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01 13:25
어제 밤에 사진 넣고 글 올리다 날아 갔어요. 로그아웃 된 것 모르고,, 자동 저장 기능을 믿고,, 아니 그것보다 내 머릿속 찜찜함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라 봐요.
글을 짧게라도 쓰다보면 자신의 허위 같은 걸 느낍니다. 제 경우 두드러진 점은 일반화시키기, 입니다. 뭉뚱그려 말하고 과장하는 표현으로 나타나는데 실상은 그렇게 일반화할 정도의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걸 스스로 알고 있고, 가끔 선을 넘으면 알맹이 없는 글이 되는 겁니다. 어제 밤에도 흥이 안 나는 글을 억지로 끌며 빨리 올리고 자야지, 그러다가 날렸네요.
넷플릭스를 떠돌다가 영국산 10부작 2차대전 다큐를 보았습니다. 드레스덴 폭격까지 봤습니다. 마지막 두 개인 홀로코스트와 히로시마원폭을 남겨두고요. 보다보니 관련 영화가 보고 싶어서 '지상 최대의 작전'(1962)과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를 봤습니다. 둘다 예전에 본 건데 앞의 것은 tv로 자다깨다 본 건지 첨보는 느낌이고 뒤에 것은 다시 봐도 볼만하더군요.
전쟁이란 무엇인가, 히틀러란, 독일이란, 일본이란, 전체주의란, 군중이란, 인간이란 무엇인가 끊임없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물음표들을 달 수 있는 연속 감상이었는데 위에서도 썼다시피 이런 생각들이 드는 건 당연하지만 내가 가진 정보가 부족하니 일반화할 수도 없고. 막연한 생각만 이리저리 굴렸어요.
다큐멘터리는 이런 역사물이 흔히 그렇듯 연구자나 작가 불러서 설명을 듣고 자료화면을 보여 주는 식인데 특별히 야심 있게 만들어진 건 아니고 그냥 제 몫을 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중복 사용되는 화면을 보면서 당시 자료화면이 저것 뿐인가 의아했습니다. 물론 전장 한 복판에서 카메라를 돌리고 있을 수는 없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조금은 부족해 보였어요. 이런 부분을 싹 다 보여 주는 것 - 전장 상황을 재연 화면으로 만든 것이 '지상 최대의 작전'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다큐에서 낙하산 부대의 손실이 컸다, 라는 기술로 끝난다면 영화는 낙하 지점을 잘못 계산해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다 나무에 걸리고 불난 교회 종탑으로 들어가고 독일군 무더기가 탐색 중인 가운데 내려 앉아서 공중에서 착지 중에 또는 낙하산 정리 중에 총맞는 걸 보여 줍니다. 디데이를 기다리는 앞부분은 인물 소개 상황이라 조금 지루함이 있었는데 작전이 시작되면 개인사 하나 없이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였어요. 배우들도 많이 나오고 엄청난 물자와 인력이 동원된 전쟁 다큐영화라 할만합니다. 쟁쟁한 배우들이 등장합니다. 아래 포스터에서 아는 배우 찾기 함 해보시죠.^^. 저는 숀 코넬리가 약간 푼수끼 있는 젊은 병장으로 스치듯 나오는 게 웃겼습니다. 그 젊음...
이어서 본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감독을 자꾸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다시 보니 톰 행크스가 맡은 인물의 입체감을 살리고자 넣어 놓은 디테일하며 이야기 짜임새가 새삼 능력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익숙한 것들을 가지고 진부함이나 거부감 안 느끼게 감상하게 하는 능력입니다. '지상 최대의 작전'이 최대한 그대로 보여 주는데 촛점 맞춰져 있어서 오마하 해변 경우도 멀리, 전체를 찍은 게 많은데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인물들에 이입해야 하니 밀접하게 붙어서 보여 줍니다. 잘린 팔다리와 폭발한 배에서 나온 내장들, 피로 붉게 물든 바다. 사실 오마하 해변의 참상은 좀 그래요. 프랑스야 말할 필요 없고 영국도 '덩케르크의 복수'라며 흥분의 절정일 수 있는데 미군들이 저렇게나 많이 죽어나가니 이 정도 피해면 잘된 작전 맞냐? 싶었어요. 무슨 중공군 인해전술처럼 앞 사람을 방패 삼아 총 장전 시간 틈을 타서 상륙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지막 두 편 남은 다큐가 홀로코스트와 히로시마라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 중입니다.
