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런 날이 있어요. 밖에서 실컷 놀고 새벽에 돌아오면? 문득 '결혼을 안하길 너무 잘했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거든요. 


 밖에서 그렇게 사람들과 엮이고 치대고 돌아왔는데...이렇게 돌아와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면?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면 매우 끔찍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런 날은 그냥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을 보며...매운 국물음식을 약간 먹다가 잠들곤 하죠.



 2.한데 제기랄! 요즘은 그런 날이 별로 없단 말이예요. 귀가했을 때 '어휴 결혼했으면 큰일날 뻔했네 ㅋㅋ'하는 생각이 들려면 밖에서 사람을 많이 보고 신나게 무언가를 하고 돌아와야 하거든요. 


 하지만 요즘은 코로나라서...돌아오면 괜히 적적하고 그래요. 늦게 들어오더라도 그렇게 신나게 놀고 돌아올 기회는 딱히 없고요. 그래서 한밤중에 단톡방에다가 '다들 뭐하냐?'하고 물어보곤 하죠. 그러면 또 그때 일어나 있는 사람들이 대답해오곤 해요. 



 3.어쨌든 그래요. '결혼을 안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드는 나날을 보내려면 빨리 거리두기랑 인원제한이 풀려야 하거든요. 하지만 확진자가 연일 신기록을 갱신하는 중이예요. 



 4.휴.



 5.오늘은 뭘할까. 아무것도 없으면 외로우니까 오늘 내일 둘다 약속을 잡아보는 중이예요.


 한데 약속을 잡아봤자 결국 식사하고 차나 한잔하고 10시 전에 헤어지는 거라서, 요즘은 누굴 만나도 아쉽네요. 다들 직장인들이라 저녁 7시쯤에나 볼 수 있고...뭐 늦게까지 있기도 힘드니.



 6.주말엔 뭘할까.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주말 계획까지 미리 생각해 두지 않으면 적적한 하루를 보내게 되니까요. 미리미리 뭔가를 잡아둬야 해요. 코로나가 없을 때는 한번 사람을 만나면-개인 단위든 집단 단위든 지겨울 때까지 같이 있었거든요. 


 예를 들면, 피자가 먹고 싶어서 피자를 시킬 때 한달은 피자 냄새만 맡아도 짜증날 정도로 먹는 것처럼요. 하지만 요즘은 사람을 만나도 소식하듯이...아쉬울 때쯤에 식사를 그만두는 그런 느낌이예요. 그래서 옛날엔 사람을 한번 만나면 한동안은 혼자서 잘 지냈는데 말이죠. 역시 음식이나 인간이나 한번 볼 때 폭식을 해두는 게 좋아요. 폭식을 해야 한동안은 음식에게서든 사람에게서든 자유로워지니까요.



 7.크어어...지방 원정을 떠나고 싶네요. 굳이 지방에 가서 여자를 만나는 거 말고요. 사람이 텅텅 빈 폐허의 느낌을 좋아하거든요. 지방에만 있는 쇼핑몰이나 큰 복합공간을 평일 낮에 거닐어 보고 싶어요. 


 요즘 신도림 테크노마트를 에스컬레이터로 죽 올라가며 구경해 봤는데 그렇게 잘 만들어놓은 건물에 사람이 없는 기괴한 느낌이 아주 좋았어요. 11층에 가니 아무도 없는 게임센터에 불빛만 번쩍거리고 있더라고요. 사람은 아주 적었고요.


 그래서 지방에 가면 이것보다 더 적적하고 더 음산한 건물이 있지 않을까...한번쯤 보고 싶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야 혼자서는 아니고 1~2명 정도랑요. 마치 좀비 아포칼립스가 터진 상황에서 셋이 같이 다니는 느낌이 들거든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43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93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977
116695 [돌발부록]내 꿈은 대통령( 민주당 대선 후보 어린시절 생활기록부) [2] 왜냐하면 2021.08.06 380
116694 그 와중에 올림픽 여자배구 브라질 선수 도핑 적발이... [5] 로이배티 2021.08.06 566
116693 맛없고 예의없는 점심들 / 지겨운 회사 / 뒤늦은 싸인들 / 미친 취미라이프 [10] Koudelka 2021.08.06 839
116692 가부장제 이론 비판 [6] 사팍 2021.08.06 519
116691 7월의 크리스마스 가끔영화 2021.08.06 210
116690 이탈리아 축구 클럽이 동양인 대하는 태도 [5] daviddain 2021.08.06 578
116689 사람이랑 같이 있는 것에 대해 [2] catgotmy 2021.08.06 352
116688 분노의 질주 : 한에 대한 이것저것 [2] skelington 2021.08.06 481
116687 글 지우기 [6] thoma 2021.08.06 408
116686 드라마 악마판사 보는 분 없나요? [9] 애니하우 2021.08.06 578
116685 코로나 이후 미국의 빈곤 격감 [3] 나보코프 2021.08.06 725
116684 지적 허영심. [14] 잔인한오후 2021.08.06 1047
116683 이 밤에 무슨 난리가 -메시 재계약 x [9] daviddain 2021.08.06 548
116682 [영화바낭] 장 발장 안 나오는, 사회고발 영화 '레미제라블'을 봤습니다 [6] 로이배티 2021.08.06 471
116681 탄소배출을 줄이기위해 [3] 채찬 2021.08.05 373
116680 드라마 챙겨보시는 분들 존경합니다 (포권) [6] Sonny 2021.08.05 453
116679 아빠, 이소룡이 발 안쓰고 아빠 화 많이 났을 때 누가 이겨 가끔영화 2021.08.05 290
116678 멘탈을 지킬 권리(feat. AT필드) [2] 예상수 2021.08.05 286
116677 [초초바낭]올림픽 야구 한국:미국 [49] 쏘맥 2021.08.05 518
116676 가부장제에 대해 [3] catgotmy 2021.08.05 41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