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 툰베리>를 보고 나서

2021.06.21 03:57

Sonny 조회 수: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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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그레타 툰베리란 인물을 소개하는 영화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현실의 저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가장 먼저 기후위기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저 개인의 대답을 고민해보게 되더군요. 제가할 수 있는 환경보호가 무엇이 있을까요. 일단 크게는 저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이겠죠. 한 작년부터 어지간하면 비닐봉지는 쓰지 않고 있고 봉투를 준다는 곳에서도 딱히 주지 말라고 하고 있습니다. 배달음식을 시키면 오는 용기들도 다 버리지 않고 씻어서 쓰고 있어요. 딱히 그럴 생각까진 없었는데 한번 쓰고 버리기엔 되게 짱짱하더라고요. 덕분에 저는 매번 제가 해먹는 음식도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기분으로 먹고 있습니다... 수저통에 플라스틱 수저만 한 열개가 꽂혀있는 것 같습니다. 의식을 한 건 아니고 썼다 버리기에는 아까워서 그냥 모아놓은 게 그렇게 됐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환경을 해치는 소비는 바로 의류 구매일 것입니다. 옷을 많이 사댔으니까요. 그런데 그것도 요즘은 사정이 넉넉치 않아서 자연스레 소비를 절제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옷을 한 번 사면 한 6~7년은 입습니다. 그래서 집에 목 늘어진 티셔츠가 상당히 많아요. 딱히 환경보호라기보다는 충분히 쓸만한데 굳이 버리는 건 아까워서 그렇게 쟁여두고 계속 입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저는 차가 없어서 탄소 배출은 거의 안하고 있습니다 ㅎ


앞으로는 텀블러를 더 적극적으로 이용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종종 스벅이나 까페를 가는데 그럴 때 플라스틱 컵에 뭘 담는 게 좀 거슬릴 떄가 있어요. 이거 한번 먹자고 저 플라스틱을 쓰고 버리는 게 괜찮은 건가 싶거든요.


동시에 저의 한계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아마 저는 그레타 툰베리처럼 비건, 혹은 채식주의자가 되진 못할 것 같습니다. 육식을 자연스럽게 체화한 세대라서 고기를 끊는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고 신체적인 부담이 크진 않을지 걱정도 됩니다. 아마 저는 탄소배출에 악영향을 끼치는 축산업의 악덕 소비자로 살아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콩고기나 야채 소비에 관심은 있고 그렇게 끼니를 차리는 것에는 전혀 불만이 없습니다. 채소 섭취의 양을 늘리고 고기를 덜 먹을 수는 있겠지요. 어차피 환경문제가 아니더라도 의학적으로 채소를 더 많이 먹는 게 저한테 이로울테니까요. (두부... 두부는 최고의 음식...)


이 모든 환경보호는 결국 '소비'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집니다. 소비를 덜 해서 생산량을 줄이고 그로 인해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이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일 것입니다. 저는 소비를 그렇게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뭘 덜 사고 덜 써야할지는 좀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어쩌면 자동으로 다이어트를 하게 될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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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로서 저는 그레타 툰베리의 세대에게 기후위기를 불러온 전 세대 중 한명입니다. 아마 제가 아무리 열심히 안쓰고 안버린다고 해도 이미 제가 기후위기에 끼쳐온 악영향은 제가 평생을 환경운동을 해도 되돌리지 못할 수준일지도 모릅니다. 기후위기를 실감하는 청소년 세대에게 저는 영영 무책임하고 방만했던 사람으로 남겠지요. 이건 억울해해봐야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아마 제가 어떤 진보적인 선택을 해야한다면, 그 최선이자 가장 기본은 그냥 제가 착취의 역사로 구성된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뿐이란 생각을 합니다. 가끔씩은 부정하고 싶기도 하겠지만 사실인 걸 어쩌겠습니까. 저희 세대는 에어컨도 뻥뻥 쓰고 차도 마음껏 타고 다니고 전자제품이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갈아치우면서 플라스틱 1회용 용품도 엄청나게 써댔습니다. 그 고통은 이제 다음세대에게 다 전가하고 있구요. 언젠가는 먹는 물을 사고 팔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교과서에서 보면 코웃음 쳤는데 이제는 그걸 아무도 어색하게 생각하지 않죠. 


미안하다는 마음도 약간 들고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조금 들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인 활동가의 의식을 갖고 있는 건 아닙니다. 아마 저는 몸에 밴 대로 익숙한 소비습관을 줄이는 정도에서 그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각오는 되어있습니다. 정말로 위기가 가시화되고 그걸 모든 사람들이 외면할 수 없어서 기존의 생활습관을 다 바꾸고 불편을 감수해야한다면 그렇게 하는 수 밖에 없겠다고요. 그걸 가지고 저는 대통령 욕을 하고 무슨 오버를 떠냐면서 사실을 날조하는 그런 사람은 되지 않으려 합니다. 변화는 언제나 시급했고 절실했으니까요. 


저는 기후위기 대응에 아주 적극적이도 창의적이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최소한의 죄책감은 갖고 그 말을 무시하진 않으려 합니다. 그레타 툰베리들의 분노에 동의하며 그것을 방해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일단은 여기까지가 제가 그레타 툰베리의 일갈을 듣고 생각한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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