아는 거 별로 없이 쓰자니 마무리가 어렵네요.
사진 네 장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실제 사진1,2, '지상 최대의 작전', '라이언 일병 구하기' 순입니다.
추가 : 6월 처음 올린 글인데 호국보훈의 달 기념 글인걸로(아님. 방금 알았음)
2021.06.01 14:10
2021.06.01 14:17
아닙니다. 2019년 제작인걸요.
2021.06.01 14:29
2021.06.01 14:52
머나먼 다리. 제목만 들었나 tv로 봤나 기억이 잘 안 나네요. 리차드 아텐보로 감독이네요. 기회되면 봐야겠습니다.
2021.06.01 16:38
오마하 해변 전투만 따로 때어놓기보다는 오버로드 작전 전체를 두고 봐야할 것 같아요. 당시 연합군 지휘부들도 이 작전에 확신이 없었던 것을 고려하면, 일단 성공했다는 것 자체에서 의미가 크지 않을까 싶어요.
2021.06.01 16:56
노르망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육해공에 걸쳐 이 정도로 규모가 큰지 몰랐고 연합군 피해도 이렇게 심했는지 구체적으로는 몰랐어요. 독일이 유럽 서쪽 해안선 전체에 방어선을 구축해서 지뢰니 함선 방어 장치니를 설치해 둔 것도 놀라웠습니다. 다큐에서는 날씨도 안 받혀 주고 공수부대도 잘못 착륙해서 육군이 상륙하는데 부담을 덜어야 하는데 잘 안 되었다고. 독일측이 히틀러가 디데이에 자고 있는 걸 못 깨워서(약에 취해 있었을 확률이 매우 높다고) 기갑부대 승인을 못 얻은 것이 작전 성공에 큰 이유였던 걸로 말하더군요.
2021.06.01 17:24
그것도 있고, 당시 연합군 상륙을 저지할 책임을 맡은 B집단군 사령관이었던 롬멜이 하필 상륙작전이 있는 날에 히틀러도 만나고, 아내 생일도 챙길 겸 전선에서 이탈해 있었죠. 기상상황이 안 좋다는 보고를 듣고, 상륙작전이 없을 거라고 믿고 자리를 뜬 것이죠. 대서양까지 널리 기상정보를 활용할 수 있었던 연합군에 비해, 대륙에 한정되어 있던 독일군은 6월 6일 기상상황이 상륙이 가능할 정도는 될 것이라는 점을 놓쳤던 거죠.
2021.06.01 17:32
네, '지상 최대의 작전'에 롬멜이 파리에서 아내 구두를 사 가고 아름다운 집 정원에서 아내가 무척 기뻐하는 장면이 있더군요.
이 영화의 미덕이 독일군 장성이나 장교들을 연합군 측과 다르게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괴팍하게, 악한스럽게, 병자스럽게 그리지 않아서 대충보면 지금 연합군 작전실이야 독일군 작전회의야 헷갈릴 정도로요.
2021.06.01 17:47
흥미롭게도 독일군 장성들, 특히 야전 사령관들은 많은 경우, 멀쩡한 사람들로 다뤄지죠. 상당히 이지적으로 그려지거나, 나아가 일종의 장인/전문가로 그려지죠. 아무래도 나쁜 이미지를 히틀러와 그의 이너서클(히믈러, 괴벨스, 괴링...)이 가져가서 그런 것도 있겠고, 독일군 장성들을 괴물로 그리면 그들에게 박살나거나 고전했던 자신들은 뭐가되나 싶기도 할 것이고... 이런 게 더 나아가면 전쟁범죄에서 국방군과 SS를 구분하려는 시도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2021.06.01 17:50
그러네요. 확실히 히틀러 친위대와는 구분짓는 경향이 있었어요.
