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작이고 런닝타임은 84분. 장르는...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요. ㅋㅋ 걍 B급 호러라고 해두겠습니다. 스포일러는 크게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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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 영화인 척 하지만 카피를 잘 읽어 보면...)



 - 2차대전입니다. 어째 또 연달아 2차대전 영화를 보네요. 

 일단 옛날 옛적 군에서 제작했음직한 홍보 애니메이션... 을 흉내낸 지나치게 높은 해상도와 깨끗한 화면의 군 홍보 애니메이션이 먼저 나와요. 있지도 않는 그렘린 같은 거 핑계대지 말고 평소에 비행기 정비 좀 열심히 하라는 내용이고.

 이제 본편이 시작되면, 이륙하려고 활주로를 달리고 있는 폭격기에 우리의 클로이 그레이스 모리츠(그냥 미들 네임이 있다는 걸 이번에 알아서 이렇게 적어 봅니다)님께서 올라 탑니다. 넌 갑자기 뭔데? 라는 승무원들에게 서류를 들이밀며 이거 완전 비밀 임무이고 높으신 모 소령님께서 시키신 거다... 라고 하니 이미 타고 있는 매너 더러운 군인들(당연히 모두 남자죠. 근데 흑인이 한 명 있네요? 그것도 조종 역할로.)도 차마 쫓아내진 못하구요. 하지만 여자가 비행을 한다고? 라고 조롱하고 비아냥대고 성희롱을 해대다가 비행기 아랫쪽의 터렛에다가 밀어 넣어 버립니다. 니가 뻥치는 건지 아닌지 확인될 때까진 거기 얌전히 처박혀 있으래요. 대신 너님이 '비밀 임무'라고 주장하는 그 가방은 우리가 잘 보관해줄게!

 그리고 저엉말로 좁아 터진 그 터렛 안에서 쏟아지는 성희롱과 조롱을 받아치며 지쳐가던 우리 클로이님께선... 터렛의 유리창 밖에서 고공을 열심히 날고 있는 비행기 날개 위를 태연하게 돌아다니는 괴이한 생명체를 발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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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은 매우 비장하고 시리어스합니다. 시작은요.)



 - 이 영화의 짧은 런닝타임은 내용상 전반과 후반으로 갈라집니다. 그리고 그 둘의 톤이 엄청 달라요. 거의 장르가 바뀌는 듯한 느낌.


 전반부는 비좁은 터렛 안에서 우리의 주인공이 무전을 통한 목소리로만 등장하는 남자 군인들의 성희롱과 조롱, 비아냥에 맞서 싸우는 본격 대화 액션(...)이에요. 적(?)들은 여럿이고 주인공은 하나이다 보니 주인공이 아무리 깔끔한 논리로 받아 쳐도 도무지 이길 방법이 없죠. 그렇게 주인공과 관객들의 울화 게이지를 차곡차곡 쌓아올려 가는 가운데 주인공과 여타 캐릭터들의 성격이 대략 제시되고, 주인공의 미심쩍은 면들이 밝혀지고, 제로센과 그렘린이라는 이 영화의 극복 과제가 제시되는 식으로 후반 전개의 빌드업을 차곡차곡 해나갑니다.


 그리고 이제 후반부는 당연히 터렛을 뛰쳐 나온 주인공의 대활약이겠죠. 그 과정에서 그 잘난 남자 군인님들이 그다지 보탬이 안 될 거라는 건 이야기 흐름상 당연하겠고. 그동안 자기를 무시하고 놀리던 남자들을 민망하게 만들며 이리 뛰고 저리 나는 주인공의 화끈한 활약을 구경하다 보면 끝나는 구성인데. 전반부에서 꾹꾹 눌러 담았던 울화 게이지 덕에 그 쾌감은 상당히 강렬하고 좋습니다. 아마도 전반부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적립한 관객일 수록 더 신나게 구경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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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지금 매우 화가 나 있어.)



 - 근데 그 후반부... 가 뭐, 간단히 말해 B급입니다. 작정하고 의도한 B급이요.

 전반부가 그래도 예산은 저렴하나마 나름 진지한 태도로 잘 짠 스타일의 각본이었다면, 후반부는 문자 그대로 폭주!에요. 강철 맷집과 은근슬쩍 자연의 물리 법칙들을 무시해버리는 패시브 스킬을 갖춘 우리 주인공이 거의 수퍼 히어로에 가까운 활약을 보이면서 종횡무진, 무쌍을 찍는 거죠. 살짝 과장해서 어벤져스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공중 모함(?)에서 벌이는 액션이 살짝 떠올랐을 정도... ㅋㅋㅋ 전반부엔 거의 없던 유머도 상당히 많이 들어가는데 그 유머들도 역시나 무척 과장된 상황들에서 과장되게 제시되구요.


