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헨티나 영화에요. 2014년작이고 런닝타임은 2시간 2분. 장르는 코미디인데 긴장감이 쩔어서 스릴러이기도 한 걸로.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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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붙여놓은 부제가 근사하게 잘 어울리는 희귀한 사례로 기억하겠습니다.)



 - 비행기 기내에서 시작합니다. 어여쁜 여자분이 영차영차 짐을 정리하는데 옆자리 아저씨가 도와줘요. 그러고는 귀찮게 말을 걸며 개인적인 얘길 해대는데... 한참 얘길 하다 보니 그 아저씨는 여자분의 전남친의 인생에 좌절을 안겨준 대학 교수였던 것입니다? 이런 우연이! 하고 반가워(?)하며 사이 좋게 전남친&전제자 욕을 나누는 두 사람. 근데 문득 그 앞자리 아줌마가 뒤를 돌아보며 '지금 설마 누구누구 얘기 하시는 거에요?' 라며 끼어들어요. 이 분은 또 그 남자의 초등학생 때 담임 선생이었네요. 역시나 욕을 합니다. 그 놈은 원래부터 진짜 이상한 놈이었는데... 근데 또 끼어드는 뒷사람, 그 옆사람, 그 옆옆 사람, 그러다 급기야는 스튜어디스가 사색이 되어 달려와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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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1. 어쩌다 자기들 모두가 같은 남자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승객들의 이야기)



 - 위와 같이 적어 놓으니 무슨 비행기를 배경으로하는 스릴러처럼 보이는데 전혀 아니구요.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저건 그냥 그 중 첫번째 얘기. ㅋㅋ

 전체 여섯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며 각 에피소드간의 접점은 전혀 없어요. 뭐 나중에 한 가지 이야기로 연결되고 그딴 거 전혀 없으니 걍 맘 편히 보시면 되구요.

 당연히 여섯가지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는 있는데, 그게 바로 제목에 적어 놓은 저겁니다. 분노 조절을 안 하고 그냥 냅다 달려 버리는 인간들의 장렬한 폭주 이야기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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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2. 어쩌다 직장에서 손님으로 일생 원수를 만난 점원의 불안한 눈빛과 그를 지켜보는 위험한...)



 - 이 영화의 핵심은 바로 그 '폭주'입니다. 대체로 일상적인 상황으로 시작하고 주인공들도 대체로 일상적인 느낌으로 등장해요. 그래서 스트레스 받는 상황들을 이것저것 당하게 되는데,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걍 짜증내고 투덜거리며 넘길 법한 상황... 에서 어느 순간 갑자기 훅. 하고 폭주해버리는 겁니다. 

 그리고 이 때 주인공들은 일반인의 상식이나 인간 세상의 당연한 법도 같은 건 다 내팽개치고 문자 그대로 미친 짓들을 벌여요. 에피소드가 끝날 때까지 뭐 도중에 정신 차리고 상황 수습하고 그딴 게 전혀 없습니다. 달리고 달리다가 장렬하게 마무리. ㅋㅋㅋ 그래서 당황스럽고, 보다보면 웃기고. 그런데 그렇게 말도 안되는 폭주를 보여주는데도 영화 분위기는 대체로 궁서체로 현실적이란 말이죠. 그래서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불태웠어, 하얗게...' 라는 느낌의 파국으로 끝나버립니다. 그럼 또 낄낄대고 웃던 기분이 갑자기 애매해지죠. 이 패턴을 여섯번 반복하면 크레딧이 뜨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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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3. 부자 진상 운전자 vs 가난한 진상 운전자)



 - 또 한 가지 인상적인 부분이라면. 이 '폭주'에 선악 구분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컨셉만 놓고 보면 마치 현실에서 강자들에게 핍박받는 부류의 인간들이 나와서 영화 속에서라도 한 번 시원~하게 들이받는 이야기... 같은 걸 상상하게 되잖아요. 정말로 그런 얘기들이 나오긴 하는데 대략 절반정도구요. 그나마 해피엔딩도 거의 없어요.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들이 받는 놈도 빌런, 들이 받히는 놈도 빌런이거나. 아니면 걍 들이 받는 놈이 빌런이거나... 뭐 그렇습니다. 그러니 피 흘리며 떠난 잊혀져간 모두가 영화의 힘을 빌어 '그들'을 무찌르는 통쾌함과 카타르시스 가득한 이야기. 뭐 이런 거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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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4. 불친절&무책임 공무원들 때문에 인생 꼬인 성실 납세자의 분노)



 - 대략 이런 단계를 거치면서 봤습니다.

