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센 접종 후기

2021.06.10 23:46

Sonny 조회 수:958

병원에 가자 접수대에 있는 간호사들이 단번에 절 눈치채더군요. 혹시... 얀센...? 저는 아무 말 없이 노려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간호사들도 똑같이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 명이 일어나서 의사에게 뭘 전달하러 가더군요. 저는 대기실 의자에 앉아 조용히 핸드폰을 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휘파람 소리가 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간호사가 굳은 얼굴로 머리를 까딱이더군요. 병실 입구에서 의사가 학다리로 서서 팔짱을 끼고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들어와라..."


병실 한 가운데에는 앉으면 온몸이 순식간에 묶여 고문당할 것처럼 디자인된 의자가 있었습니다. 제가 긴장을 늦추지 않자 의사는 다시 한번 저에게 차가운 명령을 내리더군요. "다른 생각 할 필요 없다. 바로 그 의자다. 거기 앉아라." 그 의자에 앉자 그는 제게 여러가지를 캐묻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 무슨 약을 한 건 있나? 술을 마신 건 언제가 마지막이었지? 누구랑 마셨지? 미행을 당하는 낌새는 없었겠지? 혹시 맞으면 몸이 변해버릴 것 같은 징조가 있었나? 다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의사의 의심은 가시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목기침을 크게 몇번 했기 때문이죠. "네 놈... 그 기침이 혹시 내가 생각하는 그 것이라면..." 그는 자비없이 제 마스크를 벗기더니 제 아랫턱을 당기고 작은 플래쉬로 여기저기를 비춰본다음 코에 뭔가를 쑤셔넣고 다시 휘저어보기까지 했습니다. "만약을 위해서다..."


갑자기 다른 간호사가 병실로 들어왔습니다. 창백한 표정에 유난히 붉은 루즈를 바른 그는 문가에 서서 제가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처럼 서있기만 했습니다. 의사는 다시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은 이 병원에서 백신 접종을 한다는 걸 누구에게 들었나..." 저는 짤막하게 대답했습니다. "문재인." 쓴웃음을 짓던 의사는 간호사에게 눈짓을 하더니 주사를 하나 건네 받았습니다. "한번만 말해줄테니 잘 들어라... 오늘 너같은 놈들에게 몇번씩이나 설명하느라 지쳤으니까..." 그의 눈빛은 이상할 정도로 형형했습니다. "이 주사를 맞고 나면 오늘밤은 편히 잠들기 힘들거다... 이건 원래 그런 주사니까... 온 몸이 들끓는듯이 뜨거워질지도 모른다.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두통에 머리를 쥐어싸매게 될 지도 몰라. 전신의 근육이 갑자기 팽팽해지면서 온몸을 세게 조이는 것처럼 아플지도 모른다. 죽을 것 같다 싶으면 그 때는 주저하지 말고 119를 부르도록 해. 그리고 T를 먹어두는 게 좋겠지만, 아마 구하기 어려울 거다. 벌써 다 떨어졌을테니까. 이 약은 지금껏 우리도 실제로 처치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정확히 무슨 일이 생길진 모른다..." 전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설명을 마친 의사는 갑자기 생글거리면서 제게 오른쪽을 봐보라고 했습니다. 저기 써져있는 걸 참고하라면서요. 제가 고개를 돌리자 순간 왼쪽 어깨에 서늘한 것이 푹 찌르고 들어왔습니다. "크윽..." 제가 이를 악물고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미소를 띈 간호사가 제 어깨죽지에 주사를 찔러넣은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쉬쉬쉬... 움직이지마... 약이 네 몸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게 우리 방식이다..." 언제 찔렀냐는 듯 피한방울 안나게 주사바늘을 빼고 간호사는 앙증맞은 밴드를 구멍에 붙여주었습니다. "이제... 끝난 건가요?" 제가 묻자 의사는 싸늘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직이다... 우린 그 약이 인체에 들어간 인간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지 관찰해야해... 넌 지금 떠날 수 없다... 여기서 15분간은 처박혀있어라" 저는 비틀거리며 그 병실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멍하게 소파에 몸을 뉘었습니다. 제 방에서 키우는 카나리아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제가 오면 아마 또 날개를 퍼덕이며 반길 터인데.


반쯤 눈이 풀려있는 저에게 간호사가 다가왔습니다. "15분 다 됐다. 떠나라." 건물 밖을 나서니 햇살이 유난히 눈부셨습니다. 그리고 도로를 무심하게 걷는 수많은 인파들... 왔다갔다하는 차들... 아마 마스크 때문에 제 일그러진 표정이 보이진 않았을 겁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제 또래의 어떤 남자가 왼쪽 어깨를 감싸쥐고 헉헉대며 길을 건너더군요. 저는 그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도 아마 백신을 맞은 것이겠죠. 집에 와서는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간신히 호흡을 진정시키고나니 제가 무슨 짓을 했는지 슬슬 그 무게가 느껴졌습니다. 이제 찾아올 변화가 무서우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크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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