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17 23:14
- 요건 2016년작이구요. 상영 시간이 '크롤'과 비슷하게 짧네요. 86분. 2020년에 나온 크리스틴 스튜어트 주연 영화랑 헷갈리시면 안 됩니다. ㅋㅋ 딱히 스포일러는 없겠지만 뭐...
(미녀 vs 상어!!!)
- 장소는 멕시코. (사실 촬영지는 오스트레일리아였다네요) 첫 장면은 한 동네 꼬맹이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축구공을 툭툭 차며 바닷가를 거닐다가 박살난 서핑 보드 조각, 그리고 해변으로 밀려온 헬멧 하나를 발견해요. 그걸 집어들고 보니 고프로 카메라가 붙어 있고. 호기심에 영상을 재생한 소년은 잠시 후 황급히 (아마도) 마을을 향해 달려갑니다.
장면이 바뀌면 우리의 블레이크 라이블리님께서 자기를 임신했을 때 엄마가 혼자서 찾아갔었다는 해변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같이 온 친구는 간밤에 눈 맞은 남자랑 놀겠다고 호텔방에 처박혀 버렸고. 혼자 해변에 도착해서는 터울 큰 어린 동생, 그리고 본인의 의대 자퇴 여부 문제로 사이가 좀 어색한 아빠와 차례로 영상 통화를 한 후 서핑 보드를 타기 시작하죠.
그리고 먼저 와 있던 남자 두 명과 5분이 넘도록 아무 맥락 없는 서핑 쇼를 펼친 후... 그 남자들은 시간 늦었다고 다 돌아갔지만 '온 김에 한 번만 더 타야지' 하고 바다로 나왔다가 상어의 공격을 받습니다. 보드는 박살이 났고 상어에 물려 다리에 큰 부상을 입었지만 간신히 목숨은 부지한 채로 좁아터진 바위 위에 안착한 우리 주인공. 해변이 바로 200m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얕은 바다'에서 자신을 노리는 백상아리와 목숨을 건 눈치 싸움을 시작합니다...
(영화를 보기 전 기대하는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모습)
- 어쩌다보니 '크롤'과 이어서 보게 되어서 제가 '미녀 vs 야생' 영화 매니아처럼 되어 버렸는데... ㅋㅋ 전부터 보려고 했던 영화입니다. 왜냐면 감독이 제가 많이 좋게 본 리암 니슨 액션-스릴러 시리즈의 감독 자우메 콜렛 세라거든요. 게다가 이 영화도 평가가 대체로 좋은 편이고, 또 제가 '부탁 하나만 들어줘' 때문에 블레이크 라이블리에게도 약간 호감이 있는 편이고... 뭐 그랬죠.
- 소재나 장르, 이야기의 기본 설정 같은 게 '크롤'과 많이 비슷해 보이는 영화이니 한 번 공통점이나 짚어 볼까요.
일단 둘 다 여성 원탑 주인공 영화로 어쩌다 나와바리 최강 포식자를 영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마주쳐 개고생을 하며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는 이야기죠.
둘 다 액션 외의 드라마를 주인공의 가정사와 연결 지어 만들어내고 있구요. 엄마의 부재... 도 의외의 공통점이군요.
그리고 둘 다 가급적이면 현실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애를 씁니다. 최강 동물왕님의 능력치를 그렇게 과도하게 뻥튀기하지 않으면서 동물 다큐스러운 디테일을 최대한 열심히 넣어 주는 거죠.
같은 맥락에서 두 주인공 모두 각자에게 필요한 생존 스킬을 하나씩 갖고 있어서 지나치게 뛰어난 생존력에 개연성을 부여받고 있다... 는 것도 공통점이구요. '크롤'에선 그게 수영 실력이었고 이 영화의 경우엔 의학 지식입니다. 주인공이 의대생이거든요.
그리고 둘 다 긴장감 조성을 위해 외부인들을 꾸준히 끌어들여요. 또한 주인공과 관객들이 정을 줄 존재로 동물을 하나씩 등장시키죠.
대충 이렇게 정리하면 엄청 비슷한 영화일 것 같은 느낌입니다만... 그게 또 그렇지는 않습니다. 직접 보면 의외로 비슷하단 생각이 별로 안 들어요.