 1. 우왕 처음부터 엄청 세네. 어 설마? ㅋㅋㅋㅋㅋㅋㅋㅋ

 2. 아니 뭐 에피소드들이 대충 넘어가는 게 없네. 강강강강강강!

 3. 근데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대체 이게 뭔진 모르겠지만 암튼 계속 세게 나가니 재밌네. ㅋㅋㅋ

 그렇게 2시간을 ㅋㅋㅋ 거리며 보내고. 크레딧 올라가고. 티비 끄고 딴 짓 하다가 문득 뭔가 이해가 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니까 뭐랄까. 계속해서 '깊이 빡친 소시민의 폭주극' 이야기로 가지만 들여다보면 에피소드마다 하는 얘기가 다 다른 작품입니다.

 일단 모두가 일상 내지는 사회적으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소재를 하나씩 메인으로 붙들고 있구요.

 그런 상황 속에서 폭주를 통해 정의 구현이 되기도 하고, 자신의 찌질함에 대한 대가를 치르기도 하고. 정의를 구현하려다가 오히려 묻어버리는 결과를 낳기도 해요.

 그러니까 그냥 현대인의 삶을 나름 다양한 방향으로 보여주고, 풍자하고, 웃음도 주고 빡침도 주고 하는 이야기에요. 그렇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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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5. 아들의 음주운전 뺑소니 수습 대작전)



 - 중요한 건 뭐 메시지 같은 게 아니고 그냥 그 화끈함과 몰입감입니다. ㅋㅋ

 영화가 시작부터 끝까지 에너지가 넘쳐요.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때도 뭔가 바닥에서 울렁울렁거리는 게 느껴지는 기분. 본격적으로 터질 땐 그냥 쿠콰콰콰쾈아앙야!!! 이런 느낌으로 우다다 몰아붙이는데 뭔가 기분 좋게 발리는(...) 느낌이랄까요. 옴니버스라서 이야기들이 짧다 보니 늘어지는 구간 같은 것도 없구요. 결말이 해피엔딩이든 배드엔딩이든 늘 언제나 쾌속 질주로 끝장을 보는 이야기들입니다. 재생 누르기 전에 두 시간 살짝 넘는 걸 보고 잠시 고민했는데. 영화가 끝날 땐 '음? 벌써 여섯개야?'라는 생각을 했어요.

 보고나서 뒷맛이 깔끔 상큼한 에피소드가 거의 없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잘 봤다'라는 생각부터 드는 잘 만든 영화였네요. 거의 대부분의 취향의 사람들에게 폭넓게 추천할 수 있을 법한 훌륭하고 '재밌는' 영화였네요. 아. 물론 건전하지 않은 영화 싫어하는 분들은 제외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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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6. 결혼식장에서 신랑의 불륜을 확인한 새신부의 대폭주)




 + 그러고보니 결국엔 다 복수극이었어요. 복수극 매니아분들에게도 살포시 추천을...



 ++ 이런 멋진 영화를 만드신 감독님의 다른 영화들도 찾아봐야지! 하고 검색을 해봤는데. 이 작품 이후로 7년간 작품이 없네요. 이전작은 두 편 있는데 볼 길이 없구요. 다행히도 지금 포스트 프러덕션 중인 내년 예정 영화가 하나 있긴 한데, 뭐 보게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요.



 +++ 이거 알고 보니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 칸느 황금 종려상 후보까지 올랐던 영화네요. 제가 직접 올린 포스터 짤 보고서야 알았어요. 이런 영화를 듣보(...)라고 생각하고 본 저도 참 무지합니다만. 애초에 제가 이 영화를 왜 '앞으로 볼 영화' 리스트에 올려놨는지도 모르겠어요. 전혀 기억이 안 나는군요. 올레티비 vod 목록과 싸우다가 잠깐 정신이 혼미해진 틈에 적어 놓은 것 같은데, 영문은 모르겠지만 그때의 나를 칭찬해 주는 걸로. ㅋㅋㅋ



 ++++ 암튼 재밌었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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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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