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작이고 런닝타임은 96분. 장르는 동양 장발 귀신 호러이고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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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이 상냥하게 붉은 동그라미로 체크를 해주시고 막... ㅋㅋ)



 - 남자들 넷이 각자 애인을 데리고 와서 부어라 마셔라 하는 결혼 전 모임입니다. 주인공이 결혼하는 건 아니구요. 암튼 자리를 파하고 애인에게 운전을 맡기고 조수석에 널부러져서 밤길을 가는데, 갑자기 뭔가가 쿠콰쾅! 하고 부딪혀요. 매우 현란해서 본의 아니게 웃음이 나오는 스핀을 시전하며 차를 멈춘 후 조~ 앞에 쓰러져 있는 여성의 모습을 노려보다가... 주인공은 '그냥 출발해! 얼른!!' 이라고 애인을 다그칩니다. 뺑소니 성립.

 그리고 이 주인공은 사진사인데. 다음 날부터 찍어대는 사진마다 뭔가 이상한 연기 같은 게 찍혀 나오고. 쌩뚱 맞은 위치에 사람 그림자 같은 게 보이기도 하구요. 그러다 드디어 짜잔~ 하고 긴머리 여자 귀신이 이 커플의 일상에 자꾸만 튀어나오기 시작합니다. 혼비백산한 두 사람은 '어떻게든 그때 우리가 친 그 사람을 찾아내서 원한을 풀어주자!'라고 결심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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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녀가 짝을 이루어 주변에 연쇄로 일어나는 죽음과 심령 현상의 미스테리를 파고든다... 라는 설정도 딱 '링' 생각 나구요.)



 - 눈을 부릅뜨고 찾아봐도 신선함이란 게 정녕 1도 없어서 당황스러운 영화입니다. 그러니까 이게 '링'의 태국 버전이라는 걸 감추기는 커녕 오히려 홍보 포인트이자 재미 포인트로 삼고 싶어하는 영화인데, 이해는 갑니다. 2004년이니까요. 링이 1998년에 등장해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2002년엔 주온, 2003년엔 착신아리가 나왔으니 그냥 다들 그러던 시절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링'은 비디오 테이프, '착신아리'는 핸드폰... 이런 식으로 매체 하나씩을 써먹고 있었고 이 영화는 카메라와 심령 사진이라는 떡밥을 잽싸게 선점했으니 더더욱 자신감도 있었겠죠. 워낙 좋은 떡밥이잖아요. 이 영화가 안 나왔어도 분명 그 시절에 다른 버전의 카메라-사다코 영화가 나왔을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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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왠지 디지털 카메라에 찍히는 귀신은 낭만이 좀 부족한 느낌! 이라고 생각했는지 필름 카메라만 등장합니다.)



 - 애초에 틀이 그렇다 보니 이야기는 굉장히 전통적입니다. 한을 품고 죽은 여자가 귀신으로 돌아와서 장발 머리 늘어뜨리고 사람들 겁주고 죽이는 이야기에요. 


 근데... 생각 외로 이 전통적인 이야기를 굉장히 성의 있게 풀어갑니다. 사실 이야기 자체는 얄팍한데, 그걸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신경을 많이 썼어요. 예상치 못한 반전 같은 게 있고, 반전 후에 또 반전이 있고 이런 식인데 그 반전 자체는 뻔하거든요. 근데 애초에 그런 반전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어 보이는 분위기로 흘러가기 때문에 예상을 못해서 놀라게 됩니다. ㅋㅋ 결국 이야기 자체는 심플하니 반전이 있어도 개연성이 떨어지거나 그런 것도 없구요. 


 그리고 귀신 찍는 카메라, 심령 사진이라는 소재를 굉장히 열심히 사용합니다. 정말 카메라&귀신이라는 소재로 해 볼만한 것들은 거의 다 해요. 촬영을 위해 사람들에게 모았다는 심령 사진들도 와장창 풀어 놓으면서 열심히 보여주고요. 현상한 사진을 자세히 보니 귀신이 있네! 라든가, 나중엔 폴라로이드를 출동시켜서 실시간으로 공포감을 주기도 하구요. 암실의 그 으스스한 조명을 활용한 호러 장면도 열심히 나와줍니다. 이렇게 물량으로 호러를 밀어붙이다 보니 나중엔 '저 귀신 너무 바쁜 거 아냐?'라는 생각에 웃음도 나오더라구요. 게다가 이 귀신은 연출쟁이이기도 해도 더 웃겼어요. 어떻게해야 주인공을 더 괴롭힐 수 있을지 정말 성실하게 탐구하는 귀신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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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리는 자동차 창 밖에도 나타날 정도면 평소에 대체 어떻게 따라다니고 있는 건지 신기하지요. 순간이동?)



