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작이고 런닝타임은 1시간 42분.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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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보니 스페인 영화 2연타가 되어 버렸네요. ㅋㅋ)



 - 영화가 시작되면 '나의 이 멋진 스킬을 보아줘 느껴줘 감탄해줘!!!'라는 느낌의 원테이크로 전화 통화를 하며 마드리드 길거리를 활보하는 젊은 여성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말투나 표정을 보면 뭐 그렇게 막 호감가는 사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네요. 암튼 그렇게 활보하며 이 사람이랑 부딪히고 저 사람 구경하고 하다가 결국 핸드폰 충전을 위해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요. 그 식당엔 지나치게 말을 걸어대서 좀 귀찮은 바텐더와 필요 이상으로 터프한 주인장, 헤드폰을 쓰고 세상 일 관심 없는 컴퓨터 덕후, 바에 설치된 슬롯 머신 당기는 재미로 사는 동네 아줌마, 등장부터 초강력 민폐 진상 포스를 풍기는 동네 노숙자, 느끼하고 잘난 척하는 사업가 아저씨, 주문도 안 할 거면서 화장실 쓰려고 들어온 얌체 손님... 등이 있는데요. 이렇게 대략적인 캐릭터 드러내기가 끝나고 나면 손님 하나가 식당 밖으로 나가고, 탕! 총에 맞아 쓰러집니다.

 당황한 식당 안 사람들이 밖을 내다보니 세상에. 길거리는 무슨 기적처럼 사람 하나 없이 깨끗하게 텅 비어 있구요. 동시에 모두의 핸드폰이 불통이 되어버린 가운데 뉴스라도 보자고 틀어본 티비는 세상 평화롭습니다. 그 와중에 정의로운 젊은이 하나가 총 맞은 사람이 아직 살아 있다며 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밖으로 뛰쳐 나가지만 역시 탕!!!

 대체 이건 무슨 상황일까요. 왜 이렇게 된 것이고 이 식당 손님들은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앞으로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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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탕!!!)



 - 은근 흔한 듯 하지만 어쨌거나 매력적인 도입부입니다. 백주대낮에 대도시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이해 불가능한 사건. 밀폐된 장소에 갇힌 여러 사람이 심리적 압박 속에서 하나 둘 정신줄을 놓고 서로를 의심하며 몰아붙이는 전개. 미스테리 측면에서도 서스펜스 측면에서도 나름 손쉽게 효과를 얻어낼 수 있는 설정이죠. 제작비를 극단적으로 아낄 수 있음은 물론이구요. ㅋㅋ


 다만 이게 또 워낙 튀는 설정인 것 치고는 이미 선배 영화들이 은근히 많아서 나름 차별화되는 아이디어가 없으면 오히려 개성 없는 짭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구요. 또 그 사람들간의 갈등이나 심리전 같은 건 대충 만들기는 쉽지만 그렇게 막 와닿을 정도 수준으로는 쉽게 살려낼 수 있는 게 아니기도 해요. 그래서 이 영화는 결국 어느 쪽이었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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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주인공부터 확인하고 가시죠.)



 - 대략 반띵 정도 한 것 같습니다. 나름 개성과 매력이 없는 건 아닌데, 부실한 곳이 많아요.


 일단 식당 손님들의 캐릭터는 하나하나 개성있게 잘 잡아낸 편입니다. 원탑 주인공 하나를 세우고 나머지 캐릭터들이 대략 평등하게 비중을 맡아가며 전개 되는 이야기지만 이해하기가 쉽고 헷갈리지도 않아요. 갸들끼리 충돌하고 부딪히는 것도 본인들 캐릭터에 맞게 잘 흘러가구요. 


 그런데 이걸 흐르게 하기 위해 던지는 떡밥들에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난데 없이 한 아저씨가 '이 식당 안에 테러리스트가 있는 거야! 그걸 잡아내기 위해 이러는 거지!!' 같은 소릴 하고 그래서 한동안 테러범 색출 소동이 벌어지는데, 이 양반들이 당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그게 설득력이 거의 없거든요. 근데 그냥 주인공이 한 번 '아니 그건 좀!?' 이라고 한 마디 하게 해 준 후에 다 같이 색출에 전념하며 서로 혐오감을 열심히 키우는 거죠. 여기서 혐오감을 키우는 모습은 납득이 가는데, 애초에 왜 저걸 믿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드니 그게... ㅋㅋㅋ 그리고 이런 식으로 떡밥을 갈아가며 의심 놀이를 하는 게 대략 40여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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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캐릭터들. 깨알 같이 노숙자 아저씨까지 한 컷에 다 잡아놨네요. ㅋㅋ)


 그래서 그 40여분이 지나고 나면 국면 전환이 일어납니다. '아! 이유가 뭔지 알았어!!' 라는 깨달음을 모두가 얻게 되는데 그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설사 그게 맞다고 해도 해결할 방법이 없어요. 그래도 '암튼 일단 이것 밖엔 없어!!'라며 뭔가 저지른 후에 후반부가 전개되는데요.

