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래디시 피쉬 게임즈'라는 인디 개발사가 만든 레트로풍 도트 그래픽 액션 RPG & 퍼즐 게임입니다. 게임패스에 있던 게임인데 평가가 좋아서 언젠간 해봐야지... 하다가 결국 튜토리얼만 간신히 넘기고는 방치중이었는데요. 7월 15일에 게임패스에서 내려간다는 정보를 보고 7월 1일부터 달려서... 결국 어제, 15일 밤 열한시에 엔딩 보는 데 성공했네요.


 역시 사람 집중력 만드는 덴 외부의 압력만한 게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2주였습니다. ㅋㅋㅋ



 (게임이니까 포스터 짤 대신 게임플레이 예고편으로)



 - 맨날 적는 영화, 드라마 잡담글들 때문에 습관적으로 스토리 얘길 먼저 하게 됩니다만. 게임의 스토리란 포르노의 그것과도 같다는 존 카맥옹의 탑골 드립 때문에 망설여지네요.

 ...그래도 적어 봅니다. 습관이란 무서운 거니까요. ㅋㅋㅋ


 미래 사회가 배경입니다. 거대한 MMO 게임에 수많은 사람들이 뛰어들어 인생을 낭비하고들 있네요. 근데 미래사회답게 평범한 MMO는 아니에요. 쉽게 말해 가상 현실 세계인데. 현실 세계의 인간들이 여기에 접속하면 그 세계 속 가짜 몸을 입고 현실과 똑같은 감각을 느끼며 플레이하게 되는 거죠.

 우리의 주인공 '레아'는 그 게임 속에서 깨어나는데... 주위 사람들이 뭔가 알아듣지 못할 이야기를 수군수군거리지만 영문을 모르겠고, 그냥 이 세상 자체가 낯선 가운데 기억상실에다가 게임 속 아바타는 무슨 기능에 문제가 생겨서 말도 못해요. 

 암튼 자길 보살펴주는 것 같은 한 아저씨가 '넌 기억상실인데 니 기억을 찾으려면 니가 원래 잘 놀던 이 게임 속에서 니가 예전에 하던대로 게임을 즐기는 게 좋을 것 같아서.'라는 별로 납득 안 가는 이유를 설명해주는데. 뭐 어쩌겠습니까 게임 주인공이. 그저 따를 수 밖에요.

 그래서 그 가상현실 속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을 만나서 친구도 맺고, 게임 속 설정에 따른 스토리도 구경하고 하면서 드문드문 돌아오는 알 수 없는 기억들을 찾는 가운데... 당연히 본인은 모르는 숨겨진 음모 같은 게 스멀스멀 피어나기 시작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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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트로! 가난한 인디 제작사들의 꿈과 희망!!!)



 - 근데 뭐 됐고 게임플레이 얘기나 하죠. 


 1. 이 게임은 퍼즐 게임입니다. 


 액션 RPG인 건 맞는데, 그런 게임의 시스템을 충실히 잘 갖추고 있는 것도 맞는데, 어차피 실제 플레이시간 중 최소 70%에서 좀 과격하게 잡으면 90%는 퍼즐 풀고 있어야 해요. ㅋㅋㅋ 근데 여기서 참신한 점이 뭐냐면... 퍼즐이 참 많기도 하지만 퍼즐을 하고 있지 않을 때도 결국 퍼즐을 풀어야 한다는 겁니다(...)


 간단히 말해 게임의 맵이 시작부터 끝까지 그냥 다 퍼즐 요소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전투 필드를 돌아다니다 보면 여기저기 보물 상자나 숨겨진 길 같은 게 보이거든요? 근데 눈에 빤히 보이는 거길 그냥 갈 수 있는 경우가 아예 없습니다. 맵에 고저차가 있고 모든 보물 상자와 숨겨진 길들은 다 고지대에 있는데. 거기로 올라가는 길이 안 보여요. 언제나 안 보입니다. 농담 같죠? 전 정말 진지합니다. 그냥, 걸어가서, 상자를 연다. 이 기본적인 rpg의 행동이 다 길찾기 퍼즐에 대한 보상으로만 주어져요. 그냥 맵을 잘 보고 올라갈 수 있는 길을 찾으면 되는 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겠죠. 맞아요. 그냥 그게 답입니다. 근데 그 길이 더럽게 안 보이게 참 꼼꼼하게도 숨겨져 있고, 또 그 길을 찾으려면 그 보물 상자와는 아주 멀리 떨어진,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구역의 전혀 상관 없는 작은 돌멩이 같은 걸 찾아서 딛고 올라가야 해요. 이쯤 되면 보물 상자를 잘 보이게 배치해 놓은 이 게임 제작자들이 죄 없는 게이머들을 괴롭히기 위해 태어난 심각한 인성 파탄자 아니면 퍼즐에 인생을 건 오타쿠들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요. 


