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그간 성공한 마블 영화들은 초인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듯 하면서도 항상 보통사람의 갈등과 고민에 대한 은유로 녹아내려는 고민이 조금씩은 있었습니다.

아버지와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에서 헤메는 이야기나.. (토르 형제..)

강박증에 시달리는 엔지니어..(아이언맨)

성장통을 겪는 십대..(스파이더맨)

혈연이 중요한 게 아니라 유사가족이라도 충분히 가족같을 수 있다..(블랙 위도우)

등등등...


기존 코믹스 설정에 대해 훼손은 최소화하면서 활용해서 코믹스 매니아를 아우르면서도

이야기 면에서는 겉으로 보이기엔 능력자물인척 하면서도 실제로는 평범한 고민들을 녹여내려 애를 썼던 데다가

형식 면에서도 익숙한 장르형식들을 차용하는 영리함이 있었죠. (윈터솔져나 블랙위도우는 스파이물.. 스파이더맨은 십대학원물..ㅎ)


게다가 각각의 캐릭터들도 워낙 인기있는 캐릭터이거나(스파이더맨, 헐크) 익숙하지 않은 캐릭터들도 약간 삐딱하면서도 그것 차제가 매력인 개성있는 캐릭터들이었습니다(아이언맨, 닥터 스트레인지, 로키..)


그런데 이터널스는..

그냥 그리스/로마 신화를 차용한 듯한 그들만의 이야기이고..

갈등도 그들만의 갈등입니다..

괴물과 싸우고 사람들을 구하는 이야기는 그냥 영웅들의 서사를 호메로스가 시로 들려주는 것과 다름이 없고

스크린에서는 나름 캐릭터들 사이에 감정교환도 있고 우정과 배신도 있지만

공감되는 지점이 없이 그냥 공허합니다.


Eternals-Movie-Costumes.jpeg

(메소포타미아 문명 한가운데에서부터 이렇게 세련되게 입고 다녔으면 인간들에게 기술을 가르쳐줄 게 아니라 패션 센스를 가르쳐 줬어야...)


꽤 많은 캐릭터들이 화면에 나와서 나름의 화려한 개인기들을 선보이는데,

처음보는 캐릭터들이긴 하지만 딱히 보여주는 능력들이 독창적인 것도 아니고..

그 와중에 정작 캐릭터의 성장이나 갈등은 너무 얕게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엑스맨 시리즈처럼 전체 이야기를 아우르는 은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결국 이야기도 깊지 않은데 볼거리도 개성이 없는..


그러고보면 토르 2편 정도가 비슷한 실수를 했던 것 같은데..

그 영화보다야 캐릭터 수도 훨씬 많고 스케일도 훨씬 크지만..

뭐 이야기의 깊이는 거기서 거기인 것 같습니다.


차라리 요새 유행하는 것처럼 티비 시리즈물로 길게 풀어서 캐릭터들을 좀 더 팠으면 어땠을까요?ㅎ

지금의 결과물보다는 좀 나았을 것 같은데..


여튼 별로 정이 가는 캐릭터도 없고..

이후에도 계속 이어서 만드려는 야심은 있는 것 같지만..

토르3편 같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이상 별로 기대는 안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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