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을 감상함

2021.09.27 06:21

어디로갈까 조회 수:426

잠이 안 와서 이런저런 시집을 뒤적이다가 소월의 시까지 읽게 됐습니다. 예전엔 몰랐는데 섬세하고 절실하게 우리 마음의 가락을 잡아낸 시들이더군요. 마음의 움직임을 어느것 하나 간과하지 않고 환하게 드러냈구나 라고 느꼈습니다. 마치 거미줄 같은 마음의 가닥들이 햇빛을 받으며 수천의 빛으로 탱천하는 걸 보는 것 같았어요.

섬세한 것들은 참 깊고 아득합니다. 그리움이 없을 후일을 상상하는 건 그리움이 주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겠죠. 하지만 망각이 작정한다고 이뤄지는 건가요. 잊으려는 노력은 기억되는 것만큼 만만치 않게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망각은 그리움이 끝나야 자연스럽게 찾아오죠.  예전엔 소월의 시를 감상에 몰입된 애잔한 표현으로만 읽었어요. 이제는 그리움과 망각을 두 축으로 해서 우리 삶의 전체를 포괄하는 의미로 읽힙니다. 저도 정신이 좀 굵어졌나봐요.

- 먼 후일 / 김소월

먼훗날 당신이 차즈시면
그때에 내말이 니젓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니젓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밋기지 않아서 니젓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닛고
먼훗날 그때에 니젓노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7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2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543
117375 호날두, 모델 성폭행 의혹 벗어나나...미 법원, 호날두 변호인단 손 들어줬다 daviddain 2021.10.08 347
117374 오징어게임 관련 글 보태기 [5] 은밀한 생 2021.10.08 759
117373 오징어게임을 안 볼 사람이 본 오징어게임 평들 [2] JKewell 2021.10.08 742
117372 오징어 게임, 후기 말고 트리비아 (일부 스포는 표시했음) [7] tom_of 2021.10.08 598
117371 [회사완전바낭] 공상력의 결과 [5] 가라 2021.10.08 581
117370 내각제 망령 [10] 사팍 2021.10.08 484
117369 [핵뻘글] 올레티비에 vod 영화가 뭐 있나 찾아보기 귀찮아서 그만... [4] 로이배티 2021.10.08 433
117368 10억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 사팍 2021.10.08 653
117367 오징어 게임 전문가 평론들 (스포없음) [10] 양자고양이 2021.10.08 1155
117366 졸업 (1967) catgotmy 2021.10.08 269
117365 아무말 대잔치 [10] thoma 2021.10.08 570
117364 [월간안철수] 국민의당 대선기획단 출범 소식 [2] 가라 2021.10.08 486
117363 위근우의 몽니 [39] 사팍 2021.10.08 1270
117362 축구 바낭 daviddain 2021.10.07 246
117361 상영 중도 퇴장 [8] 예상수 2021.10.07 847
117360 변희수 하사 전역 취소 판결이 내려졌군요. [13] 적당히살자 2021.10.07 793
117359 평론가란 무엇일까? [15] 사팍 2021.10.07 810
117358 바다가 들린다 (사투리 더빙 ver.) [3] skelington 2021.10.07 1255
117357 넷플릭스 시상식 누가 런칭 좀 했으면 / 극장 아닌 스트리밍의 시대 [9] tom_of 2021.10.07 661
117356 이런저런 일상잡담 [1] 메피스토 2021.10.06 34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