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청 꾸청 꾸청

2021.07.12 17:27

어디로갈까 조회 수:776

좀전에 파리에서 유학 중인 친구가 메일을 보냈는데, 안부 인사 뒤에 제가 중딩시절 천리안 영화 게시판에 쓴 걸 기억한다며 꾸청의 싯구를 적어놨더군요.   
'어둔 밤은 내게 검은 눈동자를 주었으나 나는 오히려 그것으로 세상의 빛을 찾는다'
<한 시대 사람> 중의 한구절인데, 아아 제가 꾸청을 까맣게 잊고 있었군요. (어떻게 이럴 수가~)

제가 꾸청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그가 서른일곱살에 난데없이 아내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자살해버린 사연을 적은 소설 <잉얼>을 읽으면서였습니다. 광기의 언어란 게 뭔지 확실하게 알려주었죠. 그 후 그의 시들을 접했는데, 그의 시는 해와 달과 별과 바다가 있는 하나의 풍경이더군요. 생명의 불씨들과 오염되지 않은 바람과 그것들이 흔드는 깃발들과 삶에 대한 경건한 예의가 있었어요.
시든 소설이든 에세이든 글은 머리로 쓰는 게 아니라 전 존재를 밀고나가는 작업이라는 하이데거의 주장이 맞다는 걸 꾸청의 고뇌와 꿈과 언어에 대한 사랑을 보면서 느꼈는데,  그걸 천리안 시절 모 게시판에 쓰면서 난생처음 연서를 받아봤지 뭡니까.  ㅋㅎ

구름처럼 애매한 환상을 갖게 하고 동시에 일정한 거리를 두게 하다가 안개로 변해버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꾸청이 제게 남긴 인상이 그렇습니다.  <顾城别恋>라고 꾸청의 사랑과 이별을 영화한 작품이 있어요. 찾아보면 지금도 어디에선가는 볼 수 있을 거에요. 

덧: 기억나는 그의 시 한구절
- 우린  매순간 새로운 사람이고
각자 양귀비꽃처럼  예쁘고 깨끗하다
자신을 믿지 마라
남도 믿지 마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15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70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658
116627 친구가 촬영감독 [2] 사팍 2021.08.02 382
116626 웃음을 주는 기자님 [25] thoma 2021.08.02 909
116625 [넷플릭스바낭] 괴감독 신정원의 평범한 괴작 '차우'를 봤습니다 [14] 로이배티 2021.08.02 514
116624 [주간안철수] 윤총장에게 싸대기 맞고 안철수에게 화풀이 [7] 가라 2021.08.02 634
116623 페미니즘적 입장에서 쥴리 문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17] 지나가다가 2021.08.02 951
116622 배경음악이 뭔지 사람들이 수없이 물어봐도 대답을 안해 가끔영화 2021.08.02 292
116621 인간관계에서 가오도 자존심도 없습니다만 [5] 적당히살자 2021.08.02 667
116620 파이널 판타지 3 픽셀 리마스터 (스퀘어에닉스) [3] catgotmy 2021.08.01 374
116619 이종범은 왜 아들을 하나만 낳았을까요 [11] daviddain 2021.08.01 986
116618 군대의 부조리에 대해서 [29] 적당히살자 2021.08.01 813
116617 SH사장 포기 [6] 사팍 2021.08.01 777
116616 넋두리 5 (백두번 째 애인이었던 이와의 재회를 앞두고) [13] 어디로갈까 2021.08.01 684
116615 주말ㅡ머더리스 브루클린/죽음의 섬/street of dreams [14] daviddain 2021.08.01 469
116614 컴퓨터 카톡 아찔 [4] 가끔영화 2021.08.01 474
116613 올림픽뽕이 무섭네요 [4] 정해 2021.08.01 983
116612 여자 배구 보고 있는데 말입니다 [110] 로이배티 2021.07.31 1490
116611 홍준표가 왜 다음영화에 [4] 가끔영화 2021.07.31 484
116610 페미니즘에 대해 [8] catgotmy 2021.07.31 939
116609 GS 그손 사건에 대한 뉴욕타임즈 기고문 [2] bubble 2021.07.31 965
116608 얼마 전 브라질에 내린 눈소식 [4] 예상수 2021.07.31 48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