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저리/ 어 누나, 희비극에 대해 설명해주셈.
머저리누나/ 희극은 자기와 독자보다 평균적으로 못난 사람에 대해 과장해서 쓰는 것이고
비극은 자기나 평균적인 독자보다 고상하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에 대해 드라마를 입히는 것. 나는 이렇게 이해하고 있음. 
머저리/ 설득이 되네.
머저리누나/ 작품에 등장하는 희비극이란 건 달과 화성과 금성이 일렬종대로 도열하는 미니 천문쇼 같은 거야 순전히 독자의 지구중심적인 착시인 거고. 
머저리누나/ 어떤 관점에 서봄으로써 일시적으로 자기위치를 확인해보라는 작가의 요청에 응하는 거지.
머저리/ 글쿠나

머저리/ 날도 덥고 심심해서 쉬운 대화체로 된 책을 읽고 있는 중이야 플라톤의 <국가>. 
머저리누나/ 넌 어째서 나이먹어가며 어릴 때도 안 하던 허세떨기에 재미를 붙이고 있냐?
머저리/ 거짓말 아냐. 정말 쉬운 대화체잖아. 이처럼 소박하고 무지막지한 잡담을 오랜만에 대하는구먼.
머저리누나/ 플라톤은 나쁜 제자의 표본이야. 기껏 쌓아올린 스승 소크라테스의 이미지를 와르르 무너뜨리면서 박박 우기고 맞장구치는 대화가 끝없이 이어지는 게 귀엽긴하지. 
머저리/ 솔직히 두 분을 보작시면 비글종 부자가 대화하는 만화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긴해.
머저리누나/ 그들에 대한 다른 개론서로 균형을 맞춰보기 바라.

머저리/ 뭐좀 먹었어?
머저리누나/ 놉!

카톡을 닫고 나니, 인간은 자명한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이 또다시 강렬하게 와 박힙니다. 우리는 태어난 자연 상태 그대로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죠. 인간이 인간이 되는 조건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절대 불변이 아니라면 인간의 범주는 단지 환상에 불과한 것일까요? 
다른 생명체와의 관계는 우주적 이타주의에서 볼 수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지만.... 그보다 저는  밥을 좀 묵어야 하는데 말이죠. 냉장고며 딤채며 열어보니 온갖 종류의 먹거리들이 쌓여 있는데 까꿍~ 인사만 하고 닫게 되네요. 그것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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