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4로 완결된 시리즈인데 전 1 밖에 못 봤어요 아직. 편당 50분에서 한 시간 사이 정도 되는 에피소드 열 개로 구성됐구요. 스포일러는 없게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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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넘나 심플해서 할 말이 없는 시즌 1 포스터)



 - 우리의 주인공 라미 말렉의 이름은 '엘리엇'. 뭔가 전형적인 히키코모리 천재 주인공 캐릭터입니다. 우울한 성장기와 아동 학대, 사회성이 격하게 떨어지면서 동시에 세상에 불만이 많고 특히 대기업들에 대한 혐오가 강하죠. 하필 또 아빠가 극중 가상의 미국 원탑 기업 '이블사'(정말로 회사 이름이 EVIL입니다 ㅋㅋㅋ)의 비리로 인해 억울하게 병에 걸려 보상도 못 받고 죽었거든요.

 근데 음침한 성격 덕에 타인을 관찰하고 성향을 분석하는 데 능하구요. 제목에 적은 대로 천재 해커입니다. 그래서 낮에는 IT 보안 서비스 회사에서 일하고 퇴근 후엔 동네 사람들 신상 털어서 범죄자들 찾아내 신고해서 감옥 보내는 낙으로 살고 있어요. 아, 덧붙여서 마약도 약한 걸로 나름 양 조절해가며 좀 하구요.


 그러던 우리의 주인공이 어느 날 '미스터 로봇'이라는 딱지를 옷에 달고 다니는 크리스찬 슬레이터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양반의 꿈은 해커들이 연합해서 저 거대한 Evil 제국을 무너뜨리고, 신음하는 백성들을 구원하는 거에요. 그 '미스터 로봇'의 이런저런 큰 그림과 함정에 걸려 주인공은 결국 미스터 로봇이 이끄는 F소사이어티라는 해커 그룹에 가담하게 되고, 그래서 Evil에 맞서 시민 혁명(!)을 획책하는 가운데 구구절절 구질구질 드라마틱한 엘리엇의 개인사가 함께 전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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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들어봐. 아저씨가 니 나이 때 얼마나 잘 나갔냐면 말이야....)



 - 아마존 프라임의 인기작 '홈커밍'의 제작자가 만든 시리즈... 라는 이유로 전에 듀게에서 추천 받았던 걸로 기억해요. '홈커밍' 시즌 1을 아주 좋게 봤기에 언젠간 봐야겠다, 하다가 이번에 봤네요.

 몰입감 있게 잘 만든 드라마들이 대체로 그렇듯 시작하기는 참 어려운데 (시즌이 네 개라니 ㅠㅜ) 일단 시작하니까 후다닥 달리게 돼서 이틀만에 다 봤어요.

 그래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밌습니다. 우주 명작까진 아니지만 나름 확실한 개성이 있고 캐릭터도 괜찮고 내용도 재밌어요. 아마존 쓰시면서 아직 안 보신 분들은 한 번 고려해보심이. 같이 죽어요



 - 그래서 내용은 뭐. 앞부분 내용 소개대로 천재 해커가 나와서 이것저것 다 해킹하며 사회 전복을 노린다는 아주 불온하면서도 빤따쓰띡한 이야기입니다만.

 설정이 이렇게 가면 그 비현실성 때문에 분위기가 팔랑팔랑 가볍고 유치해지기 쉬운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왜냐면


 첫째로 해킹 장면들에 나름 굉장히 공을 들였어요. 극중에서 해커들이 모여 티비로 영화를 보다가 해커가 나오는 장면을 보고 막 짜증내고 욕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러니까 이 드라마는 그만큼 공을 들였다는 자부심의 표현 같은 거죠. ㅋㅋ 보통 영화들 해킹 장면에 나오는 쓸 데 없이 예쁘게 GUI로 정리되어 있는 환상의 해킹툴 같은 거 안 나옵니다. 검은 바탕에 하얀 커서가 껌뻑거리는 커맨드 프롬프트 화면에다가 죽어라고 커맨드 쳐 넣는 장면들이 대부분이고 대체로 실제 사건에서 실제로 사용된 수단, 방법들을 재현하는 식으로 연출을 해놔서 유치한 느낌이 없어요. 물론 지나치게 유능한 건 마찬가지입니다만 뭐 그 정돈 드라마적 허용으로 봐줘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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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킹 장면에서 우리가 보게 될 화면.jpg)



