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0년전쯤 중앙인가 조선인가... 경제지였나.. 하여튼 보수적인 종이신문사에서 이쪽 업계를 대차게 깐적이 있습니다. 이쪽 업계 메이저 10대 회사에 여자 '부장'도 한명 없다고..

제가 다니는 회사가 (중간중간 망해서 주인 몇번 바뀌면서 리셋을 몇번 했지만) 50년이 넘은 회사고... 다른 회사들도 오래된 회사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여자 '부장'이 한명도 없다는거였죠.


그리고 10년쯤 지났는데... 여전히 제가 다니는 회사에는 여자 부장이 한명도 없습니다.

다른 회사에 여자 임원이 생기긴 했는데, 업계 통 틀어 한손으로 꼽을 정도이고..

그나마 다른 업계에서 큰 사람들일 영입해온 케이스로 대외적인 일을 하는 분들이지, 제조업의 중심인 생산, 기술, 영업쪽 임원은 한명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성임원할당제 법제화 되면 부랴부랴 어디서든 데리고 와야 할텐데, 그때되면 참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 여자들이 받는 차별은 여러번 말했으니 더 말해서 뭐하겠어요.


본론으로 가면..

'여자들은 여자라는 이유로 혜택 받고, 내가 남자라서 차별 받는다' 라는 기분을 느끼시는 분이라면 이쪽 업계 강추합니다. 확실하게 여자'따위'는 경쟁상대가 아니니까요.

B2B 제조업에 중공업이라 애초에 여자분들이 잘 오려고도 안하지만, 오려고 해도 안뽑아요.

인사팀 후배 말로는 공채시절 지원성비는 대략 7:3이지만, 뽑을때는 9:1이나 8.5:1.5 정도로 뽑았었다고 하더군요.

(작년에는 올 남성이었고, 올해는 20명중 여자 1명)



아, 물론 이쪽에 들어오면 지방근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지방이라고 해도 대기업, 중견기업들이 입주해있는 산업단지가 있는 곳이라 그럭저럭 살만해요.

결혼하면 여자들이 이쪽에는 직업을 구하기 어려워서 주말부부를 하거나 외벌이를 하게 되는데, 서울과 달리 여기는 4억이면 30평 전후의 아파트를 살 수 있어요. 외벌이로도 충분히 도전할만 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도 많이 낳아요. 지방이다 보니 여자가 적어서 결혼하기가 어려워 그렇지, 일단 결혼을 하면 아이 2명은 디폴트이고 3명정도 낳아야 아이 많다는 소리 할 수 있어요. 시내 마트에 가면 카트에 아이 2명씩 4명 데리고 다니는 사람 정도 되어야 '헐~' 싶습니다.

'한지붕 세가족' 드라마나 아기공륭 둘리 같은, IMF 이전 시절의 가족을 꾸리고 싶은 분이라면... 추천...


지방이 싫으면 눈치 잘 봐서 서울 보내달라고 할 수도 있고요. 들어주느냐 아니냐는 본인의 능력이지만.



그런데, 이런 그지같은 환경도 능력 안되면 못 와요.

아무리 지방이라지만, 일단은 산업단지에 입주할만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대기업 1차 협력사에 입사할 능력은 되어야 하죠. 

예전에 비하면 덜하지만, 아직 입사지원시 경쟁률이 좀 된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들어오면 차별 없느냐... 이제 진짜가 시작됩니다. 학벌, 인맥, 지연...

저희 회사에 제가 결재서류나 기록 보면서 확인한 6명의 CEO가 모두 서울대였습니다. 98년부터... 그 전도 비슷할거에요. 아마...

전전 사장시절 No.2 인 COO가 그렇게 사장이 되고 싶어 했는데, '부사장은 서울대는 커녕 고대, 연대도 아니어서 사장은 무리다' 라는게 중론이었습니다. 부사장이 인서울 K대였거든요. 결국 부사장에서 나가셨죠. 

올해 사장이 바뀌었는데, 처음으로 SKY 출신이 아닌 분이 사장이 되었습니다.  서연고 아닌 사람이 처음으로 사장이 되었어! 그런데 서성한이네..? (....)


저보다 입사가 2년 늦은 후배 부장님이 계십니다. 나이는 4살 어리시고요. 이분이 지방 국립대를 나오셨는데, (저희 공장 특성상 이 지역에서 가까운 국립대 출신들이 좀 있습니다.) 당시 공장장(추후에 생산총괄부사장까지 승진)이랑 같은 고등학교 지역 후배인데다가 싹싹해서 이쁨을 독차지 하고 차차기 공장장급의 패스트트랙으로 초고속 승진을 해서 최연소팀장까지 달았죠.

동기들이 과장, 차장인데 혼자 부장... 그런데 오너 바뀌면서 그쪽 라인 임원들이 싸그리 나가고 반년만에 팀장을 내줬습니다. 공장에 딱 2명 있는 팀장이 아닌 부장인데 한분은 서울 본사쪽에서 부사장한테 찍혀서 공장으로 밀려난 분이고.... (....)



제가 지금까지 써온 회사바낭을 보신분이라면 저는 이 회사에서 아싸에 이런 군대 분위기의 중공업이랑 안 맞는 사람이라는걸 아실거에요.

그런데, 5년전 팀을 옮기겠냐고 제안을 받았었죠. 나중에 알고보니 저한테 제안을 해주셨던 상사분이 저랑 학교 동문이셨습니다.

그때 알게 되었는데 신입이 오면 대충 누가 우리 동문인가 파악들 하신다더라고요. 나중에 보니 괜히 친한척 하시는 부장, 차장님들이 저랑 동문이셨고...

(저는 그런거 모르고 지냈는데..)

이쪽 팀에 사람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기왕이면 내 후배를 찾은거죠.

덕분에 몇년 지나서 (원치는 않았지만) 팀장이 되었고, 골치 아픈일이 많습니다만... 

예전 팀에 있었으면 또 여러가지 힘든일이 많았을테니... 뭐 이러나 저러나 힘들다면 그나마 승진이라도 한 이쪽이... 

즉, 저도 원하던 원치않던 윗분들에게는 이 학벌 라인을 구성할 사슬고리로 선택된거 아닐까요. 전 굳이 저 다음 고리를 찾을 생각은 없지만, 다른 부서에 많을거에요.




횡설수설 했는데, 결론적으로 '여자들 나서는거 꼴보기 싫고 혜택 주는 것도 싫고 내가 원하면 대놓고 여자 차별해도 아무 문제 안되는 환경'을 원하시면 중공업 강추합니다. 대기업은 사회적 이미지 때문에 좀 덜할수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주목이 낮은 준대기업이나 중견만 해도 20세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P.S) 저도 참 회사에서 아싸면서도 이직 안하고 다니고 있는데, 결국 이렇게 참고 다니는 것도 능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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