 살짝 그 영화 생각이 났습니다. 타란티노의 '데스프루프'요. 그것도 딱 관객들 스트레스 가득 쌓아 놓고 막판에 팡! 하고 터뜨리며 기괴할 정도로 코믹하게 폭주하다 꽈광!!!! 하고 끝내는 영화였잖아요. 못된 남자 때려잡는 여자들 이야기이기도 했구요. 특히 이 영화의 클로이가 최종 보스와 벌이는 마지막 일전 장면은 데스프루프의 그 전설의 마무리(!)에 필적할만큼 황당하고 웃깁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도 격하게 취향 많이 타겠다... 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니까 후반부 전개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쌈마이 액션 활극!'인데 의외로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좋아하고 즐기는 부류는 예나 지금이나 다수는 아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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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쌈마이!!!)



 - 또한 노골적인 페미니즘 서사의 영화이기도 합니다.

 앞서 설명했던 이야기 구조만 봐도 그렇잖아요. 그리고 스포일러라서 말할 수 없는 '비밀 임무' 가방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이런 구조가 더 강화되구요. 이야기가 다 끝난 후 크레딧 장면에서는 그냥 아예 확인 사살, 쐐기를 박아 줍니다. 그 외에도 이야기 속에 계속 이런 코드가 알알이 박혀 있어요. 폭격기에 그려진 그림이라든가... 사소한 대화들 속에도 들어 있구요.

 너무 노골적이고 단순 우직하게 들이대서 오히려 불평하는 페미니스트들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아주 직설적이에요. 그러니 이런 메시지 자체를 싫어하는 관객들은 보다가 짜증도 많이 냈겠다 싶더군요. ㅋㅋ


 뭐 전 그냥, 클로이 모레츠 참 일관성 있구나... 라고 생각했네요. 워낙 성평등이나 사회 정의 같은 쪽에 관심 많이 두고 발언도 적극적으로 하는 양반이고, 본인은 출연작 선정에 있어서 페미니즘적 기준을 적용한다고 사람들 앞에서 공언하기까지 한 분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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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고 카피까지 없애니 완벽한 전쟁 영화 포스터. 이쯤 되면 사기 아닌지...)



 - 대충 정리하자면...

 뭐 다 그렇지만 무엇을 기대하느냐가 중요하겠죠.

 쌈마이하게 폭주하는 액션물을 즐기신다면, 최소한 거부감이 없으시다면 보세요. 아니면 안 보시는 게 좋구요.

 참으로 건전하고 아름다운 가치관을 품고 설파하는 영화입니다만. 영화 성격이 위와 같다 보니 그게 그렇게 막 깊이 있게 와닿는 경험은 아닐 거에요. 

 다만 사상이야 어쨌건 영화 자체는 그저 억울하게 평가 절하되던 인물이 결국 다 씹어 먹고 짱 먹는 쾌감을 위해 설계된 영화이니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괜찮겠네요.

 전 그냥 즐겁게 봤습니다. 제 취향엔 거슬리는 요소가 하나도 없이 다 적절했거든요. ㅋㅋ




 + 작정하고 옛날 B급 호러 느낌을 의도해서 그런가... 음악도 70~80년대풍 전자 음악 느낌으로 깔더라구요. 옛날 옛적 조르지오 모로더 생각도 나고 좋았습니다.



 ++ 클로이 모레츠 나온 영화도 꽤 오랜만에 보는데, 영화에 대한 평가나 흥행 성적과는 별개로 이 영화는 잘 고른 것 같았어요. 되게 잘 어울립니다. 예쁘면서도 강단 있게 강해 보이고. 또 이 분이 좀 체격이 위풍당당하신 편이잖아요. 그래서 후반의 대활약 장면이 잘 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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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지 ㄷㄷㄷㄷ)



 +++ 약간 그 전설의 환상특급 에피소드 생각도 나긴 했는데... 그냥 도입부의 특정 장면만 살짝 닮은 정도죠. 그리고 그 에피소드가 워낙 레전드에 원조격이라 굳이 그걸 따라할 생각이 없었어도 비슷하게 갈 수밖에 없었을 거에요. ㅋㅋ 근데 또 환상특급 얘길 하니 옛날 환상특급 영화 생각이 나고. 거기 참여했던 존 랜디스 아들이 이 영화의 각본을 썼는데... 얘도 지금 성범죄 혐의로 소송 중인가 보군요. 헐리웃 참...;



 ++++ 다 적어 놓고 나서 돌이켜보니 제가 쓴 글들 중에선 거의 역대급으로 짧네요. 오!!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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