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9 22:55
넷플릭스가 메인으로 훅 들이밀길래 생각 없이 재생을 눌렀다가 튼 김에 1화는 봤습니다.
뭐 결국 1화만 본 것이니 평소보단 매우 짧은 글로 여러분들의 소중한 시간을 절약해드릴 수 있겠네요.
이 예고편을 보면서 다들 불안해하셨죠? 제대로 된 드라마가 아니고 코스프레 쇼 같고 막. ㅋㅋㅋㅋ 많이들 걱정하셨을 텐데,
네 그거 맞습니다. 코스프레 쇼에요.
다만 예상치 못했던 것 한 가지.
드라마를 못 만들어서 코스프레 쇼가 된 게 아니라, 그냥 애초에 코스프레 쇼를 의도하고 만들어서 코스프레 쇼가 된 드라마입니다.
조금만 봐도 느낌이 확 와요. 아, 이거 진심으로 원작을 실사로 '재현'하려고 만든 드라마구나.
근데 일본의 2D 그림 작품들이란 건 어디까지나 2D로 봐야 아름다운 겁니다. 그걸 그냥 실사화 해버리려고 하면 유치하고 조잡한 뭔가가 나올 수밖에 없죠.
존 조를 비롯한 배우들이 20년전 애니메이션 캐릭터 차림새와 모양새 그대로 등장해서 폼을 잡고 있으니 웃기고. 원작의 명장면(?)들을 실사로 그대로 옮겨 놓은 장면들이 조잡해서 웃기고. 그 와중에 가끔은 원작 느낌을 그럴싸하게 살려 내는 장면들이 튀어나와서... 당황스러워서 웃깁니다. 결론은 그냥 웃겨요.
(그래도 이 포스터는 썩 괜찮네요.)
의외로 배우들은 괜찮습니다.
적어도 스파이크랑 제트까지는 괜찮아요. 존 조의 얼굴은 2D 꽃미남 스파이크와 전혀 닮지 않았지만 그래도 대충 연기로 어느 정돈 극복이 되구요. 너무 젊은 제트도 뭐 일단 비주얼이 흡사한 데다가 배우 연기도 나쁘지 않네요. 다만 페이 발렌타인은 조금 에러 같은 느낌이고 비셔스는 그냥 웃음 잔치입니다. 어쩔 수 없죠 뭐. 비셔스 캐릭터 자체가 현실 인간이 소화해날 수 있는 게 아니죠. 생긴 것부터 행동, 대사 하나하나가 일본 아니메식 허세의 결정체 같은 캐릭터 아니었습니까.
문제는 오히려 CG나 메카닉 표현들, 그리고 액션씬의 연출 같은 부분들입니다.
소드 피시 정말 멋 없구요. 비밥호는 어떻게 생겼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1화의 경우에 원작의 '레드 아이' 마약 에피소드를 옮긴 경우인데 '레드 아이'를 사용한 악당이 무쌍을 찍는 1인칭 액션 장면은 진짜 90년대 B급 호러 무비인 줄 알았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소드 피시를 타고 도망가는 양반들 따라가는 장면은 그냥 민망했습니다. 원작에선 그게 그 에피소드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멋진 장면이었는데요.
(코스프레 쇼로서는 사실 꽤 훌륭하지 않나... 라는 칭찬 아닌 칭찬도 살짝 해보구요.)
애초에 '카우보이 비밥'이 호평 받았던 게 헐리웃 영화 느낌나는 연출. 서부극을 비롯해서 미쿡 문화 아이템들을 일본 아니메 속에 잘 녹여 넣었다는 부분이 있었는데.
미국 영화 흉내로 호평받은 애니메이션을 열심히 흉내내는 미국 영화... 를 만들면 멋지고 재밌을 거라는 멍청한 생각은 도대체 누가 해냈을까요.
굳이 만들고 싶었다면 아예 걍 우주 서부극으로 완전히 번안해서, 원작 비주얼 같은 건 최소한만 남겨두며 만들었어야 할 것 같은데... 근데 또 생각해보니 그럴 거면 굳이 '카우보이 비밥'을 원작으로 실사화할 필요도 없었겠네요. 애초에 원작이 뭐 스토리가 대단해서 인기를 끈 작품이 아니었으니까요.
암튼 뭐 보는 내내 웃으며 즐겁게 보긴 했습니다.
그리고 '비셔스 비중이 커지는 막판 에피소드들은 이것보다 더 웃기겠네!!!'라는 생각에 제 괴작 본능이 잠시 꿈틀거리긴 했습니다만.
가뜩이나 볼 거리가 심각하게 쌓여가는 와중이라 일단 괴작 즐기기의 재미는 먼 훗날로 미뤄두기로 했습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하.)
소감 끝.
+ 기왕 코스프레 쇼 하는 거 스파이크 역을 미남을 썼어야지!! 라고 생각해 보면 현실 배우들 중엔 강동원 생각이 먼저 나구요. 기럭지도 그렇고 뭐 완전 모사는 애시당초 불가능한 가운데 그럭저럭 괜찮았을 것 같구요. 그리고 역시나...
젊은 시절 이 분이었다면 눈은 확실히 즐거웠을 것 같긴 하네요. 연기는 존 조가 낫겠지만 솔직히 이 작품을 실사로 만드는데 주연 배우 연기력이 외모보다 중요할까요? ㅋㅋ
2021.11.19 23:07
2021.11.19 23:12
넷플릭스의 볼 것은 발견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서 만드는 겁니다! (진지)
2021.11.19 23:09
워낙에 기대치가 낮아서인지 저는 생각보다 볼만하네요. 일본에서 만든 일본만화 실사화 영상물은 대개 전부 가발쓴 일본인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이건 서양 배우들 데려다 찍었다는 점이 기특해요. 물론 일본 드라마는 아니지만요.
