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둘 다 올레티비 vod로 봤어요.



1. 클로브히치 킬러 


- 2018년 영화이고 런닝타임은 1시간 49분.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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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미러 경고문 표절 카피)



 - 미국 켄터키의 시골 마을입니다. 인구 수가 적은 한적한 동네인 건 말할 것도 없고, 보이스카웃과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굴러가는 건전하기 짝이 없는 동네죠. 하지만 이 동네엔 한 가지 큰 아픔이 있으니, 10년 전까지 여성들을 노린 연쇄 살인 범죄가 있었고 범인은 아직도 잡히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잡히지 않은 그 범인은 본인이 과시하듯 현장마다 남겨 둔 매듭 때문에 '클로브히치 킬러'라고 불려요. 그 매듭법 이름이라네요.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고등학교 다니는 남학생이구요. 독실한 기독교인 부모님 아래에서 엄격하게 자라서 생기는 좀 부족하지만 그래도 평범하게 잘 살고 있네요. 그런데 어느 날 데이트를 위해 몰고 나간 아빠 차에서 썸 타던 여학생이 변태스런 본디지 플레이... 내지는 성범죄 피해자의 모습으로 보이는 사진을 발견하고. 그게 삽시간에 동네방네 소문나서 주인공은 왕따가 되구요. 주인공은 억울함을 넘어서 한 가지 큰 의문에 사로잡힙니다. 이건 아빠 차인데. 나 말곤 아빠 밖에 모는 사람도 없는데. 게다가 잡지에서 뜯어낸 것도 아닌 폴라로이드 사진이라니.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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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쇄 살인범으로 의심 받는 캐릭터로 더 좋은 캐스팅이 있을까요... 라는 건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팬들에게만 통하는 드립이네요.)



 - 그러니까 '울 아빠가 연쇄 살인범일지도 몰라!'라는 상황이 핵심 컨셉입니다. 조용하고 건전하며 심지어 종교적인 분위기가 지배하는 작은 공동체에서 또 적극적으로 기여하며 살아가는 남자. 그것도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의 가장 아저씨가 알고 보니 연쇄 살인범일지도 몰라... 라는 것까진 그냥 클리셰급이지만 그걸 고민하는 게 그 아들이라는 게 포인트가 되네요. 

 다만 이런 설정 자체는 흔치는 않아도 분명히 있었죠. 한국 영화도 있었잖아요. '공범'이었던가 그 손예진 나온 영화... 평이 되게 안 좋았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아이디어는 괜찮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떻게 망쳤나 궁금하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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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한 눈빛꾸아~)



 암튼 그래서 이 영화엔 한 가지 컨셉이 더 있습니다. 뭐냐면 그게, 별로 장르적인 부분에 힘을 주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수사와 추리, 반전 같은 게 없는 건 아닌데, 이야기가 그 쪽으로 집중되지 않아요. 대신에 영화는 주인공 소년의 번뇌와 그 과정에서의 관계 맺음, 그리고 뭣보다 그 보수적인 공동체 안에서 소년이 겪게 되는 고난 쪽에 집중을 합니다. 왜 그 전형적인 '선댄스 수상작 스타일' 있잖아요. 음악 거의 안 쓰고 전개는 느릿하고 극적인 사건 배치보단 일상 묘사에 공을 들이는 무덤덤한 스타일이요.


 근데 그게 꽤 잘 먹혔습니다. 일단 제게는요. ㅋㅋ 사실 이게 범죄극으로서는 크게 매력적인 스토리가 아니거든요. '클로브히치 킬러'란 놈도 그렇게 튀는 구석이 있는 범죄자는 아니구요. 하지만 주인공의 번뇌가 그럭저럭 와닿으니 영화 속 상황들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더 긴장감있게 전달이 되는 거죠. 그리고 그 무덤덤한 톤도 많이 도움이 됩니다. 일반적인 장르물이었음 그냥 클리셰로 느껴졌을 장면들이 이 영화의 무덤덤한 톤으로 불쑥 튀어나오면 나름 임팩트가 있게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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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켄터키 외딴 시골 마을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두 청춘의 사랑 이야기!! 같은 분위기죠)



 - 그리고 이렇게 '드라마'에 중점을 둔 영화답게 배우들이 좋아요.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이후로 뭘 해도 변태 사이코 살인마처럼 보이는 딜런 맥더못을 아빠로 캐스팅 해놓아서 이 양반은 그냥 시침떼고 가정적인 기독교인 아빠 연기만 해도 계속 의심을 하게 되구요. 사만다 마티스의 평범하게 가정적인 엄마 연기도 좋았고. 또 과문한 저는 전혀 몰랐던 아들역의 찰리 플러머, 아들과 함께 사건을 파헤치고 다니는 동네 여자애 역의 메디슨 비티도 모두 역할에 잘 어울리면서 연기도 좋습니다. 특히 주인공이 좋았어요. 예민하고 여린, 대체로 바른 심성을 가졌으면서도 가족에 대한 진심어린 사랑 때문에 번뇌하는 주인공의 캐릭터를 잘 살려준 느낌.



 - 그냥 이쯤에서 빨리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개성있고 특별한 스토리나 설정을 갖춘 영화는 아니에요. 특히 연쇄 살인범과 그로 인한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는 평범하기 그지 없습니다.

 하지만 덤덤한 일상물의 톤으로 그 평범한 이야기를 나름 강렬하게 살려주고요. 캐스팅 잘 된 배우들 덕에 드라마도 적절하게 잘 표현됐다는 느낌이었네요.

 공산품 느낌이 덜한, 나름 개성있는 연쇄 살인 스릴러를 보고픈 분들이라면 한 번 시도해보실만도 합니다.

 '엄청 재밌다'까진 아니어도 나름 좋게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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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아빠의 정체는!!!?)




