이틀!' 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봤습니다. ㅋㅋㅋ


 그리고 훼이크라고 하긴 했지만 둘의 로맨스도 썩 괜찮아요. 철저하게 팀의 입장에서만 전개되는 이야기라서 레이첼 맥아담스의 캐릭터는 그저 예쁘고 사랑스러운 환상의 여인... 정도에 그칠 뿐이지만 대신 정말정말정말정말 예쁘고 사랑스럽게 나오는 걸로 만회를 하구요. 주인공인 팀도 시간 되돌려가며 반칙 플레이로 여자 꼬시는 녀석 치고는 나름 양심도 있고 선을 넘지 않으면서 아주 안전하게 귀여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또한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 아빠 엄마 동생 셋방 주인 직장 동료... 등도 딱 워킹타이틀 로맨스 캐릭터스럽게 적절하고 매력적이며 사랑스러워요.

 그냥 얼굴만 봐도 어떤 캐릭터인지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 모두 훤히 보이는 인물들이지만, 뭐 장르물이란 게 원래 그런 익숙한 재미로 보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가 이 회사 로맨스물을 아주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제가 기대했던 방향으로는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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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영국맛 손가락을 받아랏.)



 - 근데... 그게 또 문제더라구요. 진짜 문제인진 잘 모르겠고 제 취향엔 아쉬웠습니다. 영화의 '안전함'이 도를 살짝 넘는다는 느낌.

 마지막의 건전하고 훈훈한 결말을 위해 이야기 속 컴컴하고 위험한 요소들을 다 쳐내고 외면하면서 안전망을 마련해두고 있는데, 그게 좀 질리더라구요.


 예를 들어 '로맨스' 파트를 보면요, 아무리 악의가 없고 나쁜 짓도 안 했다지만 시간을 돌리고 돌리고 되돌리면서 상대방에 대해 신상털이(...)에 가까운 정보를 얻어낸 후 그걸로 연애에 성공하는 주인공의 행동은 그렇게 흐뭇하게만 구경할 수 있는 건 아니죠. 본인이 그 시간 되감기 연애 신공의 타겟이 되었고, 그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게 범죄도 아니고 나쁜 일도 아닐 수 있지만 기분이 그렇게 쾌적하진 않을 걸요.


 각본가도 그 부분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영화를 보면 주인공의 행동에 2중 3중으로 면죄부가 주어집니다. 예를 들어 레이첼 맥아담스는 시간 되감기를 당하기 전에 그냥 첨부터 주인공에게 반해요. 그리고 둘이 한 번 깨지는(?) 것도 주인공이 여자에게 뭘 잘못한 게 아니라 다른 데서 착한 일 해보겠다고 애를 쓰는 바람에 일이 꼬여서 그렇게 된 걸로 나오죠. 그래서 그걸 수습하기 위해 시간을 마구 되감는다는 식인데... 얼핏만 생각해봐도 이 문제에는 훨씬 쉬운 해결책이 있습니다. 그런데 굳이 고생스런 다른 길로 가게 하면서 주인공의 착함을 부각시키고 둘의 로맨스를 강조하니 설득력이 훅 떨어지고 뭔가 가식적으로 안전한 느낌이 들구요.


 또 마지막에 '시간 되감기 같은 것 쓰는 것보다 그냥 니 일상에 충실하는 게 최선이란다'라는 메시지를 우아하고 감동적으로 전달해주는데...

 이 메시지가 영화 속에서 설득력을 갖게 되는 건 오로지 주인공이 그만큼 팔자 좋은 녀석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듯 부자집 자식, 화목한 가정, 본인은 변호사에 알고 보면 레이첼 맥아담스 정도 되는 미인을 첫만남에서 반하게 할 정도로 괜찮은 사람이죠. 그래서 이 양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 그 메시지를 자연스레 덥썩 물게 되긴 하지만... 그렇지 않잖아요 우리는? ㅋㅋㅋㅋ 주인공 너님은 굳이 시간 여행하며 인생 튜닝할 필요가 없는 거 맞아요. 하지만 저는 별로 그렇게 생각 안하고 아마도 지구인 중 대부분은 안 그럴 걸요. 어디서 약을 파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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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생 동안 가장 고치고 싶은 과거란 게 고작 짝사랑 여자 문제냐!!! 라는 당연한 의문을 막아주는 비주얼 개연성)



 - 덤으로... 시간 여행을 다루는 이 영화의 태도는 뭐... 당연히도 그냥, 대충, 무성의, 작가 편할대로. 정도로 요약이 됩니다.