2021.11.19 23:13
그냥 가볍게 드립 치며 흘러가는 부분들은 나쁘지 않았어요. 근데 메카닉 등장하는 장면들이.... 너무 폼이 안 나네요. 개인적으로 '카우보이 비밥'은 허세와 간지가 핵심이었던 시리즈라고 생각해서 그게 크리티컬이었어요. ㅋㅋ
2021.11.20 09:02
첫 장면은 괜찮았고 삼인방을 미드 캐릭터로 이식하는 것도 나름 자연스러웠다고 생각해요. 그 뒤로 모든게 엉망진창으로 가네요. 무슨 80년대 에로비디오 섹스신같은 플래시백이나 어처구니없이 헐렁한 액션설계 메카디자인 등등이요. 아무리 생각해도 존 조는 나이가 너무 많았어요... 뛰는 장면 절권도 장면 격투 장면 다 너무 어색하고 느릿느릿하죠. 애초에 연출이나 편집이 보완해줄만한 능력도 없었던 것 같고. 전 그냥 파이어플라이식의 우주활극이 되기를 원했는데 원작에 대한 존중으로만 가득한 코스프레 쇼가 되고 말았어요. 부분부분 괜찮게 본 장면이 없는건 아닙니다. 그게 지나면 바로 어우 저거 과하다 싶은 장면이 주르륵 나와서 문제지.
이런 다른문화권의 컨텐츠 이식은 일종의 번역작업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번역작업에서 출발어보다 도착어에 대한 이해가 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이런 이식에도 적용이 된다고 봅니다. 원작에 대한 이해는 공부로 단시간에 따라잡을 수 있지만 그걸 새로운 텍스트로 바꿔 온전히 풀어내려면 장르나 표현방식에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하는데 이번 작품에 참여한 분들이 그랬다고 보기는 어려울것 같습니다. 원작은 그랬지요. 6070년대 활극영화들 무술영화들에 대한 이해가 깊었고 그걸 sf세계에서 번안할 수있는 표현력이 출중했어요. 칸노요코의 음악도 큰 도움이 되었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 음악의 쓰임새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ost는 장면과 붙을 때 완성되는 음악입니다. 그냥 아무때나 틀면 되는게 아니라고요...
2021.11.20 09:25
서양인들이 동양인들 외모로 나이를 짐작 못 한다고 하잖아요. '서치'에서 존 조가 대학생 딸을 둔 아빠로 나오는 걸 보고 미스 캐스팅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수두룩했다니 뭐 그쪽 사람들 보기엔 존 조라도 나이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말씀대로 액션 연기가 부족하긴 한데 그건 나이도 나이지만 애초에 존 조가 액션을 잘 하는 배우가 아니어서 생긴 문제이기도 하구요. 그래도 배우는 나름 애를 많이 썼더군요. 직접 한 액션 장면들이 많이 눈에 띄는데... 옛날 홍콩식으로 살짝 빨리 감기 신공을 써줬으면 어땠을까 싶었네요. 말씀대로 느려요 좀.
그리고 말씀대로 그냥 제작진의 내공이 모자랐던 것 같아요. 원작 '흉내'는 열심히 내는데, 그냥 장면 장면들을 멋지고 유려하게 찍어내질 못한 느낌. 막판 소드 피시 장면을 봐도 뭐지 이건, 70년대 저예산 SF드라마인가! 하는 느낌이. ㅋㅋ
2021.11.20 09:46
2021.11.20 16:21
찾아보니 로튼 토마토 50%가 안 되던데, 말씀대로 그냥 가볍게 킥킥거리며 시간 죽이는 용도로는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다만 편당 런닝타임이 30여분 정도였으면 훨씬 나았을 것 같습니다. 한 편이 한 시간이니 킥킥거리며 보다가도 좀 질리더라구요. 하하;
2021.11.20 12:59
2021.11.20 16:22
그러게요. 페이는 왜 그랬을까요. 원작에서 대놓고 동양계 캐릭터였던 걸 바꾸면서 흔적이라도 남겨두고 싶었던 건지... 그럴 거면 그냥 동양계를 캐스팅하든가!! ㅋㅋ
2021.11.21 01:16
2021.11.21 13:24
나쁜게 너무 많아서 페이는 한참 순위밖이지요. 리메이크는 원작을 잘아는 사람이 만들어야지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들면 그저그런 오마쥬만 늘어놓다가 망하기 마련이죠. 저는 이번 작품의 제작진들 중 절반은 덕후이고(아마도 프로덕션 디자인 쪽으로 특히 많은) 절반은 원작에는 별 관심없는 평균적인 TV극작가로 구성된 것은 아니었나 의심하고 있습니다.
2021.11.21 23:16
저는 1화만 보고 말았기 때문에 주제까진 언급할 주제가 못 됩니다만. 그래도 나름 뭔가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시도는 했나 보군요. ㅋㅋ
저도 소드 피쉬 구린 거 보고 더 볼 의욕을 잃었어요. 사실 전 원작에서 스파이크나 친구들보다 소드 피쉬 활약 장면들이 훨씬 인상적이었거든요. 그걸 이렇게 다운그레이드를 해 놓으니 더 볼 의욕이... 뭐 비셔스는 그냥 할 말이 없구요. 본문에도 적었듯이 어차피 실사로 재현이 힘든 캐릭터이긴 한데, 그럼 아예 다르게 해석을 해서 내놓든가 하지 이건 완전 '코스프레 행사장에서 화제가 된 열정 코스어 아저씨' 수준이라.
이정재도 스파이크로서 괜찮지요...그나저나 넷플 볼거 없다는 규칙은 오늘도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