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작에 런닝타임은 90분. 장르는 제목대로 호러구요. 구체적인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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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 맘에 듭니다. ㅋㅋㅋㅋㅋ)



 - 영화가 시작하면 먼저 과거 장면이 나옵니다. 멕시코 깡촌의 나무&흙집처럼 생긴 곳에서 동네 무당이 엑소시즘을 행하고 있어요. 대상은 여성인데, 옆에선 무슨 천 인형 같은 걸 손에 든 소녀가 그걸 바라보고 있죠. 엄마는 계속해서 괜찮아 괜찮아 걱정하지마 엄마 괜찮아질거야... 라고 딸에게 말을 거는데 갑자기 얼굴이 악마로 변해 딸의 팔을 할퀴고 딸은 인형을 떨어뜨리고 도망칩니다.


 장면이 바뀌면 다 큰 성인 여성이 위의 장면과 비슷하게 생긴 (하지만 다른) 허름한 집에 묶여 있어요. LA에서 살다가 멕시코의 전통 뭐시기를 취재하러 고향에 돌아온 기자라는데 악마가 들렀다며 동네 2인조 모자 무당에게 붙들려 있는 상황이죠. 자리를 함께 해주는 어린 시절 친구도 보탬을 주긴 커녕 순순히 이거 받으라 그러고. 졸지에 황당한 상황에 처한 우리 도시 여성은 어떻게든 여기서 도망치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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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주인공입니다!)



 - 솔직하게 말해서 영화의 초반 인상은 '허접하다!' 입니다.


 인트로는 괜찮았는데 이제 진짜 주인공이 등장하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되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묘하게 허접하단 느낌이 들어요. 대표적으로 대사 처리가 그러한데요. 위에서 설명한 등장 인물 넷(주인공, 친구, 무당 2인조) 중에서 주인공과 친구는 대화할 때 영어를 씁니다. 근데 그 영어가 아무리 들어봐도 억양이나 발음이 어색해요. 게다가 이 사람들은 다 멕시코인이고 장소도 멕시코잖아요? 굳이 영어를 쓸 필요가 없는데 어색하게 영어 대사를 치고 있는 겁니다. 이건 뭐지? 옛날 옛적 지알로 영화 흉내라도 내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죠. 너무 위화감들어서 넷플릭스 음성 옵션까지 살펴봤어요. ㅋㅋㅋ


 저예산 티가 팍팍 나게 화려한 꾸밈 없이 리얼하게 칙칙한 집안 공간도 좀 그렇고... 캐릭터들도 그래요. 무당 모자도  등장은 나름 카리스마 있게 등장하는데 이야기 전개 되다 보면 그냥 사람 좋고 성실한 할매 & 아저씨이고. 친구도 그냥 좋은 친구면서 딱히 의심스럽거나 긴장 시키는 부분도 없어요. 이런 캐릭터들대로 이야기도 트릭이나 반전 같은 거 없이 그냥 정직하게 흘러가요. 니 안에 악마가 있다! 푸닥거리 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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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분장 덕에 첫 등장은 상당히 임팩트 있습니다)



 - 근데 보다 보면 이게 대부분 이해가 됩니다. 

 주인공이 영어를 고집하는 이유는 얘가 어려서 미국 가서 자라는 바람에 원래 쓰던 말을 거의 다 까먹어서 그래요. 친구는 영어도 할 수 있으니 거기 맞춰주는 거죠.

 공간이나 무당들이 특별히 카리스마 넘치고 기이할 필요가 없습니다. 극중에서 실제로 그냥 자기 일 열심히 하는 좋은 사람들이고 맡은 업무 빼면 순박한 시골 사람들 맞거든요. 집이 허접한 거야 가난해서 그런 거고(...)

 그리고 특별히 반전 넣고 트릭 넣고 하면서 이야기를 복잡하게 끌고 갈 필요도 없습니다. 이 영화는 주인공의 엑소시즘을 소재로 삼아 다른 이야기를, 그것도 참 다양하게 많이 하고 싶어하는 영화라서 호러 파트에 그렇게 무리하게 힘을 줄 필요가 없거든요. 기본만 해주면 되는 거죠. 



 - 그리고 그 '기본'은 적당히 잘 해줬다고 느꼈습니다. 막 무섭고 그런 건 아닌데 그래도 평범한 호러 영화 정도. 크게 무섭진 않지만 딱히 허접하지도 않게, 그냥 딱 적절할 정도로는 해주고요. 거기에 이제 제겐 그리 익숙하지 않은 '멕시코 스타일'이 결합되어서 나름 괜찮은 느낌을 주더라구요. 사실 그렇잖아요. 여러분들은 멕시칸 샤먼이 선역으로 나와서 착한 주술을 하는 영화를 얼마나 보셨습니까. 그 자체만으로도 신선한 느낌이 들어요. ㅋㅋ 

 가끔 '이 시국에?'라는 기분이 드는 음악 선곡들 같은 게 있는데, 그것도 그냥 멕시칸 스타일이 이런갑다... 라는 기분으로 넘기게 되고. 그래서 이래저래 처음 들었던 '허접하다'는 생각은 영화가 진행되면 될 수록 점점 옅어지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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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무섭진 않지만 뭐 일단 그러려니 합시다. 솔직히 호러를 너무 봐서 그런지 정말 '무섭다'는 느낌은 뭘 봐도 거의 못 받아요)



 - 그래서 결국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서브 텍스트들인데요.