2021.06.01 17:49
실제 사진 2번은 정말 후덜덜한 느낌이네요. 1은 멋지(?)지만 좀 비현실적인 느낌인데 2번은 정말 느낌이 강렬하면서 현실적이에요.
평소 부족한 교양을 보충할 의지가 없는 사람이라 다큐멘터리는 대체로 멀리 하는 편인데. 이런 세계 대전 다큐 정도는 한 번 봐야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종종 하지만 아마 영원히 안 볼 듯요. ㅋㅋ
스필버그는 정말 영화의 신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싫어하는 소재에 싫어하는 장르 영화라도 스필버그가 만든 걸 보면 그냥 재밌어요. '더 포스트'를 보면서 새삼 느꼈었죠.
2021.06.01 18:07
그렇죠. 어두컴컴한 꼭두새벽에 비는 오는데 바닷물에 쳐뛰어들어야 한다, 그리고 총알이 퍼붓는 숨을 데 없는 해변을 뚫고 가야한다, 생각만도 소름입니다.
오늘도 소리내서 웃게 만드시네욤. 저는 예전엔 미처 몰랐던 교양 부족을 갈수록 아쉽게 생각합니다. 모르는 대로 살면 될텐데 시간이 나서 조금 알려고 하다 보니 너어무 모르는 걸 알게 되고 어디서부터 손대야 될지 몰라서 또 혼돈의 도가니탕입니다. 로이배티 님은 취향 확실하시고 균형감과 유머감각이 있으시니 남들이 다큐로 얻는 교양 커버하실 수 있다고 믿으시는 거 아니에요?
스필버그는 그냥 내추럴본 능력자의 유전자일 것 같고 왜인지 제게는 (좋은 의미로)찔러도 피 안나지 싶기도 합니다.
2021.06.01 19:59
뭔가 제가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계십니... (쿨럭;)
요 몇 년간 넷플릭스로 미국, 영국, 중국 말고 다른 나라 영화나 드라마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 그걸 깨닫게 되더라구요. 와, 나 진짜 무식하구나. ㅋㅋ 어익후 스페인이 바티칸이랑 저렇게 가까웠어? 아, 덴마크가 복지 국가란 게 저런 거구나, 스웨덴이 옆나라들이랑 사이가 저렇고 나라 분위기가 저렇구나...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뭔가 책을 사서 읽든 다큐멘터리를 보든 하면 좋을 텐데 절대로 안 봐요. 제가 이런 사람입니다. ㅋㅋㅋ
네. 스필버그는 거의 탈인간급이죠. 개인적으로는 거의 '영화의 신'에 근접한 양반 아닌가... 라고 생각합니다. 뭐 이 영화 찍고 다음 영화 찍기 전에 시간 남아서 한 두 달 동안 뚝딱 준비해서 찍은 영화라고 내놓은 게 어지간한 감독들 대표작에서 인생작급이니 제가 영화 감독이라면 스필버그 영화 볼 때마다 화날 것 같아요. ㅋㅋ
2021.06.01 20:20
지병이 또 발현되었나 봅니다. 불충분한 정보로 일반화하기.ㅎㅎㅎ
2021.06.01 18:16
저 사진을 처음 봤을 때, 화면 상단의 구름 밑 어두운 수직선이 뭔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저게 해안절벽이더군요. 무거운 군장을 매고 바다를 헤엄쳐 건너면, 장애물과 지뢰가 깔린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고, 그 뒤에는 해안절벽에 자리잡은 벙커와 토치카에서 기관총을 쏘는 쏘는데, 그곳에 상륙작전을 하는 병사의 심정이란...
2021.06.01 20:03
이렇게 짤로 요약해 놓으니 정말... ㄷㄷㄷ 뚫린 독일군 쪽이 참 허탈했을 일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이렇게까지 해놓은 걸 뚫어 버리면 '뭘 어쩌라고!?'라는 심정이었을 듯.