 근데 그게 딱히 단점은 아니에요. 처음부터 그럴 거라고 선언을 하고 시작하는 영화니까요. 아무데나 어두컴컴한 구석에 들어가서 두 주먹을 불끈 쥐어라! 라는 시간 여행 방법만 봐도 그렇잖아요. ㅋㅋ 장르물 덕후들처럼 시간 여행, 또는 타임루프에 대해 막 설정 갖다 붙이면서 진지하게 다룰 생각이 애시당초 없는 영화이니 그런 걸 태클 거는 건 무의미하겠고. 다만 이 설정이 '일상에 전념하라'는 영화의 주제를 강조하기 위한 도구란 것은 분명하니 그게 과연 효과적이었는가... 에 대해선 생각해 볼 수 있겠죠.


 저 개인적으론 그게... 뭐랄까. 주제와 딱 맞아 떨어지게 잘 써먹긴 했는데 그렇게 와닿지는 않더라? 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이런저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전하는 타임 리프들은 결국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합니다. 가장 큰 업적인 레이첼 맥아담스 꼬시기... 만 봐도 사실 애초에 주인공에게 이런 능력이 없었더라면 오히려 처음 만남 후에 무난~ 하게 연애해서 무난~ 하게 결혼했을 테니 오히려 방해가 되었던 셈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능력 필요 없으니 니 인생이나 열심히 살아~' 라는 메시지가 설득력을 얻는 건데. 앞서 말했듯 이건 그냥 주인공 인생이 그만큼 편안 쾌적했기 때문이라구요. ㅋㅋㅋ 변호사 직업 갖고 레이첼 맥아담스와 마고 로비 중에 택 1을 하는 게 일생의 고민인 녀석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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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못 보고 이 짤만 보던 시절엔 저 주인공이 시간 여행으로 의자왕 놀이하는 영화일 줄 알았....)



 게다가 이런 주제를 내세우기 위해 이 영화는 자꾸만 그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수많은 일들을 일부러 지우고 축소 시켜 버립니다. 예를 들어 이 능력은 결과적으로 영생을 보장하는 거나 마찬가지죠. 본인이 가장 젊고 쌩쌩하며 가능성 넘치던 시절로 원할 때마다 언제든 점프해서 인생을 새로 살아볼 수 있어요. 그리고 그 시절의 가족, 친지, 친구들을 영원히 그 때 그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죠. 큰 돈을 벌 수 있다! 라는 당연한 선택지는 좀 비겁한 방식으로 대애충 때려 막아 버리구요.



 - 그냥 이쯤에서 대충 마무리하겠습니다.

 워킹타이틀제 로맨스 영화에서 사람들이 기대할만한 요소들을 두루두루 잘 갖춘 괜찮은 기성품입니다. 예쁘고, 귀엽고, 낭만적이면서 웃기고, 이야기의 흐름에 잘 올라탈 수만 있다면 마지막엔 가슴 찡한 감동까지도 얻을 수 있고 뭐 그렇겠죠. 영국맛 로맨스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재밌게 보실 듯.

 하지만 제 취향엔 너무 달달하고 인위적이더라구요. 그래서 재밌게 봐 놓고도 '그렇게 맘에 들지는 않아' 라고 투덜거리고 있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첼 맥아담스는 너무나도 예뻤습니다. 참으로 즐거운 두 시간이었어요... (쿨럭;;)




 + 사실 마고 로비를 못 알아봤어요. 아니 저 청순 섹시한 분은 뉘신고... 하고 검색해보고 화들짝. 뭐랄까, 되게 예쁜데 뭔가 전형적으로 예쁜 느낌이라 얼굴의 디테일이 제 뇌리에 잘 박히지 않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맨날 할리퀸 코스프레를 하실 순 없으니 제가 이 분 출연작을 더 많이 봐야할 듯. ㅋㅋ



 ++ 전 해리 포터 시리즈를 안 봐서 도널 글리슨을 엑스 마키나 -> 블랙미러 -> 라스트 제다이 순으로 접하고 이 영화를 봤습니다. 아마 그래서 유독 이 양반이 찐따미 넘치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며 봤던 것 같아요. 근데 재밌게도, 영화 초반부엔 정말 영락 없는 너드 이미지였는데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멀쩡하고 심지어 훈훈한 영국 남자 느낌으로 변해가더군요. 의도된 연출과 연기였다면 좀 감탄할만한 부분이었어요.



 +++ 그리고 어쨌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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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저 레이첼 맥아담스 그렇게 안 좋아합니다. 싫은 건 아니고 그냥 예쁘신 분. 딱 이 정도 생각인데요.

 근데 이 영화에선 정말... ㅋㅋㅋㅋㅋㅋㅋ 언젠가 제가 이 영화를 또 본다면 그건 100% 이 분 때문일 듯.



 ++++ 타임 리프를 이용한 여자 꼬시기(...)의 음침함을 체험해 보고 싶으시다면 조던 필 버전의 '환상특급' 2020에서 에피소드 9번, 'Try, Try'를 한 번 보시길. 그동안 봐왔던 타임 리프 로맨스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유익한 작품이었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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