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글 적었던 영화랑 같은 사람들이 만든 영화에요. 2014년작이고 런닝타임은 1시간 49분에 장르는 제목대로. 스포일러 없게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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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인 포스터. 뭔가 안 낭만적인 게 조금 눈에 띄어도 무시합시다.)



 - 시작하자마자 한 젊은이가 자기 엄마를 떠나보내고 있습니다. 슬퍼요. 그러니까 알고보면 이 친구는 버클리에 입학할 정도로 똑똑하고 희망찬 청년이었으나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가 병으로 쓰러지시고, 병수발과 치료비 감당을 위해 학교를 때려 치웠어요.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심장 마비로 세상을 떠버린 후 몇 달 뒤에 결국 어머니까지 이렇게 된 겁니다.

 어머니의 장례식날, 자신이 일하는 술집에서 울적한 맘에 술 한 잔 하다가 시비를 거는 취객을 쥐어패버린 후 '고소당하면 어쩌지?'라는 맘에 불안해하던 우리의 주인공은 충동적으로 잔고를 탈탈 다 털어서 즉석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 버리고. 거기 유스호스텔에서 만난 남자애들이랑 흥청망청 헤렐레레 관광을 하다가 자기 마음에 드는 해변 작은 마을을 발견하고는 거기에서 일자리를 구해 버려요. 그런데 그 곳에서 만난 빨강 드레스의 미녀에게 한 눈에 반한 그는 어찌저찌하여 그 분과 연인이 되죠. 

 아주아주 아름다운 풍광의 이탈리아 마을. 툴툴거리지만 마음은 완전 로맨티스트인 츤데레 고용주님. 해보니 의외로 적성에 맞는 새 직업. 그리고 블링블링 아름다운 연인까지. 모든 것이 환따스띡하게 멋진 힐링 여행이지만... 장르상 어쩔 수 없이 넘어야할 장벽이 주어집니다. 사실 그 여자친구님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에요. 어찌보면 그냥 사람이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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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적인 만남)



 - 가끔 그런 경우들이 있어요. 간단하게 설명하는 시놉시스가 영화 내용의 거의 절반, 심지어 결말 직전까지의 내용인 거죠. 대체로 호흡이 좀 느리면서 분위기로 승부하고, 그러다 극적인 사건은 아주 늦게 시작되는 영화들이 그러한데, 이 영화도 좀 그렇습니다. vod의 영화 소개를 보면 주인공이 자기 여자친구의 정체를 발견하게 되는 부분까지 대략 두 세 줄로 요약이 되어 있는데, 실제 영화의 구성상 그 '발견' 장면은 거의 클라이맥스 근처거든요. ㅋㅋ


 그러니까 정말 느긋하고 느린 영화입니다. 어머니 잃고 이탈리아로 여행 떠난데만 거의 20분이 소요되고, 이탈리아 가서 여자와 첫 만남을 갖는데 또 10여분이 소요되고, 그때까지의 분위기는 그냥 영락없는 힐링 여행 영화에요. 런닝타임의 절반까진 아니지만 1/3은 아주 넉넉하게 넘어서죠. 만약에 아무 정보도 없이 어쩌다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화들짝 놀라게 되겠습니다만.... 세상에 그럴 사람이 얼마나 있을진 모르겠고.


 그 느릿한 시간 동안 주인공의 캐릭터가 나름 디테일하게 소개되는 게 괜찮았습니다. 뭐 그냥 평범한 젊은 남자애... 이긴 한데 그래도 뭔가 디테일이 있는 거랑 없는 거랑은 관객 입장에서 받아들이는 데 차이가 생기잖아요. 후반 전개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이렇게 좀 늘어지더라도 주인공에 대해 열심히 소개해준 건 잘 한 선택이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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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적인 첫 등장)



 - 구체적인 레퍼런스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런던의 늑대인간'과 '파리의 늑대인간'이요. 젊은 미국인 남성 관광객이 유럽으로 여행갔다가 여자친구도 만들고 즐겁던 와중에 자꾸 주변에서 피칠갑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결국 둘 중 누군가가 사람이 아닌 괴물이었다는 이야기잖아요.


 이 이야기들에서 일단 개그 코드를 싹 다 걷어내고 진지하게 가는 가운데 로맨스를 10배 강화한 버전... 이라고 생각하면 대충 맞습니다. 그리고 개그 코드를 걷어낸 김에 나름 진지한 화두를 슬쩍슬쩍 건드려요. 사는 게 뭔지... 일상이란 게 뭔지... 사랑이란 무엇인지 등등. 본격적으로 다루진 않고 아주 나이브하게, 로맨틱하게 슬슬 건드리는 정도입니다만, 그냥 딱 그 정도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원하는 분들이라면 맘에 드실 수 있겠구요.



 - 호러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은 '로맨스' 쪽에 방점이 찍힌 영화입니다만.

