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안 되거나 재미있거나

2021.09.25 14:08

어디로갈까 조회 수:698

# 어머니는 스마트폰과 별로 친하게 지내고 싶은 생각이 없으신 듯합니다. 연락받는데나 쓰시지 아무 관심이 없으세요. 심지어 폰으로 전화하면 집전화로 다시 하라며 톡 끊어버리십니다.  ​
기기는 자주 가지고 노는 사람이 잘 다루게 마련이죠. 이것은 평범한 진리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매우 당연하게- 컴퓨터를 가지고 놀았습니다. 마우스로 OK라는 네모 아이콘 누르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상당히 자유자재로 잘 다루고 있습니다.

어머니 세대라고 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아닌데 우리와는 전혀 다른 삶의 배경을 살고 계시는 게 의아해요. 재미있는 사실은 어머니가 수학 전공자라는 사실입니다. 어릴 때 우리에게 강변하시곤 했죠. 우주의 일부인 지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주의 언어를 먼저 배워햐 하는데, 자연은 수학이라는 언어로 쓰여져 있다고. 그리고 수학을 해야 철학이라는 위대한 책을 읽어낼 수 있는 거라고. 수학은 다양한 학문 중의 하나가 아니라 모든 분야의 특정 경지인 거라고. 아니 그런 분이 스마트폰 다루기를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은 흠흠~ 

모든 연애와 마찬가지로 세상에 나와 있는 모든 기계와의 연애도 초기에는 고통을 조건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고통들을 담보로 해서 보다 편한 세상이 생성되는 것이고요. 세상은 연애를 통해 이뤄져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남과여, 불과 얼음, 병과 병마개 같은 모든 것들이 시간의 외줄을 타며 열렬하게 사랑한 결과로서요.

# '나를 찾아줘 Gone Girl'를 뒤늦게 봤습니다. 원작의 작가 길리언 플린이 직접 시나리오 각색에 참여해서 완성도를 높혔더군요. 
연출을 맡은 데이빗 핀처는 '에이리언 3’로 데뷔해 ‘세븐’, ‘더 게임’, ‘파이트 클럽’, ‘조디악’,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까지 스릴러 장르에서 천부적인 감각을 뽐낸 감독이죠. 아이러니하게도 그에게 가장 많은 상을 안긴 영화는 스릴러 영화가 아니라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크의 실화를 다룬 ‘소셜 네트워크’ 같은 것이라는 것.

아즈마 히로키라면 '자아 찾기'는 피하고 싶은 것의 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잃어버린 좌표계의 복원력은 상응적인 과정의 도착경[倒錯景]에 일방적으로 머무르지 않기 위한 현실적 요청에의 부응 같은 것을 지적했겠죠.  바닥이 붕 떠있는 케이지 속의 종견이 땅에 발을 디디지 못해 고통스러워 하는 그 광경이 지금 제 마음속에 가득합니다. 솔라 시스템의 천체 3이 이해 못하는 눈동자 속에 빠져드는 상태죠.
이럴 때는 지구의 인간족에게 친절을 베풀까? 라는 의문이 새삼 전두엽에 자리를 잡아요. 허공에 뜬 채 다시 발을 디뎌야 하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무능해진, 오버로드를 기다리는 시대에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이런 시간을 지날 때마다 실시간Live Now의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갈릴레이처럼 찾아봅니다. 무엇을?  우주에서 신을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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