(실제로 영화 속에서 내내 보게 될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모습)
- '크롤'에 뭔가 좀 크리쳐물스럽고 액션 스릴러스러운 느낌이 있다면 이 영화는 그냥 호러에 가깝습니다. 그만큼 이 영화의 백상아리는 압도적인 존재거든요. 감히 싸워보려는 생각조차 하기 어렵죠. 사실 그건 악어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지만 그 영화 사람들은 악어들을 막 쥐어패니까. 뭐 관객들을 위하야 마지막엔 대충 싸움 비슷한 걸 잠시 하긴 합니다만, 딱 그 마지막 한 번 뿐이구요.
뭣보다 주인공의 처지가 다릅니다. '크롤'의 주인공은 내내 그래도 뭐라도 해 볼만한 게 있었죠. 전화를 걸어 보고 무전도 쳐 보고 장소를 옮겨서 도망쳐보고 어쩌다 득템한 아이템으로 공격도 해 보고... 결정적으로 '파트너'와 뭔가 주고 받으며 협력 플레이도 하고. 이렇게 꾸준히 능동적으로 뭘 하는 게 있었는데 이 영화의 주인공은 뭐 해 볼만한 게 거의 없어요. 혈혈단신에 맨몸으로 바닷 속 바위 위에 혼자 툭 떨어져 있는데 대형 상어를 상대로 하면 뭘 하겠습니까. ㅋㅋ 결론적으로 '크롤'이 악어떼와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언더 워터'는 상어로부터 살아남는 이야기... 이런 느낌이 강해요.
(아예 혼자 있으면 관객들 심심할까봐 넣어 준 동물 한 마리. 근데 의외로 알차고 쏠쏠하게 잘 써먹습니다.)
- 사실 보면서 그렇게 막 잘 만든 영화란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일단 그 90분도 안 되는 런닝타임을 채우느라 고생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짧은 런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군더더기가 보인다는 얘기죠. 대표적으로 서두에서 언급했던 '씐나는 서핑 타임!' 장면 같은 건... 분위기상 넣어주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닌데 슬쩍 과하게 길어서 보는 중간에 웃음이 나오거든요. 수미상관으로 구성해 놓은 첫장면도 굳이 필요했나 싶구요. 주인공을 차로 태워다 주는 캐릭터와 그와 나누는 대화도 그렇고. 뭐 '아 진짜 쓸 데 없는 장면이네' 이런 건 아니지만 은근히 분량 늘리기 느낌이 스멀스멀...
(보기 좋은 풍경인 건 알겠는데 쓸 데 없이 길어서 웃음이 나오던. ㅋㅋㅋ)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주인공에게 운신의 여지가 너무 없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상어에게도 다재다능한(...) 재주를 뽐낼 기회 같은 건 없죠. 그러다보니 액션이 좀 심심해집니다. 마지막 20분 정도가 남기 전까지 주인공이 하는 일이란 그저 '상어가 멀리 있을 때 잽싸게 단거리 이동'을 반복하다가 중간중간 늘어나는 상처를 치료하는 것 뿐입니다. 상어 역시 나타남, 덮썩! 만 반복하구요. 그래도 기본적으로 능력이 되는 감독이라 이 모든 걸 꽤 그럴싸하게 처리하긴 하지만... 그래도 좀 영화가 적적한(?) 느낌이더라구요.
뭐 이런 느낌 받을 사람들을 위해 뭔가 좀 늘어진다... 싶을 때마다 상어 먹잇감을 하나씩 던져 주는 식으로 재미를 주긴 하는데, 어차피 원톱 주인공 영화에서 갸들의 위기란 게 관객들에게 피부로 와 닿을 리가 없잖아요. ㅋㅋㅋ 그냥 상어 영화인데 상어가 뭘 먹지 않으면 심심하니 의무 방어전 삼아 지나가는 장면들일 뿐, 중심 사건 전개에 별 영향을 주지 않아서 몰입이 안 됩니다.
(니들이 보고 싶어하던 상어다!!!!)
- 그래도 다행인 점이라면... 감독이 그렇게 허술한 사람은 아니라는 거겠죠.