 둘째로... 주인공이 해킹'만' 잘 한다는 걸 이야기 전개에서 여러 번 확실하게 보여줘요. 왜 보통 영화 속 해커들 보면 다 해커인데 싸움도 잘 하고 달리기도 잘 하고 총도 잘 쏘고 그러잖아요. 여기 해커들은 그런 게 없고 그래서 해킹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을 만나면 그냥 무력합니다. 무섭게 생긴 아저씨 나와서 한 번 버럭! 하면 부들부들... ㅋㅋ 그리고 그런 상황들을 꽤 자주 만들어서 확인을 시키죠. 보라고, 얘 수퍼 히어로 아니라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실 이야기의 중심이 그 천재 해킹 액션(?)에 있지 않습니다. 사실은 그냥 히키코모리도 아니고 중증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주인공의 내면, 그리고 그 주인공이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며 만들어가는 드라마가 이야기의 중심이죠. 지구 최강 대기업 해킹은 어디까지나 그 드라마를 흐르게 하는 도구일 뿐이구요. 그런데 이 주인공 캐릭터를 상당히 잘 만들어놨어요. 그리고 주변 캐릭터들도 나름 다 개성이 있고 현실감이 있어서 꽤 진지한 드라마가 만들어집니다. 그게 중심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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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메리칸 싸이코에서 출장 나오신 빌런님.)



 - 이 시리즈의 핵심인 주인공 캐릭터에 대해서 조금 부연을 하자면요.


 앞서 말했듯이 간단히 요약을 하면 그냥 전형적인 히키코모리 천재 캐릭터입니다만. 언제나 중요한 건 디테일이죠.

 그러니까 히키코모리는 맞는데, 중2스런 망상병 환자인 것도 맞는데 허세가 거의 없습니다. 본인 기준 대충 생각 없이 사는 보통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동시에 부러워하죠. 집에 혼자 처박혀 있을 땐 스스로 '난 정말 미치도록 외롭다!'고 인정하면서 혼자 오열도 하구요. 안 될 거야 아마... 라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보려고 나름 노력도 합니다. 그러니까 스스로 주제 파악이 되는 캐릭터랄까요.

 

 그리고 귀엽습니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이건 아주 중요하죠. 주인공이니까 시청자들 정 붙여야 하잖아요. ㅋㅋ

 이 부분은 배우 라미 말렉을 칭찬할 수밖에 없는데. 원래 캐릭터 자체도 좀 귀엽고 짠한 구석이 있게 짜여져 있지만 라미 말렉이 그걸 정말 잘 살려요. 작은 체구에 엄청나게 큰 눈 덕택에 대체로 사람과 가축들에게도 무해한 이미지에다가. 무기력하게 중얼중얼하며 찌질거리는 대사들에 귀여움 속성이 덕지덕지 붙고요. 곤경에 처할 때마다 그 거대한 눈망울을 이리저리 굴리며 당황하는 모습들을 보면 '어이구 저 놈 이 상황을 어쩌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렇게 타고난 비주얼로 1차로 살려낸 후 연기력이 붙죠. 기본적으로 정말 어두운 드라마이다 보니 얘는 매일매일이 좌절과 충격의 연속인데, 그냥 자조하는 것도, 분노하는 것도 모두 다 자연스럽고 몰입이 됩니다. 이렇게 괜찮은 배우인 줄 몰랐네요.


 게다가 드라마 내내 시청자들에게 친한 척을 해요. 늘 혼자서 자기가 만들어낸 (스스로 그렇게 말합니다 ㅋㅋ) 가상의 친구에게 말을 걸며 주절주절 수다를 떤다...는 핑계로 제 4의 벽 깨기 놀이를 하거든요. 그래서 일이 안 풀릴 땐 시청자들 탓을 하며 찌질거리는데 참 정이 가고 웃겨요. 검색해보니 이걸로 연기상 받으면서 수상 소감 말할 때도 이런 식으로 드립을 쳤다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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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키코모리 주인공이 여복이 너무 많은 건 좀 웃기지만, 뭐 라미 말렉의 몸을 한 히키코모리이니 그러려니 하는 수밖에요.)

 


 - 마지막으로 이야기 측면을 보면 음.


 솔직히 막 개연성 구멍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아무리 현실적이고 어두운 분위기를 깐다고 해도 중심 사건 자체는 그냥 환타지이고. 그래서 비약과 과장과 (작가 필요에 따른) 과감한 생략이 계속되기 때문에 사실 그렇게 설득력은 없습니다. 아무리 현실적으로 디테일하게 폼을 잡아도 말이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죠. 기존의 고증 개무시한 해커물과 비교를 한다면 '더스트볼!' 같은 마구를 던지는 투수가 나오는 야구 만화와 시속 180km 강속구에 모든 변화구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투수가 나오는 만화의 차이랄까요. 어차피 주인공이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 퍼펙트 게임을 만들어내는 환타지 투수인 건 마찬가지인데 그걸 보여주는 방식만 다른 겁니다. 결국 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니고 구멍도 많아요.