 - 또 하나의 장점이라면. 그렇게 오만가지 총출동 컴필레이션으로 흘러가는 와중에 호러 장면들이 썩 괜찮다는 겁니다. 역시 특별하고 신선할 건 없어요. 소리로 겁주기, 갑자기 툭 튀어나와 놀래키기, 으스스하게 스쳐 지나가기, 흉칙한 얼굴 들이밀기... 에다가 관절 꺾으며 다가오기(!) 등등 전통적인 호러씬들이 와장창 쏟아져 나오는데 그게 대부분 꽤 효과적으로 먹힙니다. 우와아 무서워~~ 까진 아니지만 충분히 놀래키고 충분히 기분 나쁘게 만들어줘요. 첫 귀신 장면이 너무 대놓고 사다코여서 쿡쿡대고 웃긴 했는데, 이후엔 저도 꽤 놀라고 기분 나빠하고 하면서 잘 봤습니다. 이 감독 양반이 원래 센스가 있는 분이었구나... 하면서요. 앞서 말했듯이 시종일관 넘나 뻔한 게 개성(?)인 영화인데, 그렇게 뻔한 방식으로 사람 놀래키고 겁주는 건 결국 연출가의 센스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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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엔 거의 사라져버린 사진 현상소 풍경... 이 한국의 그것과 많이 닮아서 반갑고 좋았습니다.)



 - 근데 제가 뒤늦게 이 영화에 관심을 갖게된 게 '랑종' 때문인데요. 음. 뭔가 일관성 같은 게 느껴지긴 했습니다. 17년의 간극이 있는 영화이고 이 감독님은 그동안도 수많은 영화를 생산해냈는데 이렇게 딱 두 개만 보고 뭐라 하는 게 웃기긴 하지만 일단 제가 본 두 개만 놓고 보면 그래요. 나아쁜 남자놈들 때문에 인생 꼬이고 망하는 여자들이 등장해서 복수 비슷한 걸 하는 이야기이긴 한데, 그 여자들의 수난이나 복수를 다루는 태도는 좀 뭐랄까, 올드하네요. 나쁘게 삐뚤어진 건 아닌데, 그냥 좀 올드합니다.

 그래도 이 영화는 딱히 불쾌하진 않았어요. '랑종'과는 좀 다르게 워낙 전형적이다 못해 원형적인 이야기 틀을 그대로 쓰고 있어서 그런 거였겠죠. 딱히 진지하고 심각하게 들여다볼 생각이 안 들잖아요 이런 스토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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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령 사진 그 까이 거 다 조작 아니냐!! 는 대사 후로 등장하는 폴라로이드. ㅋㅋ)



 - 암튼 그래서. 개봉 당시 꽤 화제가 되고 흥행도 좋았던 영화로 기억하니 호러 팬들 중에 아직도 안 본 분은 거의 없으시겠죠.

 안 보셨다면 그냥 보세요. 굉장히 뻔한 이야기를 소소한 아이디어와 나름 성의 있게 짠 각본으로 잘 살려낸 준수한 소품입니다. 

 특별한 야심이나 필살기 같은 건 없지만 그냥 매끈하게 잘 만들었어요. 이런 영화들이 가볍게 시간 보내기엔 우주 명작들보다 더 좋죠. 잘 봤습니다.




 + 사실은 '시즌' 무료 vod로 봤습니다. 이걸 다 보고 넷플릭스를 켜니 넷플릭스 신규 컨텐츠로 뜨더라구요. 망할... ㅠㅜ



 ++ 종종 무리수 내지는 삑사리 같은 부분들이 눈에 띄기도 합니다. 시작 부분의 사고로 범퍼랑 라이트까지 박살난 차를 전혀 안 고치고 끝까지 몰고 다니며 장거리 운행까지 불사하는 주인공들이라든가. 마지막 진상이 밝혀지는 부분은 반전을 위한 셋팅으로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어째서 한 장면을 고정된 채로 100장씩 찍어댔는가... 그리고 어째서 그걸 몽땅 다 인화했는가. 라는 절대 설명될 수 없는 상황이 있구요. 하지만 역시 최고는 화장실 장면이었습니다. 남자 화장실에서 똥을 싸던 주인공이 휴지가 없자 옆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휴지를 달라는데, 칸막이 아래로 쏙 튀어나오는 여자 손을 보고 기겁해서 뛰쳐 나오거든요. 근데 그럼... 닦지 않고 옷을... (쿨럭;)



 +++ 사실 주인공 여자친구가 예뻐서 더 열심히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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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검색을 해보니 영화 장면은 온통 셔터 장면만 나오고 그 외엔 맥심 화보 사진만 와장창 쏟아지는 걸로 봐서 이후에 배우로 잘 풀리진 않으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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