 그래도 호러 파트에 대한 대접이 섭섭할 정도는 아닙니다. 일단 스토리 자체가 그 호러 영화 설정에 근본을 두고 돌아가기 때문에 깜놀 장면이 나오는 시간이 길지는 않아도 내용상의 존재감은 확실하구요. 또 드문드문 튀어나오는 호러 장면들 자체는 꽤 괜찮아요. 이것도 보나마나 저예산 영화일 텐데, 특수 분장이 필요한 부분들은 허접하단 느낌 없이 잘 처리해서 보여주는 편이고 또 연출도 좋습니다. 괴물 디자인이 의외로 괜찮(?)거든요. 네. 충분히 불쾌하게 생겨먹었다는 얘깁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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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적인 샤워실)



 - 단점을 꼽자면 뭐, 이미 언급을 했지만... 이야기가 참 나이브합니다.


 All you need is love~ 을 bgm으로 깔아 놓고 따라 부르며 봐야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ㅋㅋ 

 위에서 말했던 살짝 철학적인 부분들을 다루는 태도도 그렇고, 둘의 사랑을 바라보는 태도도 그렇구요. 정말? 그 정도로 괜찮은 거야? 뭐 이런 생각이 자꾸 들죠. 나른하게 로맨틱한 분위기로 나름 잘 덮어주긴 합니다만 그래도 참 나이브하단 느낌은 보는 내내 따라다닙니다.


 개연성 측면에서도 그래요. 

 일단 막판에 밝혀지는 여주인공의 비밀과 원리(?), 해결책(??) 등등은 정말 그냥 '낭만'을 위해 편할 대로 설계된 느낌이 넘나 강력하구요.


 우리 여주인공님이 참 예쁘시긴 한데,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님이 그냥 혈기왕성 젊은이이긴 한데, 그 예쁨과 그 단순함으로 개연성의 대부분을 커버하는 느낌. 쟤가 지금 이 상황을 다 덮어놓고 갸를 사랑할만한 무슨 이유가 있나? 그게 충분히 설명이 되고 있나? 라고 생각한다면 글쎄요... 그냥 혈기왕성 젊은이가 운 좋게 얻어걸린 넘나 예쁘고 매력적인 여성을 놓치기 싫어서 치기를 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죠.


 하지만 뭐. 사실 그럴 수는 있습니다. 피끓는 젊은이의 치기란 결코 '개연성' 같은 걸로 판단해서 진짜다, 가짜다를 판단할 순 없는 거니까요.

 물론 저라면 냉큼 비행기 타고 캘리포니아로 돌아갑니다. 제 목숨은 매우 완전 소중하니까요. ㅋㅋㅋ


 그리고 역시 이미 말 했듯이, 이야기 템포가 참 여유로워요. 짜릿하고 자극적인 뭔가를 원한다면 보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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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적인 나이브함)



 - 대충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이탈리아 해변 시골 마을의 아름다운 풍광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로맨스에 호러 토핑이 들어갔구요.

 그 호러 토핑을 재료 삼아 유유자적 인생 얘기도 하고 사랑 얘기도 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사실상 '본격 로맨스물'에 가깝기 때문에 특별히 신선한 시각이나 깊이 있는 깨달음 같은 건 기대 마시구요.

 느릿느릿 여유롭게 흘러가는 낭만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그리고 유럽 관광물(...)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괜찮게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저예산 영화 주제(?)에 그림도 참 예쁘게 잘 찍었고 분위기 하나는 근사하게 잘 잡아 냈습니다.

 물론 호러도 좋아하셔야겠죠. ㅋㅋ 호러 파트가 안 무섭고 안 불쾌하지 않거든요.




 + 츤데레 고용주님으로 등장하시는 이탈리아 할아버지 배우는 이 영화를 찍고 1년쯤 뒤에 돌아가셨더군요. 명복을 빌구요.



 ++ 여주인공으로 나오신 분은 미드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얼굴을 기억할만도 하겠다... 싶습니다. '워킹 데드'에 네 시즌을 출연했다네요. 전 그 드라마를 안 봐서 이 영화가 처음... 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본 게 하나 있었습니다. 2020년 버전 '트와일라잇 존'의 한 에피소드에 단역으로 나왔어요. 공교롭게도 그 에피소드는 괴물 문어가 나오는... 하하;

 아. 그리고 이 '신비로운 분위기의 이탈리아 여인'은 사실 독일분이십니다. 이런 경우가 꽤 흔한데, 해당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느낄지 궁금하더라구요.



 +++ 제목은 별 뜻 없어요. 문자 그대로 '봄'입니다. 봄봄봄 봄이 오면 원래 그렇게 사람들이 설레고 낭만에 빠지고 그런 거죠. 그런 셈 칩시다.



 ++++ 섹스씬이 두 번 + 알파(?) 정도 나오고 여배우의 상체가 그냥 노출이 됩니다만. 15세에요. 도대체 21세기 대한민국의 15세들은 뭘 보고 자라고 있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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