 전투 필드만 그럴까요? 전부 다 하면 거의 열 개 가까이 되는 마을들이 있는데요. 그 마을도 참 넓기도한 가운데 역시 전투 필드랑 똑같이 눈에 빤히 보이는 곳에 아이템 상자들이 굴러다니고, 당연히 길을 찾아야 합니다. ㅋㅋㅋ 심지어 메인 스토리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 찾아가야하는 장소들 중 상당수도 이렇게 감춰져 있죠. 진짜 이런 망할...;


 그리고 중간중간에 '사원' 스테이지들이 있어요. 이건 그냥 작정하고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퍼즐이죠. 지금껏 설명한 마을 길찾기 퍼즐보다 난이도가 몇 배는 되는 듯한 퍼즐들이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집니다. 그리고 명색이 액션 RPG이니 중간중간 보스전들이 있는데... 하하. 이런 보스전들 중에도 상당수는 퍼즐 요소가 결합되어 있습니다. 하다 보면 진짜 한숨이 나와요. 도대체 어디까지 퍼즐을 배치해 놓은 거니... 왜 그랬니...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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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 한 번 풀어보시든가?? 라는 제작자의 목소리를 환청으로 몇 번이나 들었습니다...)



 근데 놀랍게도. 이 퍼즐들이 은근히 고퀄이면서 또 절묘하게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일단 주변 환경을 정말 잘 관찰해야 하구요. 그렇게 힌트를 잘 찾아내기만 하면 또 어떻게든 풀려요. 이게 참 절묘한 부분인데... 전 이미 뇌가 썩어서 퍼즐 잘 못 풀거든요. 근데 이런 몸으로도 어떻게든 시행 착오를 반복하며 발버둥치다 보면 결국 풀립니다. 그냥 게임을 때려치워 버리고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막혀본 적은 없어요. 다만 엄청 부담스럽고 지칠 뿐이죠. ㅋㅋ 게임에서 처음 들어간 사원의 퍼즐을 다 풀고 보스까지 잡는데 시간이 최소 2시간 이상은 걸린 것 같은데 그런 사원들이 거의 열 개 가까이 있고 당연히 다음 사원, 그 다음 사원이 등장할 때마다 사이즈는 더 커지고 퍼즐은 더 복잡해집니다. ㅠㅜ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덤비다 보면 '언젠가는' 공략 안 보고 클리어가 돼요. 허허. 정말 난이도 조절을 잘 해놓은 거죠.

 


 2. 그리고 '액션'도 상당히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냥 단순하게 두들겨 패는 게 아니라 적마다 다르게 설정되어 있는 약점을 공략해야 잡을 수 있도록 세세하게 설정해 놓았기 때문에 조금은 머리를 쓰며 패는 재미가 있구요.

 스킬들도 다양하게 구비가 되어 있고 '레트로 도트 2D 그래픽' 스타일로 스킬 이펙트도 보기 좋고 기술 쓰는 맛 있도록 잘 표현을 해 놓았구요.

 스테이지가 수십개인데 스테이지당 보스가 최소 두엇 이상씩은 나오는데 그 보스전들도 대부분 다양한 공격 패턴과 공략 방법으로 꼼꼼하게 잘 짜여져 있어요.

 난이도 조절도 적당해서 쉬운 보스는 없지만 역시 깨지 못할만큼 좌절스런 보스도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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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 보스전은 이런 액션 RPG의 꽃이자 로망이죠.)



 3. 유저 편의성도 좋습니다.


 거의 아무 데서나 바로바로 저장되는 것도 좋고. 순간이동도 역시 아무데서나 시전 가능하구요. (물론 도착지는 정해져 있지만 도착 포인트가 많이 잡혀 있어서 편합니다.)

 메뉴도 직관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는 편이고 퀘스트 하나 받을 때마다 나름의 힌트까지 함께 저널에 기록이 되어서 중간에 까먹어도 바로 확인 가능하구요.

