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지금은 꼭 그렇게 생각하지만도 않게 되었단 점에서 알게 모르게 우경화된 건지도 모릅니다만
전 군대에 빠질 수 있었더라도 남들이 다 가서 개고생하는데 나만 빠지는 건 온당치 못하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군입대를 했을 거고 실제로 입대를 했습니다.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제가 겪은 심각한 정병으로 면제나 공익을 노리겠네요.)
제가 군생활하면서 겪었던 경험과 느꼈던 점을 말해보자면
1. 사격연습과 수류탄 훈련은 살인연습
지금도 그때도 필요악이란 생각은 합니다.
상대의 폭력에 맞서싸우기 위해 힘을
기르는 것은 말 그대로 필요악이기는 하죠.
근데 그것관 별개로 '적'을 살해할 목적으로
총을 겨누고 사격하는 것과 수류탄을 던지는
훈련은 정말이지 끔찍했습니다.
엄청난 죄책감과 자괴감에 악몽을 꾸기
일수였고 악몽속에서 전 많은 사람들을
쏴죽이곤 했습니다. 견디기 힘들었네요.
2. 병영생활문화?가 과연 필수적인가?
미군은 모병제라 그런 것도 있겠으나
훈련은 한국군과 비교도 안되게 빡세지만
생활관에선 훨씬 자유롭다고 알려져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똥군기가 없단 것이죠.
군대가 정말 국방력을 키우기 위해
훈련만 시키는 조직일 뿐일까요?
그보다 훨씬 큰 목적은 K사회화...
병영사회의 일원으로 재포장시키는 데
주목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합리한 연좌제. 압도적인 언어적 신체적 폭력.
마음의 편지를 쓴 사람을 색출해서 역으로
괴롭힘으로 무력감을 학습시키는 것.
그냥...군대라는 사회 한국이라는 사회가
이끄는데로 따라갈 뿐인 순종적인 부품이
되게 하는...사회적 개성을 거의 말살시키는
획일화의 폭력...을 보았습니다.
모르겠네요. 새삼스럽단 말씀을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군대 아니어도
이미 학교에서 사회에서 교회에서
K사회화는 이뤄지고 있죠.
유학생활을 하다가 입국한뒤 1년 뒤
입대한 제게는 더 또렷이 보였을 뿐입니다.
3. 그래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
조금은 복잡한 마음입니다.
군대가서 총쏘는 걸 게임처럼 즐기는 이가
있는가 하면 저처럼 오랫동안 트라우마가
되는 사람도 있겠지요. 어쨌거나
군 없이 평화를 누린다는 건 적어도 현재
정세에선 터무니없는 이상론이고
제가 못하겠는 걸 남에게 떠넘기는 행위는
어떻게 생각하면 비겁하게도 느껴집니다.
하지만 개인의 양심상 도저히 군에서 가르칠
폭력훈련을 받을 수 없다면 그걸 존중해주는 건
민주국가의 기본소양이자 인권의 존재이유라고도 보여집니다.
국방의 의무는 중요하지만 군입대만이 국방의 의무는 아닙니다.
공동체가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을 시킨다면 그것으로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