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과 브레이브걸스

2021.08.15 20:19

여은성 조회 수:874


 1.현상과 실체는 달라요. 이준석 현상과 이준석이 별개고 브레이브걸스 현상과 실제의 브레이브걸스 본체가 별개인 것처럼요. 


 누군가는 이럴지도 모르죠. 브레이브걸스 현상은 브레이브걸스가 일으킨 것인데 뭔 소리냐고요. 하지만 현상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신드롬이란 건 신드롬의 필연성 때문에 일어나는 게 아니라 신드롬에 대한 갈급함에 의해 공급되는 것이기도 하거든요. 신드롬이라는 현상의 대표자가 누구인지, 그것을 발생시킨 주체가 누구인지 사람들은 가끔 혼동하곤 해요. 



 2.대중들이 어떠한 갈증을 느낄 때 때마침 가져다 써먹기 딱 좋은 재료가 있으면? 그것을 재료로 짜넣어진 신드롬이 발생하기도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현상을 성립시키기 위해 짜넣어진 대상과 실체로서의 대상을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야 이준석은 이준석 현상의 대표자이고 브레이브걸스는 브레이브걸스 현상의 대표자예요. 그것 자체는 사실이죠. 그러나 신드롬 서사의 재료로 차출된 자신과, 실체로서의 자신은 구분해야 해요. 신드롬이 발생했을 때 신드롬이 신기루로 끝나지 않고 온전히 신드롬 서사의 주인공으로 안착하려면 그에 걸맞는 실력과 매력이 있어야만 하죠. 반짝인기를 한번 경험하고 끝나버리는 사람들은 매우 많았으니까요.



 3.브레이브걸스는 어떨까요. 많은 사람들이 '반짝인기다.' '브레이브걸스는 짧은 꿈을 꾸는 거다.'라는 말을 했지만 그런 예측은 완전 빗나갔죠. 유튜브 조회수를 마구 빨아먹던 초반이 지나자 그다음엔 방송과 광고를 휩쓸면서 돈을 쓸어담았어요. 흔히 말하는 A급 광고들...광고의 '급'을 충족시키면서도 갯수조차도 압도적으로 많았죠. 이런 경우는 정말 희귀하죠. 


 그런데 브레이브걸스는 공짜로 그걸 얻어낸 게 아니예요. 그녀들은 유튜브와 방송에서 허니문 기간을 끝내고 굉장히 혹독한 검증을 거쳤어요. 실력 검증, 매력 검증, 인성 검증에 과거 검증...그 모든걸 통과한 다음에서야 진짜로 돈이 되는 광고와 활동들이 마구 쏟아져 들어왔죠. 실력, 매력, 인성, 과거...이것들 중 단 하나라도 잡음이 있었다면 브레이브걸스의 기세엔 브레이크가 걸렸겠죠. 



 4.휴.



 5.어쨌든 브레이브걸스는 무명 시절에도 본인들의 평판과 관계들을 잘 관리하고 실력 면에서도 뒤떨어지지 않게 연습을 많이 해뒀어요. 사실 무명 시절의 그녀들은 어떻게 보면 관리할 평판도 없고, 실력을 키워봐야 누가 알아봐주지도 않는 수준이었죠.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한순간에 1군 걸그룹의 자리에 던져놓아도 온전히 그 자리에 걸맞는 수준의 인재일 수 있도록 스스로를 잘 관리해뒀어요. 그렇기 때문에 브레이스걸스는 브레이브걸스 신드롬의 주인공 자리를 지켜낼 수 있었죠.



 6.그러나 이준석은 어떨까요. 신선한 사람에 갈증을 느끼던 대중들에 의해 차출되어서 당대표 자리를 차지하긴 했는데...돌풍이 일어나는 지점을 잘 알아보고 잘 탑승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예요. 


 정말로 이준석이, 무슨 자그마한 당도 아니고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보수당의 대표에 걸맞는 사람일까? 그정도의 역량과 장악력이 정말로 있나? 라고 묻는다면 아닐 것 같거든요. 그래서 예전에 이준석이 좀 불쌍하게도 느껴진다고 썼었죠. 그는 예정된 추락을 겪어야만 하는 사람이니까요.


 사실 이준석은 열심히 살았어요. 박근혜와의 2시간 발언으로 조롱거리가 됐지만 그걸 벗겨내는 데 10년은 걸렸죠. 그러나 그의 문제는...자신을 강하게 만들려는 노력을 한 게 아니라 강해 보이려는 노력만 10년동안 한게 문제인 것 같아요.



 7.오늘은 무슨 글을 쓸까...하면서 예전에 저장해둔 글을 뒤적이다 보니 6월 15쯤에 저장해둔 글이 하나 있더라고요. 너무 오래전에 저장해둔글은 안올리게 되는데 이건 아직 유효기간인 것 같아서 올려 봤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02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62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748
117032 [게임바낭] 정말 농약 같은 게임이네요. 하데스... [10] 로이배티 2021.09.06 1261
117031 신호대기 중 옆차선에서 들려오던 노래가 오전 내내 귓가에 [4] Lunagazer 2021.09.06 452
117030 초바낭) 월요병 [2] 그날은달 2021.09.06 319
117029 이재명과 홍준표 [15] 칼리토 2021.09.06 1011
117028 가레스 베일이 해트트릭했군요 [2] daviddain 2021.09.05 2716
117027 이것저것.. 라인하르트012 2021.09.05 248
117026 안더우니 모기가 다시 왔네요 [1] 가끔영화 2021.09.05 227
117025 되로주고 말로 받는다 [4] 사팍 2021.09.05 355
117024 타르코프스키와 바둑을 두며 [20] 어디로갈까 2021.09.05 851
117023 레이디 이브 (1941) [2] catgotmy 2021.09.05 266
117022 [EBS1 영화] 라스트 모히칸 [6] underground 2021.09.05 453
117021 [넷플릭스바낭] 아마존 정글을 배경으로 하는 콜롬비안 스릴러, '프론테라'를 봤습니다 [9] 로이배티 2021.09.05 616
117020 시사이야기(간호 인력 파업, SR 코레일 합병) [3] 예상수 2021.09.04 512
117019 샹치 후기(스포일러) [1] 메피스토 2021.09.04 548
117018 샹치를 보면서(짧은데 스포는 많음) [2] 예상수 2021.09.04 486
117017 015B 팬이었는데 이 노래 뮤비가 있는 줄은.. [4] 라인하르트012 2021.09.04 513
117016 우유 원가 1리터당 미국유럽 470원 한국 1,080원 (과일도 최고가) [8] tom_of 2021.09.04 842
117015 거리두기 잡담... [1] 여은성 2021.09.04 395
117014 레베카 (1940) catgotmy 2021.09.04 271
117013 뭔가가 소중하고 아름다워야 존중받을 수 있는 건 아니죠 [17] 타락씨 2021.09.04 96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