2. 플레지


 - 같은 제목의 더 유명한 사람들 영화가 있는데 이건 2018년에 나온 인디 스릴러 무비입니다. 런닝타임은 무려 77분!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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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는 빌런들이 차지해버렸네요)



 - 갓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남자애 3인방이 주인공입니다. 딱 봐도 학창 시절에 친구 하나 없이 최소 너드에서 아마도 위어도 소리 들으며 살았을 찌질 궁상 청춘이죠. 근데 얘들이 대학 와서는 다른 삶을 살아 보겠다며, 대학 내 사교 클럽에 가입하겠다고 결심을 해버리는 바람에 그만...

 당연히 가는 데마다 대놓고 면박을 당하고 퇴짜를 맞죠. 그러면서도 포기를 못하고 계속 순회를 하는 와중에 쌩뚱맞게 지나가던 예쁜 학생 하나가 '시간 나면 들러봐'라며 자기네 클럽을 소개하구요. 위치도 이상하고 장소도 딱 봐도 수상쩍기 그지 없는 외딴 곳의 대저택을 찾아가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환대를 맞으며 꿈같은 하룻밤을 보낸 후 '자네들, 정식으로 우리 클럽에 가입하겠나?'라는 제안을 받습니다. 당연히 행복에 절어서 흔쾌히 오케이를 외치고 나니 그럼 이제부터 신고식을 하자는데 그게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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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딱 봐도 그렇지만 잘 보면 더더욱 '인싸'가 될 수 없는 조건들을 최소 하나씩 나눠가지신 주인공 3인방)



 - '플레지'가 한국에서 하는 말로 의역하면 '신고식'쯤 되나봐요. 저야 뭐 미쿡애들 문화는 다 영화와 드라마로만 배운 사람입니다만. 그 동네 신고식들도 상상을 초월하게 무식하고 과격한 게 많고, 그래서 사건 사고도 많고, 그걸 혐오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래도 없어지지는 않고. 뭐 이 정도로만 알고 있어요. 그리고 딱 그 '신고식'을 소재로 한 호러/스릴러입니다.



 - 사실은 77분이라는 유혹적인 런닝타임에 끌려서 봤어요. 영화 하나 보고 자기 애매한 시간이어서 어떡하나... 고민하는데 이게 눈에 뙇! 하고 들어오니 그냥 반사적으로 재생을 눌렀죠. ㅋㅋㅋ 그래서 결국 어땠냐면...


 음. 어찌보면 운 좋게 얻어걸렸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의외로 똑똑하게 만든 준수한 인디 스릴러였습니다만. 별로 칭찬할 생각은 안 들고 추천할 마음도 안 드네요. 왜냐면 그 장르가 문제인 것인데요. 간단히 말해서 고문 포르노(...)의 틀로 흘러가는 영화입니다. 제가 이런 거 딱 싫어하거든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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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상하신 선배님 손에 들린 것은....)



 오해를 피하기 위해 부연하자면, 특별히 심한 고어 장면은 없어요. 걍 칼 들고 설치는 빌런들이 나오는 평범한 미국 스릴러 영화 정도의 폭력만 나옵니다만. 그 '상황'들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커요. 찌질하고 모자라지만 분명히 그 동네 문화에선 약자에 속하는 애들이 판단 한 번 잘못해서 잘 차려 입은 백인 남자애들에게 갖은 모욕과 폭력을 다 당하는 이야기이고 결말도 당연히 기분 좋은 해피 엔딩과는 아주 거리가 멀거든요.



 - 근데... 잘 만들긴 했습니다. ㅋㅋ 짧은 런닝타임 값을 해요. 딱 신고식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정말 쉬지 않고 몰아치고, 상황 하나하나가 상당히 강렬해서 중간에 끊을 엄두가 안 나더라구요. 그래서 싫어하는 장르인데도 그냥 한 번에 다 달렸죠. 

 특별한 스토리나 진지하고 입체적인 캐릭터 같은 건 없는 영화지만 그래도 응원할 캐릭터는 응원하고 싶게, 혐오할 캐릭터는 저절로 혐오감이 폭발하게 인물들을 잘 구축해 놓았구요. 시작부터 끝까지 일이 벌어지는 저택도 공포스럽고 불쾌한 느낌 들게 잘 꾸며 놓았구요. 마지막에 나름 국면 전환 같은 걸 몇 차례 넣어 둬서 그냥 무지막지한 학대&폭력 구경 영화를 보았다... 라는 기분은 들지 않아요. 앞서 말했듯이 폭력 수위도 나름 조절이 되어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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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로우'에서 봤던 안 범죄자들이 벌이는 신고식보다 그렇게 더 빡세단 느낌도 없었다는 게 개그. 막판엔 확실히 폭주하지만요.)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이런 이야기가 싫기 때문에 칭찬은 하지 않으렵니다. ㅋㅋ

 사회적 약자가 나와서 강자에게 폭력만 당하다가 찜찜하게 끝나버리는 이야기는 완성도와 관계 없이 제게 넘나 큰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좋아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니까요. 좀 이렇게 악독한 류의 스릴러/호러에 거부감 없으신 분들은 무료 감상이 가능하실 경우 한 번 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되게 잘 만든 영화 같은 건 아니구요. 그냥 취향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딱 런닝타임 동안 집중해서 달리는 것 정도는 보장해주는 퀄이랄까, 뭐 그렇습니다.




 + 애초에 고급진 옷차림의 백인 미남들만 보이는 클럽이 자기들을 그렇게 극진하게 대해줄 때 눈치를 챘어야지... 이그.



 ++ 앞서 말했던 '더 유명한 플레지'는 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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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나중에 봐야지'하고 먼저 점찍어 놓은 건 이거였는데. 인생 뭐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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