 게임 설계도 합리적으로 잘 해 놓아서 레벨 노가다가 필요 없습니다. 뭐 굳이 하고 싶다면 말리진 않는데 안 해도 기본 난이도로 엔딩 충분히 봐요. 제가 그랬거든요. 노가다는 커녕 서브퀘도 중반 이후로는 손도 안 대고 (시간 제한 때문에!! ㅠㅜ) 메인만 달렸는데도 마지막 보스 상대에 전혀 무리가 없더라구요.


 여러모로 게임플레이 외적으로는 스트레스나 불만 같은 걸 거의 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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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지막지한 분량의 스킬 트리... 입니다만. 포인트를 팡팡 퍼줘서 노가다 안 해도 막판쯤 가면 어지간한 스킬은 다 사용 가능합니다.)



 4. 마지막으로... 정말 '성의'가 넘칩니다. ㅋㅋㅋ


 크게 임팩트 있는 스토리는 아니지만 허접하지 않게 잘 짜여져 있는 편이구요. 등장인물들간의 소소한 대화 같은 게 상당히 방대하면서 상황따라 달라지는 디테일까지 있어요.

 서브퀘들도 나름 다 배경 스토리 같은 게 간략하게나마 준비되어 있고, 또 그 종류도 나름 충실합니다. 타워 디펜스도 있고 무진장 몰려드는 몹들 때려 잡는 웨이브 모드도 있고 '소코반' 스타일의 밀고 당기는 미로 찾기도 있고... 그냥 단순하게 '어디 가서 쥐어패고 와라'의 무한 복붙이 아니라 나름 개성들이 있죠.

 결정적으로 고작 2만원 정도 밖에 안 하는 인디 게임인데 제작사의 공식 한글 자막까지 꽤 고퀄로 들어가 있어서 이 정도면 거의 감사해야할 수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며 플레이 했습니다.



 - 물론 단점도 있긴 하죠.


 서두에서 말했듯이 그 집요한 퍼즐 집착 때문에 '빨리빨리 해치우자!'라는 맘으로 달려들면 급 피곤해집니다. ㅋㅋ 시도해 보신다면 두고두고 야금야금 플레이한다... 는 마음으로.


 레벨업 노가다를 강제하지 않는 대신 괴이한 설정을 하나 두고 있는데. 상점에서 무기를 살 때 돈만 내는 게 아니라 그 무기를 만들 재료를 함께 내야 합니다. 그 재료란 당연히 몹들이 드랍하고, 또 좀 고급진 재료들은 가기 힘든 곳에 있는 상자에서 나오죠. 그러니 계속 좋은 무기로 갈아타고 싶은 사람들은 몹도 잡고 길찾기도 열심히 해야 해요.

 대신 뭐... 마을마다 그냥 돈으로만 살 수 있는 적당한 옵션의 무기를 파는 상점이 딱 하나씩은 있고. 그 무기들로도 클리어에 지장은 없어요. 그래서 전 거의 이 기본무기들로만 버텼습니다.


 음... 그냥 제게 단점이었던 건 이 정도네요.



 - 종합하자면.

 대자본과 고도의 기술력을 쓸 수 없는 소규모의 인디 개발사가 자기들이 못하는 건 포기하는 대신 할 수 있는 쪽으로 강박에 가까운 노력으로 만들어낸 수작입니다.

 퍼즐도 재밌고 액션도 재밌고 스토리도 이 정도면 상위권이라 쳐줄만 하구요. 게다가 가격까지 저렴하죠.

 다만 누차 반복하듯이 '퍼즐'이 메인인 게임이라 그냥 상쾌하게 쥐어패는 액션 게임을 원하시는 분들에겐 절대 비추.

 그리고 게임 하나 잡으면 그냥 빨리 달려서 엔딩 보는 걸 좋아하는 분들은 구입에 신중을 기하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위에도 적었듯이 전 거의 메인 스토리 위주로, 렙업 노가다 하나도 안 하고 쭉 달린 데다가 최종 던전의 중간부턴 시간 제한(...)에 걸려서 공략 보고 후다닥 달렸는데도 플레이타임이 49.몇시간 나왔습니다. 참고하세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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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인들이 그린 일본풍 일러스트' 느낌이 팍팍 나지 않습니까. ㅋㅋ)



 + 스토리는 거의 깨끗하게 완결이 됩니다만. 뒤로 이어질 여지는 남겨 두었고 그래서 DLC로 추가 스토리가 나왔습니다. 전 안 할 거에요. 어차피 게임패스에서 이제 내려갔기 때문에 그거 하려면 본편까지 싸그리 다 사야하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지쳤습니다. 이제 당분간 퍼즐 게임은 들여다보기도 싫을 듯.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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