 특히 1시즌 막판에 드러나는 충격적 반전!! 은 아무리 봐도 반칙이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보면서 '설마 그건가?'라고 생각은 했었는데 이런저런 장면들을 생각하면 개연성이 너무 떨어져서 아니겠거니... 했는데 그게 그냥 빵! 하고 터져버려서 상당히 당황했습니다. ㅋㅋㅋ


 그리고 되게 어두운 가운데, 전형적인 주인공 학대물입니다. 주인공이 당하는 일들이 너무 기구해요. 물론 주인공도 절대 만만치 않게 미친 놈(...)이긴 하지만 그래도 성장과정부터 해서 드라마 속에서 당하는 일들까지 정말 기구함의 연속이라 불쌍하기 그지 없는데 이런 일을 앞으로 세 시즌 분량을 더 당해야 하고 그걸 다 봐야 한다고 하면 참 갑갑하죠. 그래도 분위기상 결국 해피엔딩을 줄 것 같긴 한데. 암튼 좀 갑갑하고 피곤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뭐 어쨌거나 재밌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주인공 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주변 캐릭터들도 평범한 듯 하면서 매력적으로 잘 짜여져 있어서 관계 구경하는 재미가 있구요. 심심할 틈 없이 계속해서 사건들 빵빵 터져 주고. 또 나름 싱기방기한 해킹 기술들 구경하는 재미도 괜찮구요. (사실은 해킹보단 피싱스런 게 더 많이 나오긴 합니다만 ㅋㅋ) 뭣보다 보다보면 주인공을 응원하는 맘이 좀 생겨서, '어떻게든 이 놈이 행복해지는 꼬라지를 보고야 말겠다!!' 라는 의지를 북돋아준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 같아요. ㅋㅋㅋ 그렇습니다. 꼭 그 꼴을 보고야 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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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커 집단 F소사이어티. 흑인 아저씨, 히잡 쓴 젊은 여성 등을 보면 력시 21세기 드라마... 라는 생각이.)



 - 뭐 그러니까...

 여러모로 잘 만든 드라마입니다. 우주명작급인지까진 아직 잘 모르겠으나 완결에 대한 사람들 반응을 보면 이야기 맺음도 잘 한 것 같으니 도전해볼만 한 듯 하구요.

 특별히 다크하고 우울한 이야기 싫어하는 분들 아니라면 한 번쯤 시도해봄직한 드라마 같아요.

 당연한 얘기지만 '현실적인 분위기의 해킹 드라마' 라고는 해도 컴퓨터 지식은 전혀 필요 없어요. ㅋㅋㅋ

 다만 한 가지 크리티컬이 있는데... 아마존 프라임에 마지막 시즌만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 합법적, 고화질로 볼 수 있는 서비스가 없네요.

 시즌 1을 다 보고 나서야 그 사실을 눈치채고 눈물의 검색을 해보니 정체불명의 괴사이트에서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긴 한데. 어쨌든 시청 여부 결정에 참고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이 드라마를 보고 나니 이 양반이 무려 프레디 머큐리 연기를 했다는 게 상상이 안 가는 것인데요. 그걸 또 아주 잘 해내서 호평까지 받아낸 걸 보면 정말 연기를 잘 하나봐요.

 얼굴도 좀 튀는 느낌이고 이름도 좀 특이하다 했는데 부모가 이집트 사람이었더군요.



 ++ 1시즌 막판 반전을 보고 나면 뙇! 하고 떠오르는 영화가 있는데... 스포일러라서 언급은 안 하겠지만 우연히 닮은 건 아니고 그냥 대놓고 레퍼런스로 삼은 것 같더군요. 우연이라기엔 지나치게 비슷해요.



 +++ 위에서 얘기했듯이 '홈커밍'과 같은 사람이 만든 작품입니다. 샘 이스마엘... 이란 분인데 그래서 그런지 '홈커밍'과 닮은 느낌이 많이 들어요. 특히 인물 한 명을 클로즈업해서 잡을 때 일부러 왼쪽을 바라보고 있는데도 화면 왼쪽 구석에 꽉 채워 놓는 식으로 살짝 부자연스러워서 좀 있어 보이는 그림을 선호하는 스타일 같은 게 그대로인데요. 이 분이 각본도 쓰긴 했지만 연출은 1시즌 기준 두 에피소드 밖에 안 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비슷한 구도가 계속 나오는 건 그만큼 각본을 빡세게 써 놓았단 얘기겠죠. 뭐 애초에 본인이 간판인 쇼이기도 하구요.



 ++++ 주인공이 내내 입고 다니는 후드티를 보면서 게임 '워치독스'가 떠올랐는데요. 그게 그냥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무슨 이유가 있는 것 같아서 검색해봤는데... 일단은 그냥 심플하고 후드 뒤집어 쓰고 얼굴 가리는 게 사람들 생각하는 해커 이미지라서 그런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무슨 해커 단체(?) 같은 데서도 행사 기념품으로 후드티 나눠주고 그랬다고.



 +++++ 크리스찬 슬레이터는 왜 이리 안 늙었죠?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건데 당황했습니다.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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