일단 도입부에 슬쩍 비치는 가족과의 갈등, 본인의 내적 갈등 같은 걸 '상어로부터 살아남기'라는 메인 스토리와 적절히 연결지어서 잘 표현해줍니다. 대단한 깊이 같은 건 없어도 그냥저냥 적절한 드라마로 주인공의 처지에 이입을 시켜 주고요. 그걸 또 마지막까지 주인공의 내적 동기로 잘 써먹죠.
중간중간 등장하는 상어의 활약씬도 나름 볼만하게 잘 연출이 되어 있어요. 마지막의 액션도 뭐 현실성은 당연히 떨어지지만 그렇게 실소가 나올 정도로 오버하지 않는 선에서 나름 적절하게 잘 처리했구요. 종합적으로 볼 때 허술하고 모자란 느낌이 드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리고 코앞에 육지를 두고 좁아 터진 바위 꼭대기에 얹혀서 무시무시한 상어 때문에 고통 받는 주인공의 답답함은 꽤 잘 전달이 됩니다. 그게 말 그대로 '답답함'과 막막함의 감정이고 딱히 무슨 '사이다 액션' 같은 게 불가능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씐나고 통쾌한 재미 같은 건 찾기 어렵습니다만. 기대치만 적절히 설정하고 본다면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을만한 완성도는 갖춘 영화라는 느낌이었네요.
- 종합하자면...
직전에 봤던 '크롤'과 비교하자면 그 쪽이 확실히 더 재밌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결이 많이 다른 영화라서 그게 큰 의미는 없구요.
큰 기대 없이 막막 답답 고통스러운 주인공의 처지에 이입할 수 있다면, 그리고 '괜찮은 상어 영화'를 원하신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뭐 쉴 틈 없이 재밌기를 바라진 마시고. 그냥 초저예산으로 그 돈 한계 안에서 최대한 영리하게 짜낸 준수한 장르물... 정도로 기대하시는 게 좋습니다.
저도 되게 재밌는 정도 까진 아니었고, 그냥 적당히 잘 봤어요. 워낙에 이 '상어 영화'라는 게 괜찮은 작품이 별로 없잖아요. ㅋㅋ
+ 전 그 유명한 '가십걸'을 하나도 안 봐서 말입니다. 블레이크 라이블리를 처음으로 접한 게 '부탁 하나만 들어줘' 였고 두 번째가 이겁니다. 그래서 악명 높았다던 이 분 연기력에 전혀 불만이 없네요. 이 영화에서도 괜찮게 합니다.
++ '크롤'만큼은 아니지만 이 영화 역시 주인공에게 상당히 관대하죠. 아무리 의학 지식으로 나름 응급 조치를 잘 했다지만 방금 상어에게 물려 너덜너덜해지고 괴사 오고 있는 다리로 참 수영도 잘 하고. 특히 마지막에서 상어에게 한 방 먹이는 장면은 리얼리티는 아예 무시한 액션 영화스러운 느낌이... ㅋㅋ
+++ 전에도 말한 적 있지만 이 영화를 만든 자우멧 콜렛 세라의 차기작은 DC 히어로물 '블랙아담'입니다. '샤잠!'의 라이벌 캐릭터 이야기라는데 전 아직 '샤잠!'도 안 봤네요. 어쨌든 전 이 양반이 만들었던 리암 니슨 미스테리 스릴러 시리즈들을 꽤 좋아하기 때문에 이 감독의 앞날이 잘 풀렸음 하는 맘이 좀 있어요.
++++ 글에다 올릴 짤을 검색하다가 이런 걸 발견했는데...
뭔가 참 일본답다... 라는 생각이 드는 포스터네요. ㅋㅋ 거기선 '로스트 베케이션'이란 제목으로 개봉했나 봅니다.
2021.06.18 00:28
2021.06.18 11:15
아 저게 원래 인터넷에 돌던 걸 흉내낸 거였나요? 나름 신선하다고 생각했는데. ㅋㅋㅋ
저도 재밌게 봤어요. 이 감독은 지금껏 쭉 저예산만 만들어왔는데, 뭘 해도 거의 평타 이상은 꾸준히 해주더라구요.
