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지루하다

2021.07.13 15:04

사팍 조회 수:503

3개월만에 거울을 제대로 봅니다


얼굴이 심하게 부어있습니다


속쌍거풀이었던 눈은 느끼한 3겹 쌍거풀로 변해 버렸습니다


벌써 90대의 몸무게를 유지한지 3년인데 그에 걸맞는 얼굴로 변했습니다


두꺼비처럼 넙쭉대는 얼굴입니다


눈 안쪽이 계속 따끔거리고 가렵고 하도 비벼대서 충혈된 채로 하루 종일 있습니다


더위와 면역력은 비례관계라는데 몸은 점점 무기력 해집니다


이대로 무너지려나?


이 계절을 내년에 다시 볼 수 있으려나?


지대넓얕이라는 팟케스트 독실이 한 말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죽음은 지루하다


세상에 존재했던 어떤 기운이 사라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7년전 서울대병원 혈액내과 격리병동에서 들리던 소리가 기억이 납니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거친 숨이 6인용 병실에 가득 차있었습니다


그때는 상대적으로 젊었고 심각한 질병인 것 치고는 잘 견디고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서서히 땅속으로 꺼져가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60까지는 이럭저럭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고이 죽지는 못하겠지요


몇 계절을 볼 수 있을까요?


10~20계절 정도는 보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다음 여름은 볼 수 있을 겁니다


죽음은 지루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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