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성인들을 위한 콘텐츠 크리에이터 후원 플랫폼으로 알려진 '온리팬'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온리팬은 전세계 포르노 업계에 떠오르는 신성(?) 같은 대표적인 성인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누구나 크리에이터로서 사진, 동영상 같은 콘텐츠를 올리고, 해당 콘텐츠를 보기 위해 구독료를 지불해야하는 식입니다. 물론 온리팬은 플랫폼 사업자로서 해당 구독료의 20% 가량을 수수료로 가져가구요. 셔터스탁 같은 스탁사진 플랫폼, 유튜브 같은 영상 콘텐츠 플랫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죠. 하지만 온리팬의 특징은 철저하게 성인향 콘텐츠를 중개한 플랫폼이란 것이죠. 


1. 


이 서비스는 국내에 잘 알려져있지 않은 반면 해외에서 끄는 인기는 가히 신드롬에 가깝습니다. 전세계 포르노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방식의 혁신을 가져왔다고 해야 할까요? 유튜브가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면, 온리팬은 누구나 포르노 배우가 될 수 있는 시대를 시작한 셈입니다. 해외에서 온리팬의 위상이 어느 정도냐구요? 지난 1년 동안 회원수가 약 6배 증가한 1억 2천만명 정도입니다. 코로나19 로 인한 자가격리의 수혜를 톡톡히 본 셈이죠.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올해 예상 거래액은 약 1조 9천억원 정도로 전년대비 100% 이상 성장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2. 


모든 연예인들이 TV나 영화에서처럼 유튜브에서 스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튜브에는 유튜브만의 흥행 공식이 따로 있죠. 온리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명 포르노 배우나 다른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가 있긴 하지만, 인기를 끄는 대다수는 일반인 크리에이터들입니다. 실제로 일반인 커플들의 포르노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고, 또 자신들의 온리팬 계정을 홍보하기 위해 커뮤니티에 홍보용 사진과 영상을 배포하기도 할 정도입니다. 다시 말해, 프로페셔널한 포르노 배우가 자신의 성을 상품화한 콘텐츠를 판매하는 시대에서 이제 누구나 자신의 성을 상품화하고 또 성공적으로 셀링할 수 있는 시대가 온 셈입니다. 


3. 


과거 성상품화는 대개 프로페셔널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로 치부되었습니다. 가령 블랙핑크의 제니가 간호사 복장을 한 섹시 컨셉의 뮤직비디오 또는 근사한 해외 남녀 모델들이 반나체로 청바지를 입고 찍은 돌체앤가바나 화보처럼 주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성상품화 논란이 잦았던 편입니다. 하지만 온갖 온라인 매체와 플랫폼이 득세하는 시대에 상업적으로 유의미한 규모를 이룰 수 있는 성상품화의 영역은 이제 일반인들도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이 되버렸습니다. 과거 일부 배우, 가수 또는 유명인들이 자신이 가진 매력자본 - 그중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성적 매력을 포함해서 - 을 적극적으로 셀링해야 성공할 수 있었다면, 이제 일반인도 온리팬 같은 플랫폼을 통해서 스스로 성적 매력을 성공적으로 자본화시킬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죠. 


4.


일반적으로 성상품화에 대한 거부감을 지닌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주로 성상품화는 남성 소비자들을 위한 여성성의 상품화 또는 고정된 성역할 또는 왜곡된 성역할 이미지를 확대재생산하는 도구였기 때문이라 짐작합니다. 특히 이 같은 성상품화의 정점은 포르노 콘텐츠가 아닐까 싶은데요. 실제로 포르노 속에 등장하는 남녀 배우들의 연기를 소비하는 우리의 모습은 성적대상화된 그들을 소비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때문에 포르노는 종종 성범죄의 원인으로 비판 받기 일쑤입니다. 인간을 대상화하고 성적으로 소비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 말이죠. 


5. 


하지만 최근 벌어진 몇몇 성상품화 논란을 보면, 포르노가 아닌 일반 대중매체속 성상품화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예전보다 훨씬 심해진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적 성인지 감수성이 향상되었구나란 생각이 드는 한편, 그 비판의 강도뿐만 아니라 과녁이 다소 편향된 전체주의적 성향을 띄고 있지 않나란 생각이 듭니다. 하긴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포르노를 법적으로 금지시킨 나라란 사실을 떠올리면 납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꼭 포르노, 갬블 같은 성인 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엄숙주의가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요. 


문득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가진 온갖 자본 - 그중에서 가장 내밀한 성적 매력을 성공적으로 판매해서 스타가 될 수 있는 시대에 과연 우리가, 우리 사회가 대중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성상품화의 기준은 어디까지 일까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60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16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231
116608 얼마 전 브라질에 내린 눈소식 [4] 예상수 2021.07.31 482
116607 [넷플릭스바낭] 천만 관객 영화! 국민 히트작!! '베테랑'을 이제사 봤습니다 [8] 로이배티 2021.07.31 645
116606 추파춥스 로고 만든 사람이 만든 영화+ 엔시블 님 쪽지 확인 바랍니다 [4] daviddain 2021.07.31 13879
116605 안산논란_박해받는 선민들 [22] 사팍 2021.07.31 1207
116604 [넷플릭스바낭] 쌩뚱맞게 바짝 달려 버린 일본 드라마 '카케구루이' 잡담입니다 [13] 로이배티 2021.07.31 1063
116603 커피 이야기 [20] thoma 2021.07.31 729
116602 하늘이 내리는 게임 [6] Sonny 2021.07.30 574
116601 윤석열. 진영논리가 낳은 괴물. [2] ND 2021.07.30 800
116600 넋두리 4 (보스가 에어컨을 보냄) [22] 어디로갈까 2021.07.30 705
116599 안산 선수가 최초로 3관왕을 달성했군요. [12] Lunagazer 2021.07.30 1133
116598 퇴원하면 극장가서 보고싶은 영화 [6] 예상수 2021.07.30 390
116597 최근의 드라마를 보다가 문득 떠오른 한국영상물에 대한 감상. [9] 나보코프 2021.07.30 567
116596 윤석열 국힘 입당 [8] 칼리토 2021.07.30 852
116595 광고 하나 [2] daviddain 2021.07.30 278
116594 악당 중에 찐 악당 : 하이랜더의 The Kurgan [6] skelington 2021.07.30 467
116593 [올림픽바낭] 김연경 보고 계십니까 [17] 로이배티 2021.07.30 963
116592 제가 잃어버린 영화 - <피닉스> [6] Sonny 2021.07.30 572
116591 <블랙 위도우> 보고 왔습니다 [4] Sonny 2021.07.29 558
116590 에이리언이 벌써 40주년이군요 [8] 메피스토 2021.07.29 515
116589 [KBS1 다큐인사이트] 냉면 랩소디 [10] underground 2021.07.29 82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