 런닝타임 계산해보면 대략 그 후반부가 50여분이 됩니다만. 음. 너무 길어요. ㅋㅋ 계속해서 성실하게 떡밥을 던져가며 새로운 갈등을 만들고, 인물 관계를 변화시켜 가며 다양하게 전개를 하긴 합니다만, 그게 다 재밌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은 좀 쳐내면 좋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죠.


 또한 이 부분의 문제 하나가, 너무 칙칙합니다.

 이미 칙칙할만큼 칙칙한 이야기 아니었냐! 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게 아니라 물리적으로 칙칙해요. 어둡고 더러운 공간에서 얘들이 계속해서 어둡고 더럽게 고생을 하는데 그게 50분이라 보다보면 좀 지칩니다. 앞서 말했듯이 계속해서 새로운 사건이 벌어지고 잔류 등장인물들이 하나씩 순번제로 바닥 드러내는 식으로 이야기는 꽉꽉 채워놨는데, 애초에 그게 그다지 보기 좋은 구경도 아니고 긴장감도 부족해서 '아 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차라리 런닝타임을 좀 줄이고, 후반부를 많이 쳐내면서 국면 전환 타이밍을 상대적으로 뒤로 미뤘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건의 진상 자체는 (엄밀히 말해 실현 불가능한 진상이지만) 나름 참신한 편인데 그게 런닝타임 절반도 안 되는 타이밍에 나와 버리고 이후 거의 한 시간의 분량을 걍 서로서로 바닥 드러내기 쇼로 채워버리니 임팩트는 사라지고 좀 늘어지는 느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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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칙칙함의 절정. 고어 표현이 없는데도 보면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문제의 저 구멍... 보시면 압니다. ㅋㅋ)



 - 장점을 말해보자면. 


 어쨌거나 도입부는 상당히 매력적이고, 또 이런 류 설정 이야기 특유의 매력은 없지 않습니다. 서로서로 바닥 드러내며 폭주하는 인간 군상극 같은 거 좋아하시는 분들은 기대치 적당히 조절해서 도전해볼만 해요.


 그리고 어쨌거나 영화가 게으르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떡밥을 투척하고 투척하고 하면서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잘 끌고 가요. 


 그리고 이건 취향 문제인데... 제가 계속해서 '인간 막장 군상극'이라고 표현하고 있긴 하지만 그 와중에 나름 몇몇 인물들의 입체적인 면모를 드러내면서 공감 유발에 성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무턱대고 막장 하나로 달리는 단순한 드라마는 아니에요. 깊이가 있다... 까지는 좀 멉니다만. ㅋㅋ


 마지막으로 기술적으로는 말끔하고 괜찮아요. 촬영도 좋고 배우들 연기도 괜찮고 음악도 좋네요. 만듦새가 허접한 영화는 절대로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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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리스마 넘치는 손님들. 아, 가운데 분은 식당 사장님이시구요.)



 - 대충 정리하자면.

 참신하고 신박한 스릴러가 되고 싶었던 영화지만 그런 칭찬을 듣기엔 개연성에 구멍이 많고 전개가 좀 느슨한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밀폐 공간에 몰려 생명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서로 인성 바닥 드러내며 아우성치는 이야기' 장르의 팬이시라면 한 번 보실만한 정돈 되구요.

 앞서 말했듯이 이런 설정의 이야기가 은근 흔하긴 하지만, 정말로 대놓고 많은 건 또 아니잖아요. ㅋㅋ 

 완성도가 특별히 쳐지는 영화도 아니고 하니 저런 스토리 좋아하는 분들은 한 번 재생해 보세요. 어차피 넷플릭스 아니겠습니까.




 + 찾아보니 감독님이 옛날 옛적에 '야수의 날'을 만드셨던 분이더군요. 그때 나름 호러계의 신성 대접을 받으셨던 것 같은데 어디서 뭐하고 사시나 가끔 궁금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야 알았어요. ㅋㅋ 그게 벌써 26년 묵은 영화... 아니 이 영화가 2017년 작품이니 22년이라고 해야 하나요. 암튼 그 오랜 세월동안 꾸준히 이런 장르물 만드시는 스피릿을 뤼스펙 해드리고 싶은 느낌적인 느낌.



 ++ 주인공역 배우가 꽤 매력 있다... 싶어서 찾아보니 스페인의 탑 인기 배우시네요. 언제나 그렇지만 먼저 몰라뵈어서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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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본 영화도 하나 있더라구요.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내가 사는 피부'에 나온 분이었습니다.

 넷플릭스에는 '마드리드 모던걸' 이라는 드라마가 있던데. 별로 제가 보고 싶어할 성격의 시리즈는 아닌 것 같네요.



 +++ 시작하고 끝날 때 나오는 재즈 음악이 맘에 들어서 찾아보니 듀크 엘링턴의 곡이었네요. 



 그러니까 듀크 엘링턴은 원곡자이고 새로 녹음한 것 같은데, 게을러서 확인은 안 해봤습니다. 듣기 좋으면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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