 뭐 이것저것 다양하지만 결국 핵심만 간단히 말하자면 이런 겁니다. 우리 멕시코와 여기 사는 사람들은 그냥 '미국보다 못사는 나라'가 아니라 고유의 캐릭터가 있는 나라이고 그런 민족이다! 저 더러운 미제의 자본주의적 유혹에 영혼을 빼앗기지 말고 우리의 정체성을 찾고 신토불이 실천하자!! 뭐 이런... ㅋㅋ 제목인 The Old Ways는 영화 속에서 직접적으로는 멕시칸 샤머니즘을 뜻하지만 동시에 멕시코인들의 전통, 오랫동안 이어온 것. 이런 걸 의미하기도 하는 거죠. 돈 밖에 모르는 저 수준 낮은 양키들은 보지 못 하고 하지 못 하는 걸 우리는 할 수 있어!! 우리의 전통은 우리의 마음 속에서 영원히 살아가!!! 


 이런 이야기를 이제 어려서 미국으로 가서 자란 멕시칸과 그동안 쭉 그곳에서 자란 친구와의 대립과 화해를 통해, 그리고 처음엔 무시무시 빌런 같았던 무당들의 헌신적 노력을 통해 풀어 놓는 식입니다. 


 근데 사실 이거 좀 친숙한 이야기죠. 한때 한국에서도 이런 고민을 담은 작품들이 드문드문이라도 나오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이 영화는 그걸 호러의 형식으로 풀어놓는 경우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좀 반갑더라구요. 중국이랑 미국 빼면 대부분의 나라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 하며 사는구나... 싶기도 했구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게 하나 있어요. 그건 이 영화가 웰메이드는 절대 아니라는 겁니다. ㅋㅋ


 뭔가 계속 덜컹거려요. 위에서 말한 영어 대사의 문제(아니 원래 쓰던 말 까먹을 정도로 미쿡서 오래 산 애가 영어 발음은 왜 그래....) 때문에 배우들 연기가 어색해 보이는 것도 문제고. 주인공의 경우엔 캐릭터도 좀 널뛰기를 합니다. 까칠하게 답 없는 약쟁이 폐인처럼 굴다가 갑자기 선량한 처자가 되기도 하고. 샤먼들 해치우고 도망치려다가 실패한 후엔 갑작스레 샤먼들에게 친근하게 대하며 해맑은 미소를 띄기도 하고. 막판에 내리는 결단도 너무 갑작스러운 등등 캐릭터의 행적이 그렇게 납득이 되질 않습니다.


 이야기 흐름도 리듬이 그렇게 좋지는 않습니다. 별로 안 중요해보이는 부분이 좀 길게 느껴지기도 하고, 좀 더 힘을 줘서 보여주면 좋았을 장면이 쉽게 그냥 슥. 하고 지나가기도 하구요. 주인공이나 악마의 능력치도 자꾸 좀 납득 안 되는 식으로 변화들이 생겨서 보다보면 싱겁단 기분도 종종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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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편의 두 분은 각각 작가와 감독, 앞쪽 넷은 영화 내내 지지고 볶는 주인공들. 이것 말곤 단역으로 세 명쯤 더 나옵니다. ㅋㅋ)



 - 그냥 이쯤에서 결론을 내자면 이렇습니다.

 아직 다듬어야할 곳이 많아 보이지만 보는 동안엔 그럭저럭 시간 잘 흘러가고 나름 개성도 장점도 있는 소박한 호러 소품입니다.

 짱 무서운 걸 보고 싶어! 이런 분들은 참으시구요. 위에서 말 했듯 멕시코인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자기들의 정체성 문제랄까... 뭐 이런 부분들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 보셔도 좋을 것 같구요.

 다만 이러나 저러나 분명한 건 취향이 많이 관대한 분들이 보셔야 좋습니다. ㅋㅋ 

 깔끔한 완성도에 훌륭한 연기, 다듬어진 비주얼... 이런 걸 중시하신다면 보다가 저에게 화내고 때려 치우실 가능성이 높다고 보네요. 하하.

 저야 뭐 늘 그렇듯 허허 이런 싱거운 영화 같으니! 이것이 멕시칸 스타일인가!? 같은 생각들을 하며 재밌게 봤습니다.




 + 원래는 듀게에 추천 글이 올라왔던 '더 체어'를 보려고 켠 넷플릭스였던 것인데요. 쌩뚱맞게 이게 먼저 눈에 들어와서 그만...



 ++ 이 또한 여성들이 다 해먹는 영화 되겠습니다. 주인공, 친구, 무당이 모두 여성이고 주요 캐릭터 중 남성은 무당 아드님 뿐이죠. 분량은 엄마보다 많지만 존재감은 엄마가 압도적이고 실제로 하는 일도 아들은 엑소시즘의 주체가 아니라 조수 정도라서(...)



 +++ 한글 자막이 The Old Ways를 계속 '구습'이라고 번역하는데 조금 아쉽더라구요. 아무래도 '구습'이라고 하면 좀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하지 않습니까. 이 영화는 그걸 존중하고 이어 나가자는 쪽이니 그냥 대충 '전통' 비슷한 표현을 쓰는 게 나았을 것 같아요.



 ++++ 이 영화를 보고 궁금해져서 검색을 해 보니 멕시코에서 쓰는 말은 일단 대다수가 스페인어. 그리고 그 외의 언어들은 무료 60종이 넘는다고 하네요. 오만가지 방언들, 원주민 언어들을 모두 다 인정해준다고. ㄷㄷ 



 +++++ 근데 여기서 반전. 이 영화의 국적은 미국이고 감독도 미국인입니다(...) 각본 쓰신 분은 국적을 모르겠네요. 이름이 '마르코스 가브리엘'인 걸 보면 남미쪽 분이거나 최소 그쪽 피는 섞이신 분 같긴 한데. 부디 그랬으면 좋겠네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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