그리고 저기로 뛰어들어간 병사들이야 뭐... 미국이 집요하게 전사, 실종자들 시신 찾고 예우해주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런 데로 죄 없는 사람들을 몰아 넣었으니 대의가 어찌되었든 참...;
2021.06.01 20:24
2.영화관에서 봤는데 죽어가는 과정을 너무나 느리게 그려서 내가 내장이 터지고 칼이 내몸에 꽂히는 것 같아 괴로웠던 영화입니다.
교양이 높아지더라도 다시보고싶지 않아요.
요즘 역사에 흥미가 생겨서 유튜브며 등등 찾아보고 있는데 어제 노르망디상륙작전을 봤네요.
그 유튜브에서는 정말 연합군의 희생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하더군요.
2021.06.01 20:36
넷플릭스 이용 중이시면 역사 관련 다큐멘터리 몇 개 있던데 골라 보시지요? 저도 역사 관련은 이거 외에 본 게 없고 요리는 몇 편 봤어요.
2021.06.01 21:00
2차대전승리는 마더로씨야가 다했고 영미는 숟가락만 얹은 것인데 스딸린그라드 전투 에피소드 딸랑 하나라니 지하에서 스딸린 동지가 눈물을 흘릴듯합니다.
소비에트의 영령들을 기리기 위해 동지들 모두 영국인이 소련군으로 미국인이 나치로 나와 모두 영어로 대화하는 "에너미 앳 더 게이트"나 관람합시다.
2021.06.01 21:16
에피소드는 하나라도 굉장한 존경심이 느껴지던데요. 여성 군인들의 활약도 조명하고 전인민의 용맹스러움을 칭송하는 것이 느껴졌어요. 스탈린은 지하에서라도 고통의 눈물을 좀 흘려야 할 텐데...
에너미 앳 더 게이트, 감독은 프랑스인이고.ㅋㅋ.
근데 ' 전쟁 중에도 사랑은 피는 법. 바실리는 아름다운 여병사 타냐를 만나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녀를 만나게 된 다닐로프 역시 그녀와 사랑을 느끼게 되면서 그들은 삼각관계에 놓이게 된다.' 씨네21 찾아보니 줄거리에 요런 개인적으로 피하는 설정이 있네요. 전쟁 영화 맞을까요? 전쟁 중의 사랑 영화 아니고요?
2021.06.01 21:21
배우들 보는 재미(주드로!! 주드로!!)와 스나이퍼 로망(모신나강으로 5연킬하는 첫장면이 끝내줍니다.)이 거의 대부분이고요. 로맨스는 약간? 그래도 세기의 섹스신이 포함되어있기는 합니다. 제가 영화에서 본 가장 에로틱한 장면중 하나였어요. ㅋ 실존영웅을 기반으로 했지만 설정같은 건 물론 엉망진창입니다. ㅎㅎ
2021.06.01 21:52
2차대전 시작부터 끝까지 관심이 있으시다면 미니시리즈 The Winds of War와 후편 War and Remembrance 추천합니다. 전후편 합쳐서 도합 19작이네요. 전쟁의 시작전부터 시작해서 마지막까지 유럽과 태평양을 넘나드는 엄청난 대작입니다.
2021.06.01 22:09
이거 어디서 볼 수 있나요? 넷플이나 왓챠엔 없네요.. 혹시 오래전에 tv에서 방영한 적 있는지요? 로버트 밋첨을 보니 긴가민가 해서요.
2021.06.02 02:22
네. 이게 80년대 나온거라 그때 TV에서 해줬는데 스트리밍 서비스는 어디서 볼수 있는지 모르겠고 유튜브 찾아보시면 올라온게 있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ZABDI_G1o4&list=PLn4oZUFPn-6S-ZDORxUeTDPOkHtJHsKf5
https://www.youtube.com/watch?v=8bRBT-xN6_k&list=PL_zL4I4wSF74beZRKLt0iL3bT3ZdQ6hMl
2021.06.02 14:20
링크까지 해 주시고 감사합니다.
10부작이면 로렌스 올리비에 해설인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