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쯤 전에 플스4를 프로로 당근마켓을 통해 구했습니다(일 년 전 듀게에도 관련 글을 남겼는데, 리플로 게임기 추천해주셨던 분들께 다시한번 감사 드립니다). 이 플스4는 제 인생의 두번째 게임기입니다. 첫번째 게임기는 초딩시절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게임기인데(패미스타 시리즈를 했던 기억이 있네요), 부모님이 사주시고 한 달 만에 다시 뺏어간 슬픈 기억이 있습니다. 게임기가 광과민성 증후군을 일으킨다는 뉴스와 함께 사라졌죠. 덕분에 평생 피시겜만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플스4를 샀고, 이후 [언차티드 4], [페르소나 5], [라스트 오브 어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를 이어서 하고 있습니다. 라오어와 라오어2 사이에 [갓 오브 워]를 조금 했는데, 하다보니 라오어2가 궁금해서 일단 접고 넘어왔습니다.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딱 한 달 남았는데, [레드 데드 리뎀션 2]도 해야해서, 남겨둔 갓오워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일단 지금까지 했던 게임들은 다 와 갓겜들은 갓겜인 이유가 있구나 싶을 정도로 빠져서 했습니다. 십 년 쯤 전에 룸메가 가지고 있던 플스3로 언차티드2를 했던 기억이 있어서 언차티드4로 개시 했는데, 마치고 나니 시간 없는데, 언차티드3도 해야하나. 이런 생각만 드네요. 페르소나5 경우, 언차티드4를 한 후 바로 다음에 한 지라, 처음에는 이건 뭔 개똥 그래픽에, 개똥 로딩인가... 싶었는데 역시 명작은 사람을 낚는 요소가 있더군요. 그 길고 긴 플레이 시간과 반복되는 전투 패턴에도 불구하고, 지겹다는 생각보다는 어떻게든 한 턴 더 벌어서 능력치를 올리고, 인간 관계를 발전시키고, 돈 벌어서 페르소나 개방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이후 라오어를 했는데 사실 스토리 자체야 그렇게 새로울 것은 없는데, 그 스토리를 참 잘 구현했더라고요. 이제 엘리는 가슴으로 낳은 제 딸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어서 라오어2를 했는데, 이 게임이 왜 욕을 먹었는지 알겠더라고요. 라오어가 웰메이드라면, 라오어2는 확실히 실험입니다. 1편 주인공을 시작부터 (사실상)플레이어가 죽이게 만들고, 그 복수를 하러 나서더니, 중반부터는 복수 대상인 애비의 입장이 되서 플레이 합니다. 좋아요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치죠. 그런데 심지어 뒤에는 애비로 엘리를 공격하는 장면도 있어요. 이게 말이 됩니까? 1편과 2편 절반을 통해 완벽하게 감정 이입이 된 캐릭터를 플레이어 손으로 직접 사냥하게 시키다니. 그 부분을 플레이 하면서 와... 너티 독은 정말 미친 놈들인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전 너티 독이 이 욕을 훈장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전시된 올랭피아를 우산으로 찍어버리려고 했다는 것이야 말로 마네의 최고 성취 아니겠습니까. 


더해서 엘리와 애비의 조후 이후, 엘리의 후일담이 나올 때, 마치 적벽의 패배 이후 도망치던 화용도의 조조처럼 생각을 했습니다. 엘리 플레이를 죽 하고, 이어서 애비 플레이를 한 후 이렇게 바로 이야기를 끝내면 안 되지. 너티 독 녀석들 실험정신은 좋은 데 마무리가 부족하구만. 내가 스토리를 짰다면, 마무리는 다시 엘리로 플레이를 하게 끔 해서 이 모든 것을 엘리가 어떻게 받아드리는지를 플레이어가 직접 느끼게 했을텐데...


그런데 너티 독은 대단했습니다. 후일담으로 끝인 줄 알았는데, 아직 엘리의 플레이가 남아있네요. 게임 상으로 전 이제 막 애비와 레브의 보트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 대단원의 마무리가 어떻게 될 지 넘나 궁금하네요.


...


방금 엔딩을 봤습니다. 전 이 지점에서 이해가 안 가는게, 이 게임이 '복수는 나쁜 것'이라고 게이머에게 감히 가르치려고 했다는 식의 비난입니다. 아니, 왜 게임이 게이머를 가르치려들면 안 되는지(그게 소위 예술이 태초부터 해온 일인데) 모르겠지만, 그걸 떠나서 이 게임에 복수에 대한 가치판단이 존재하나요? 마지막 처절한 격투 장면에서 엘리는 무슨 '복수의 순환은 중단되어 한다'는 윤리적 결단, 영웅적 의지, 도덕적 깨달음을 가지고 애비를 살려주기로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마지막 순간에 차마 못 한거죠. 복수의 중단이 아니라, 복수의 실패입니다. 


1편의 조엘은 자기의 의지로 엘리를 구하기로 '선택'했습니다. 그건 잭슨으로 돌아왔을 때 엘리를 대하는 조엘의 태도와 분위기에서 드러납니다. 거기에는 어떤 후회, 아쉬움, 쓸쓸함 같은 것이 없어요. 자신의 결단에 책임을 지려는 사람만이 있죠. 반면에 파트2에서 엘리가 다시 텅빈 농장으로 돌아와 기타를 칠 때 드러나는 건 아쉬움, 쓸쓸함, 후회, 그리움 등 복잡한 감정의 뭉치입니다. 이건 선택한 자의 정서가 아니라 목표를 이루지 못했던, 죄책감에 복수에 나섰지만 마지막 순간에 차마 그걸 할 수 없었던, 실패했던 사람의 정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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