2021.06.18 12:21
저는 이런 사진 보고 생각한 건데 이참에 찾으면서 읽어보니 의외로 서핑하면서 생각보다는 자주 보는 장면이고 생각만큼 위험하지도 않다는군요ㅎ
떠도는 사진도 많은 것 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처럼 막 어떤 사진을 보고 흉내낸 건 아닌듯한ㅎㅎ
그래도 저라면 저런 상황에선 그냥 얼어버릴듯ㅠㅠ 상어에게 어떻게 되기 전에 물에 빠져버리는..ㅎㅎㅎ 상어둥절...
자움 콜렛 세라 감독 정말 평타 이상은 합니다ㅎ 정글 크루즈도 기대...
2021.06.18 08:40
2021.06.18 11:15
사실 평론가들 비평이나 관객 평점이나 딱히 높게 나온 영화는 아닌데 희한하게 실제로 봤다는 사람들 보면 대부분 재밌게 봤다고... ㅋㅋ
2021.06.18 10:19
이 영화 재미있게 보고, 찾아보니 별점이 낮아서 의외다 싶었죠.
생각해보면 캐이블 채널 돌리다가 적당히 봐서 재미있었고, (중간 광고 시간엔 다른 채널 보며 분위기 전환 좀 해주고) 영화관에서 집중해서 봤으면 약간 맥이 풀릴 수도 있겠더군요. '한 공간에서만 쭉 진행되는 영화'를 통칭하는 명칭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은 나지 않고. 약간 오버된 부분 빼고 전체적으로 소품의 논리 등이 그럭저럭 잘 맞아서 납득도 잘 되고 좋은 영화였습니다.
2021.06.18 11:17
네 그게 참 희한하죠. 비평도 관객 평점도 낮은 편인데 주변에서 눈에 띄는 영화 봤다는 사람들은 다 괜찮게 봤다고... ㅋㅋㅋ
맞아요 이런 영화는 그런 게 중요하죠. 특별한 임팩트가 없어도 일단 논리적으로 전개가 되면 대략 납득하며 보게 되는.
2021.06.18 10:28
2021.06.18 10:45
오늘날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인간 학대면 몰라도(...) 동물 학대는 불가능에 가까워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딱 한 장면, 암초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주인공이 게를 바위에 내리쳐 껍질을 깨서 먹는 장면이 있는데, 1) 바위에 내리치는 장면은 당연히 CG고, 2) 입에 넣는 게는 진짜 게였지만 물론 영화를 위해 게를 죽일 수는 없었기 때문에 촬영 당일 아침에 미술팀에서 해변을 돌아다니며 자연사한 게를 주워 와서 찍었다고 합니다.
2021.06.18 18:26
2021.06.18 11:18
오히려 다친 새를 치료해주는 장면은 나옵니다. ㅋㅋㅋ
2021.06.18 10:28
2021.06.18 11:24
그래도 비키니 과다노출 영화(...) 치고는 나름 연기할만한 캐릭터이긴 했어요. 노골적으로 노리고 몸매를 훑는 식의 연출도 없었던 것 같고... 하하;
검색해보니 차기작이 The Husband's Secret 이라는 소설 원작 영화로군요. 근데 아직 감독도 안 정해진 걸 보면 나오려면 한 세월일 듯.
2021.06.18 10:29
희한하게 외모가 출중한 사람이 고생하면 먼가 카타르시스를 느낀단 말이죠. 그래 역시 세상은 공평해
2021.06.18 11:25
전 맨날 호러, 스릴러 영화만 보다 보니 미남 미녀가 고생하는 건 괜찮은데, 고생한 보상이 마지막에 안 주어지면 화가 나더라구요. ㅋㅋ
2021.06.18 10:35
2021.06.18 11:35
'오픈 워터'를 안 봐서 검색을 해봤더니... ㅋㅋㅋㅋ 그것에 비하면 이 영환 완전 사이다 스펙터클 액션 무비급 정도 되겠네요.
네 긴장감도 좋고 이야기 전개도 논리적이고 괜찮았죠. 제작비 1700만달러인가 들었다는데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한 것 같아요. ㅋㅋ
여성분 홀로 고군분투하는 장르물 취향..?ㅎㅎ
그런데 첨부하신 서핑 사진 보고 깨달은 건데 파도 안에 상어 실루엣..ㄷㄷㄷ
본 지 오래되어서 저 장면 보면서도 인지했나는 기억 안나긴 하지만 인터넷에 유행하던 서핑 중 파도속 상어 장면을 오마주?패러디? 했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